관중 향해 달려가는 이동국 2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 도쿄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추가골을 성공시키고 관중을 향해 달려고 있다.

▲ 관중 향해 달려가는 이동국 2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 도쿄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추가골을 성공시키고 관중을 향해 달려고 있다. ⓒ 연합뉴스


대박이 아빠 이동국이 양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K리그 클래식 최고의 팀 전북 현대가 새 시즌을 이렇게 시작했다. 완승은 아니었지만 부담스러운 시즌 개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는 점에서 꽃샘 추위를 뚫고 전주성을 찾아온 1만5155명의 홈팬들이 기뻐할 일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지난 23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FC 도쿄(일본)와의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두고 시즌 첫 발걸음을 산뜻하게 내딛었다.

축구의 봄 기다리는 전주성 홈팬들

평일 저녁 시간이었고 겨울바람이 아직 가시지 않은 때라 전주성 관중석이 썰렁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전북의 축구팬들은 선수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만5000석이 넘게 관중석을 채워주었다.

지난해 전북이 치른 주중 경기 몇 기록(6월 17일 수요일 전북 2-1 울산 4928명, 7월 1일 수요일 전북 2-1 부산 8120명, 7월 8일 수요일 전북 1-1 광주 8907명)만 살펴봐도 이 관중 수는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기대감의 근원은 어느 시즌보다 야심 차게 영입한 선수들에게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동국-이재성-권순태 등 기존의 핵심 멤버를 뼈대로 두고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을 비롯하여 고무열, 김보경, 김창수 등 후보 선수들 면면으로도 국가대표 부럽지 않은 라인업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후 39분 만에 바로 그 김보경이 기막힌 마르세유 턴 드리블 기술을 자랑하며 역습을 시작했고 멋진 선취골이 만들어졌다. 공격수 로페즈가 왼쪽으로 밀어준 공을 고무열이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전주 팬들에게 새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만든 것처럼 '김보경-로페즈-고무열' 이적생들이 시즌 첫 골을 합작해냈다.

라이언킹, 활짝 웃다

"놔라" 지난 2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도쿄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놔라" 지난 2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도쿄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전을 1-0으로 끝낸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후반전에 연거푸 두 명의 후보 선수를 들여보내며 새롭게 준비한 전북 특산품 '닥공'을 펼쳤다. 로페즈 대신 김신욱(64분)이, 김보경 대신 이종호(69분)가 들어가자 4-1-5포메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격에 무게가 실린 경기 운영을 과감하게 펼친 것이다.

포항에서 데려온 고무열까지 포함하여 트리플 타워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 전북의 공격진은 66분에 그 높이에서 위력을 자랑하며 FC 도쿄 골문을 위협했다. 김신욱이 들어온 지 단 2분 만의 일이었다. 이동국이 밀어준 공을 김신욱이 받아서 오른발로 골문을 노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오른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78분에도 이재성의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김신욱이 위력적인 헤더로 골을 노렸지만, 골키퍼 아키모토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냈다. 그리고 5분 뒤에 전주성의 환호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라이언킹이 포효한 것이었다.

공격 전개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 이재성이 밀어준 공을 받은 골잡이 이동국은 침착한 왼발 드리블 동작으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따돌리고 오른발 감아 차기를 멋지게 성공시킨 것이다. 중심이 흐트러지는 순간에도 이동국의 임팩트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골키퍼 아키모토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전북은 수비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지난해까지 수비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윌킨슨과 김기희가 떠난 빈자리가 커 보였다. 전북의 추가 골이 나오고 4분 뒤에 FC 도쿄 골잡이 아베 타쿠마에게 오른발 만회 골을 내준 것이다.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2:1 패스가 이어질 때 너무 쉽게 위험인물을 통과시켜 준 것이 화근이었다.

전북의 수비 문제는 이 실점 상황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47분 히가시 케이고의 오른발 슛, 61분 하시모토의 오른발 중거리 슛이 전북 골문으로 날아들 때 골키퍼 권순태가 겨우 몸으로 막아냈다.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그 위험인물들을 제대로 밀어내는 수비수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56분에도 전북 골문이 크게 흔들렸다. 요네모토의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스치며 관중석으로 넘어간 것이다. 아무리 시즌 첫 경기라지만 수비수들의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가 너무나 허술해 보였다. 베테랑 수비수 김형일이 성남에서 데려온 임종은과 센터백으로 뛰었지만 역할 분담이 더욱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형 미드필더 파탈루도 빠르게 전개되는 경기 흐름에 더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이제 전북은 다음 달 1일 쟝수 FC(중국)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난징에 있는 올림픽 스포츠센터로 날아가야 한다. 그리고 3월 12일(토) 오후 2시에 지난 시즌 FA(축구협회)컵 우승팀 FC 서울을 전주성으로 불러 슈퍼 컵 성격의 2016 K리그 클래식 첫 경기를 펼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2016 AFC 챔피언스리그 E조 1차전 결과(23일 오후 7시, 전주성)

★ 전북 현대 2-1 FC 도쿄 [득점 : 고무열(39분,도움-로페즈), 이동국(83분,도움-이재성) / 아베 타쿠마(87분)]

◎ 전북 선수들
FW : 고무열, 이동국, 로페즈(64분↔김신욱)
MF : 김보경(69분↔이종호), 파탈루, 이재성
DF : 박원재, 김형일, 임종은(88분↔레오나르도), 김창수
GK : 권순태

◇ 전북 현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일정
1차전 전북 2-1 FC 도쿄[일본] (2월 23일)
2차전 쟝수 FC[중국] - 전북(3월 1일)
3차전 전북 - 빈 둥[베트남] (3월 15일)
4차전 빈 둥 - 전북(4월 6일)
5차전 FC 도쿄 - 전북(4월 20일)
6차전 전북 - 쟝수 FC(5월 4일)
축구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 이동국 FC 도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