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매치에 운집한 구름관중 이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46549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이 수치는 2014년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기록이다.

▲ 수퍼매치에 운집한 구름관중 이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46549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이 수치는 2014년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기록이다. ⓒ 박영서


7월 12일, 토요일 오후를 맞아 4만6000여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아시아 최고의 더비경기가 열렸다.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주인 FC서울과 그 최대의 라이벌 수원 삼성 블루윙즈 간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장에는 지리멸렬한 국가대표팀 경기에 실망하고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월드컵 경기들에 충족받지 못했던 수만명의 K리그 팬들이 찾아와 수퍼매치 특유의 열기와 흥분을 만끽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2층에 드리워져 있던 통천이 비록 부분적이지만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걷혔을 만큼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K리그 최고의 인기팀인 두 팀은 수퍼매치에 걸맞는 경기력으로 팬들의 관심에 화답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46549명의 관중은 2014시즌 K리그는 물론 국내 프로 스포츠 전체를 통털어 최대규모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지난 전남, 포항과의 쉽지 않은 원정 2연전을 2무승부로 마쳤던 FC서울과 난적 울산을 격파하며 월드컵 휴식기 이후의 대반격을 가늠케 했던 수원의 대결은 예상대로 치열했다. 서울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 팀의 주력 전술로 자리잡은 3-4-3 전형으로 나섰고 수원은 전통적인 4-3-3 포메이션으로 이에 맞섰다.

전반전은 어느 한 팀이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격렬한 미드필드 싸움을 보이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서울은 이웅희, 김진규, 김주영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쓰리백을 바탕으로 로저와 산토스가 이끄는 수원의 공격을 적절히 차단했고 수원 역시 미드필드진의 힘을 바탕으로 고명진과 오스마르가 나선 서울과의 중원 싸움에서 다소간 우위를 점해나갔다.

수원은 미드필드진 후방에서 김두현이 뿌려주는 패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열고자 하였으나 로저, 서정진, 산토스 등 일선 공격수들의 무딘 움직임 탓에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서울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센터백으로 자주 출전하는 오스마르를 전진배치해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으나 공격을 전개하는 패스플레이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던 것이다.

팽팽하던 양팀의 균형은 전반 막판 서울의 코너킥 찬스에서 몰리나가 올린 공을 김진규가 헤딩골로 연결시키며 한 순간에 기울었다. 마치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 대표팀의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나이지리아의 골문에 꽂아넣은 헤딩골을 연상시키는 절묘한 득점이었다.

후반은 더욱 치열했다. 한 골을 뒤진 수원이 밀고 올라오면 그 배후를 서울이 공략하는 물고 물리는 45분이었다. 먼저 뜨거워진 팀은 서울이었다. 후반 2분 수비수를 앞에 두고 페널티에어리어 바로 앞까지 드리블해 들어간 에스쿠데로가 내준 공을 몰리나가 받아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슈팅까지 가져갔으나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튕겨 나왔다.

이후에도 순간적인 역습 상황에서 에스쿠데로의 저돌적인 돌파가 몇 차례 이어지는 등 서울 주도의 일방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10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에스쿠데로의 슈팅이 정성룡 골키퍼에 가로막혔고 2분 뒤에는 고명진의 로빙패스를 받은 에스쿠데로의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다.

동점골을 넣기 위해 수원이 라인을 끌어올리자 양팀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역습시 수차례 서울공격진에 많은 공간이 주어졌으나 결정력 미숙으로 득점에 실패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후반 22분 역습상황에서 FC서울의 공격수 몰리나가 골키퍼와 1대1의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으나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비껴나가며 팬들의 탄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골이 들어갔다면 경기의 균형추가 급격하게 기울 만한 장면이었다.

정성룡 키퍼 이 날 가장 주목받은 선수. 공을 찰 때마다 관중석에서 "퐈이야~"라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 정성룡 키퍼 이 날 가장 주목받은 선수. 공을 찰 때마다 관중석에서 "퐈이야~"라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 박영서


이후에도 후반 34분 몰리나가 역습 상황에서 수비를 제치고 슈팅을 했으나 정성룡 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이웅희의 슈팅 역시 정성룡의 벽을 넘지 못했다. 추가골은 후반 추가시간에야 들어갔다. 고명진의 패스를 받은 차두리가 헤이네르의 수비를 떨치고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윤주태가 골문으로 밀어넣은 것이다. 자신의 SNS에서 공언한 대로 시종일관 불을 뿜었던 정성룡 키퍼조차 손쓸 수 없었던 깔끔한 골이었다.

복귀 후 매경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몰리나는 전반에는 부정확한 킥으로 수차례 찬스를 무산시켰으나 전반 막판 김진규의 골을 도운 이후부터는 공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몰리나 뿐 아니라 후반 추가골을 성공시킨 윤주태의 활발한 움직임과 안정된 쓰리백의 활약은 이날 승리로 리그 7위에 오른 FC서울이 여전히 상위권으로 도약할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호신 뒤풀이 FC서울의 수퍼매치 2-0 승리 후 서포터들이 뒤풀이를 하고 있다. K리그 서포터들의 자기주도적 응원은 점차 K리그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수호신 뒤풀이 FC서울의 수퍼매치 2-0 승리 후 서포터들이 뒤풀이를 하고 있다. K리그 서포터들의 자기주도적 응원은 점차 K리그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박영서


전반적으로 수퍼매치라는 이름에 걸맞는 경기였다. 누군가에겐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뛰는 B급 리그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만큼은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최고의 경기였을 것이다. 비록 브라질 월드컵은 K리그 팬들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대회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K리그는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화끈한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텅 빈 하늘만 쳐다보다 바닥까지 추락한 한국축구의 희망은 바로 여기 K리그에 있다는 것을 팬들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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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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