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스타일만 비틀즈인 남성 참가자 '존레논 형'이 어젯밤 먹다 남은 치킨을 끓는 물에 넣었다. 한껏 절은 기름 육수가 배어나왔다. 백구 주려고 만드는 개밥이 아니다. 무려 <한끼의 품격>이라는 요리쇼에 도전한 '후라이드탕'이다.

KBS Joy <한끼의 품격>은 전문 요리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만의 사연이 담긴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고 평가를 받는 요리쇼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MC를 맡은 홍진경과 조세호, 심사위원 스스무 요나구니, 레이먼 킴, 사유리 그리고 연출을 맡은 고현 PD가 참석했다.

이날 사유리는 '노치즈 치즈케이크'를 즉석에서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손으로 부순 호밀쿠키에 두부와 블루베리를 차례로 얹었을 뿐인데 요리가 끝났다. 이를 맛본 홍진경은 "치즈가 없는데 희한하게 치즈맛이 난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유리는 자신의 요리를 두고 "이태원에서 파는 짝퉁 명품가방 같다"고 표현했다.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KBS Joy <한끼의 품격> 제작발표회에서 사유리가 만든 '노치즈 치즈케이크'를 조세호가 맛보고 있다.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KBS Joy <한끼의 품격> 제작발표회에서 사유리가 만든 '노치즈 치즈케이크'를 조세호가 맛보고 있다. ⓒ KBSN


"사연을 들으면 요리가 갑자기 더 맛있어지기도"

이처럼 <한끼의 품격>에서는 '격식'의 파괴를 강조하고 있다. 고현 PD는 "쿡방, 먹방 프로그램이 유행 중인데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며 "셰프들이 아닌 요리를 못 하는 일반인들이 그렇게 해먹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 있는 음식들을 가지고 나와 평가를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첫 회 때 300명 정도를 인터뷰했는데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많았다"며 "레이먼 킴, 스스무 셰프님이 깜짝 놀라는 레시피들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사연, 맛, 아이디어'라는 평가 기준 중에서 두 셰프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역시 아이디어와 사연으로, "맛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어떨 때는 아마추어가 더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고 한 스스무 셰프는 "아이디어로 나를 놀라게 하면 뛰어난 사람이다"라며 "기술이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자신을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밝힌 홍진경은 "음식도 보수적으로 먹는 편이라 퓨전, 서양 음식을 잘 안 먹고 된장찌개 김치찌개만 즐겼다"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요리들이 있는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요리의 지평을 열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연이 큰 힘을 가지는 건 <슈퍼스타K> 못지않다. "죽어도 먹기 싫은 음식도 있었다"고 고백한 레이먼 킴 셰프는 "사연을 들으면 갑자기 더 맛있어 질 때도 있다. '최고'를 뽑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고 전했다. 홍진경도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혼자 해먹다 보니 이런 요리가 탄생했다'는 등의 여러 사연에 찡하기도, 마음이 아프기도, 웃기기도 했다"며 "일반적인 요리쇼라기보다 토크쇼 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KBS Joy <한끼의 품격> 제작발표회에 (왼쪽부터) 연출을 맡은 고현 PD와 심사위원 레이먼 킴, 사유리, 스스무 요나구니와 MC 조세호, 홍진경이 참석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KBS Joy <한끼의 품격> 제작발표회에 (왼쪽부터) 연출을 맡은 고현 PD와 심사위원 레이먼 킴, 사유리, 스스무 요나구니와 MC 조세호, 홍진경이 참석했다. ⓒ KBSN


이와 달리 사유리는 음식 프로그램에서 전국 맛집 사장님들 면전에 대고 "맛이가 없다"고 독설했던 것처럼, 무엇보다도 '맛'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으며 "집에서 진짜 따라 만들고 싶은지 본다"고 강조했다. 사유리의 맛 표현이 기가 막히다고 칭찬한 홍진경은 "'싫어하는 남자가 트럭으로 따라오는 것 같은 맛', '시어머니가 옆집으로 이사 온 느낌'과 같은 표현을 듣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물론 음식을 장난스럽게 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홍진경은 "스스무 셰프님이 맛이 없어도 칭찬해 준 적이 있는가 하면, 맛이 있는데도 요리로 장난을 친 것 같다고 화를 내신 적이 있다"고 전했다. "요리를 희화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기도 했다"는 조세호는 "진행해 보니, 자기만의 소중한 한 끼이기 때문에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생활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끼의 품격>은 참가자들의 요리를 평가한 후 상금을 매겨 현장에서 지급한다. 고현 PD는 "기획단계에서 최고 상금을 얼마로 할까 고민했는데, 제한을 두지 말자고 결정했다"며 "첫 녹화를 했는데 다행히 제작비를 넘어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격식 파괴 요리쇼 <한끼의 품격>은 오는 4일 오후 8시 20분 첫 방송된다.

<한끼의 품격> MC 홍진경-조세호
"우리 이름 건 프로그램 생기다니..."

 KBS Joy <한끼의 품격> MC 조세호-홍진경

KBS Joy <한끼의 품격> MC 조세호-홍진경 ⓒ KBSN


KBS Joy <한끼의 품격>의 MC로 호흡을 맞추게 된 홍진경과 조세호가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두 사람은 18년 전 한 포장마차에서 함께 넋두리를 했던 사연을 회상했다. 조세호가 "진경 누나와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언젠가는 우리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한 적이 있다"고 운을 떼자, 홍진경은 "아무도 우리를 찾아주지 않던 시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다"며 "일이 이렇게 없어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남)창희와 세호를 다독였던 게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을 MC로 택한 이유에 대해 고현 PD는 "홍진경 씨는 워낙 요리에 조예가 깊다. 조세호 씨는 어떤 음식을 줘도,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도 주워서 잘 먹을 것 같아 캐스팅했다"며 "녹화를 해보니 케미(조화)가 좋다"고 말했다.

요리쇼 MC로서 두 사람은 이날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개하기도 했다. 홍진경은 "김밥을 쌀 때 단무지 대신 정말 잘 익은 총각무를 물에 씻어서 넣으면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소개했고, 조세호는 "맥주를 마시다가 나초가 먹고 싶어 생라면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올려 전자렌지에 돌린 후 핫소스를 뿌려 먹었더니 정말 비슷하더라"고 전했다.

한편 홍진경은 최근 <무한도전> 식스맨에 도전하는 등 오랜만에 예능에서 활발히 모습을 드러내는 행보를 두고 "심경에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에는 프로그램 하나도 생각을 많이 하고 어렵게 결정하는 편이었다"는 그는 "이제는 찾아주신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려 한다"며 "많이 웃을 수 있는 게 건강에도 좋기에 예능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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