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2012년 방영된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와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여러 모로 닮았다. 연애에 대한 솔직한 담론을 펼친다는 점, 그리고 정현정 작가가 대본을 쓴다는 것까지 같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우 정유미의 존재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던 주열매는, <연애의 발견>에 이르러 '구남친'과 '현남친' 사이를 현명하게(?) 오갈 줄 아는 한여름으로 진화했다.

같은 작가의 비슷한 소재의 작품, 오랜 잔상을 남겼던 캐릭터와 꼭 닮은 캐릭터. 그래서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웠겠다'고 지레짐작할 수 있겠지만, 1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열린 <연애의 발견>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정유미는 "연기를 너무 하고 싶고, 잘 하고 싶었다"며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기회가 그렇게 자주 오는 편이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어 "이렇게 빨리 정현정 작가와 다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사실 대본을 읽으면서 주열매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보통 사람들이 연애하는 이야기가 크게 다를 게 없잖아요.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했던 대사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캐릭터에 있어서도 연애에서 욕망하는 바를 행동한다는 점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보여줄 수 있는 목소리나 얼굴, 눈빛 같은 게 비슷하기도 할 것 같고요.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서 처음엔 그런 부분이 사실 경계가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연애의 발견>에는 우리 커플 말고 다양한 커플의 이야기도 있고, 어른들의 로맨스도 있어요. 또 강태하(문정혁 분)와 남하진(성준 분)이 윤석현(<로맨스가 필요해 2012>, 이진욱 분)이나 신지훈(<로맨스가 필요해 2012>, 김지석 분)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두 남자를 바라보고 마음을 주는 게 분명 다를 거라 생각해요. 두 분이 잘 해주셔서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잊고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 것 같고요. 1부 마지막 즈음엔 <로맨스가 필요해 2012>가 생각나지 않으실 거예요."



"'연애의 발견' 강태하, 처음부터 문정혁이 했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연애의 발견>에서 한여름은 5년을 만나고 헤어진 전 남자친구 강태하와 그와 헤어진 뒤 새롭게 만난 사랑 남하진 사이를 오가며 사랑의 줄다리기를 펼친다. '어장관리' '양다리'라 손가락질하기 쉬운 역할이지만, 연출을 맡은 김성윤 PD는 "나는 정유미가 한여름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의 몇 안 되는 여배우 중 하나라 생각한다"며 "보통 삼각관계에서 여주인공이 욕을 많이 먹을 소지가 있는데, 정유미가 사랑스럽게 그 줄타기를 잘해주고 있다"며 절대적인 믿음을 드러냈다.

정작 정유미는 그런 한여름이 쉽게 이해되진 않는다고. 하지만 "정유미는 순간에 굉장히 충실한 배우"라는 상대 배우 문정혁의 말처럼, 그때그때 상황과 상대역에 몰입하며 한여름을 연기해내고 있다. "가끔은 '왜 이렇게 여우 짓을 해?'싶기도 하지만, 안 그러면 드라마 진행이 안 된다"며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은 그는 "감독님은 '너니까 괜찮다'고 하시지만, 좀 부담스러웠다. 그러다가 '욕을 하면 그냥 욕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담을) 떨쳐내게 됐다"고 했다.

"'얘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저조차도 (한여름을) 욕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웃음) 제 실제 모습과 캐릭터가 정말 다르거든요. 겁이 많아 혼자 짝사랑만 많이 해 봐서, 가끔은 제가 연기하는 주열매나 한여름이 부럽기도 해요. 보통 이렇게 행동하면 싫어할 것 같은데 다 좋아해 주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해서 <로맨스가 필요해 2012>가 끝나고 '16부 동안 많은 걸 배웠으니 실전에 옮겨야지!'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이번에 호흡을 맞추게 된 문정혁과는 MBC <케세라세라> 이후 7년 만의 재회다. "구남친에서 돌아와 한여름을 흔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자체로 매력 있고 멋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처음 대본을 보며 (문정혁) 생각이 많이 났다"는 정유미는 "강태하는 그냥 문정혁이 했어야 하는 역할이다. 이런 배우가 와준 덕분에 내가 별다른 생각 없이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케세라세라>는 <연애의 발견>과 장르도 달랐고, 커플 간에 알콩달콩함 대신 애증이 있었죠. (웃음) 그러다가 다른 캐릭터로 만나 연기하게 되니 조금은 어색한 느낌도 있더라고요. 이상한 말인데, '익숙한데 낯설었다'고 해야 하나? (문정혁) 오빠 자체는 반가웠는데 초반 연기하기엔 헷갈리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호흡은 그때만큼, 아니 그때보다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 편안함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 정유미, 문정혁(에릭), 성준, 김슬기, 윤현민 등이 출연하는 <연애의 발견>은 오는 18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