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 MBC


최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라디오 DJ 도전 이후 사람들의 라디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모양이다. 관련 프로그램들의 홈페이지 게시글 숫자, 인터넷 라디오 어플의 접속자 수 증가 등등.

단순히 일회성 참여에 그치지 않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FM 방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조짐이어서 라디오 애청자 중 한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벤트만으로 다시 '라디오 시대'의 부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뒤따르는 것 역시 사실이다.   

FM, 잃어버린 자신만의 색깔 되찾아야

언제부터인가 FM 방송에서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들은 점점 설 땅을 잃어버렸다. 고 이종환, 김기덕, 이문세 등 쟁쟁한 DJ들이 진행하던 시절만 해도 음악+청취자 사연(+게스트 출연 및 공개방송) 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개그맨, 예능인들이 DJ가 된 후부턴 음악=FM, 토크/정보전달=AM(표준FM)의 공식도 사라졌다.

물론 수년째 청취율 1위를 자랑하는 SBS <컬투쇼>처럼 나른한 오후 시간대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이 <컬투쇼>가 될 필요는 없지 않는가?

MBC만 예를 놓고 들자면, 과거 1990년대 무렵만 해도 일요일 정오 <정오의 희망곡>엔 라디오 방송 횟수를 취합한 인기가요 순위를 발표해왔지만 이젠 자취를 감쳐버렸다. 사실상 '라디오 토크쇼'화 되어버린 프로그램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이젠 방송 1시간 동안 소개되는 곡 수도 현저히 줄어들어버렸다.(참고로 미국의 경우 인터넷 다운로드, 스트리밍이 음반 업계를 주도하는 실정임에도 빌보드 순위 집계에선 여전히 라디오 방송 횟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TV 스타 의존은 이제 그만...'라디오 스타' 발굴 노력 필요

TV 매체를 통해서 인지도를 얻은 연예인 위주의 기용도 좋지만 외부적 요인의 도움 없이 라디오 스스로 스타를 만들고 발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라디오 방송 3사의 주요 음악 프로그램 DJ 중 TV와 무관한, 라디오만을 통해서 입지를 굳힌 진행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TV 위주의 활동을 하는 배우와 개그맨 등은 본업으로 인한 영향도 크게 받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진행을 그만두고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이건 결코 청취자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오랜 기간 안정적인 진행을 도맡아줄 인력의 확보 차원에서도 '라디오 스타' 만들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런 점에서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CBS-FM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소위 유명 연예인 DJ는 가수 한동준과 박승화(유리상자) 정도고, 대부분을 자체 인력(아나운서)들로 채우면서도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특히 <신지혜의 영화음악> 같은 인기 프로그램은 모범 사례로 손꼽을만 하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활성화, 적극적인 지원 요구

여전히 음악 전달자이자 생활의 친구로서의 역할을 라디오가 도맡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공중파 방송국만의 소유물로 라디오 방송을 묶어 버린 정책·법률적 제약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안보상의 이유 등을 들어 수십년 넘게 과도한 전파 이용의 제약을 가한 탓에 한국에선 외국처럼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등장할 수 없었다. 어떤 면에선 현재의 획일적인 기존 전국 단위 방송국의 프로그램들과 달리, 지역 기반 방송국들이 틀에 얽메이지 않는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라디오 방송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뒤늦게나마 2000년대 이후 서울 마포구, 성남 분당구 등 지역 기반의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들이 등장하면서 음악 프로그램부터 지역민들과 호흡하는 생활 정보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제약(송출 출력 제한), 제작 예산 확보 등 어려움 속에 운영되고 있는 실정인 만큼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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