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한데 유쾌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스웩인지 수액인지, 스웨거의 추임새도 없다. 힙합 음악이 불굴의 의지를 갖는 자긍심 높은 음악임은 신조가 되었으나, 허세인지 리얼 스웨거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딜레마의 법칙은 산산이 깨졌다.

그것은 코스나 유형도 없이 말 그대로 음악이 좋아 실천하고 있을 뿐인 이 사람, 진돗개의 진실 화법이다. Mnet <쇼미더머니>에 의경 래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진돗개가 미니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 공개곡 '삭막해'를 발표했다. 올해 초 한 장의 싱글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쇼미더머니>의 단체곡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 본다. 아, 물론 포장지는 없다. 

"더 나은 나를 위해 가차없이 노력했던 지난 시간"

 진돗개 선공개 곡 '삭막해'

진돗개 선공개 곡 '삭막해' ⓒ 진돗개페이스북


- 자기소개 부탁한다.
"랩 네임은 진돗개다. 26살이고 지난 2013년 전역해서 앨범을 준비했다. 진짜 제대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 몸담은 회사(파이니스트 레코즈)는 어떤 곳인가.
"회사는 송파에 있다. 작업할 때를 제외하곤 많이 가는 곳은 아니다. 최근에는 마무리 단계라서 대부분의 작업을 집에서 하고 있다."

- 랩 네임에 대한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작명은 누가 했나.
"살면서 별명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진돗개였다. 진돗개랑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랩 네임을 처음 지은 건 대학 시절이었다. 스스로 뭐라 부를까 고민했는데 타인에게 호명되는 것이 이름 빼곤 진돗개밖에 없었다. 이름은 좋지만 포털 사이트로 검색하면 너무 많은 토종 진돗개의 이미지나 관련 기사가 뜬다. 이 부분 때문에 '이름을 너무 쉽게 지었나?'라는 생각도 하지만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 진돗개 하면 한국적이라는 것과 하드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내 멋대로 한다. 눈치 안 보고 사는데… 이름대로 충성심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잘 모르겠다.(웃음)"

- 랩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고, 뭐든 어중간했다. 발라드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자 사람들이 그 정서에 젖어 있었는데, 나는 신나는 음악에 관심이 가더라. 자유롭게 흐르는 리듬이 좋았던 것 같다. 별 무리 없이 힙합에 빠지게 되었다. 후에 라임이나 플로우, 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이 장르 특유의 예술성에 감탄했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음절에 맞게 내뱉고, 주제나 플로우 등 진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다양한 요소에 매료되었다. 학과는 조소과였지만 대학에 오자마자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했다."

- 힙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대학 동아리의 영향이 큰 건가?
"본격적으로 뭘 해보겠단 생각으로 동아리를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영향이 있긴 했다. 힙합이 궁금해서 발을 들였는데 그 여파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으니. 동아리는 꿈을 위해서 들어갔다. 그 안에서 힙합을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취미 삼아 랩을 하는 분들이 다수였고 재미의 요소가 강했다. 스스로 느끼기에 더 나은 다음의 레벨이 필요했다. 그래서 앞뒤 안 재고 노력했던 것 같다."

- 의경을 갔다. 어떤 시간이었나.
"입대하기 전에 고민이 많았다. 소모적인 2년은 아깝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지. 군 생활 중 뭐라도 이루고 전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나마 시간 활용이 조금은 자유로운 의경을 선택했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 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스웨거는 거짓말,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해"

 공연하는 진돗개

공연하는 진돗개 ⓒ 진돗개페이스북

- 요즘 뭐 하고 지내나.
"미니앨범 7번 트랙을 완성했다. 마무리 단계다. 이쪽 업계에 있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고, 경험이 부족했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더 많은 작품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전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선호하지만, 내 고집만 난무하는 하드한 음악은 듣기에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트랙만 있다 보면 순간 감정에 치우친 경향이 보일 수도 있고. "

- 앞으로의 음악은 그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인가?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내 신념이나 철학도 좋지만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스케치하듯 그려내고 싶다. 스스로 힘이 들 때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는 노래 말이다.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 타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그 감정을 랩으로 표현하고 싶다."

-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뭔가?
"아무래도 메시지와 곡의 분위기, 느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교도 느낌의 한 부분일 수 있겠지만, 따뜻한 노래를 하거나 사랑 노래를 하면 그 노래에 맞는 소리를 낼 것 같다. 멋진 음악을 할 때는 그에 맞는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위치와 맞는 가사나 음악도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스웨거는 거짓말이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한다."

- 음악 외에 꽂힌 것이 있나?
"취미가 없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다. 예전에는 밖에서 농구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정신도 없고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좋아서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 가끔은 커피도 마시고. 사람들한테 먼저 연락하는 걸 꺼리는 편이라 친구도 잘 안 만난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그 친구들만의 삶을 살고 있어서 서로 바쁘다."

- 가장 기억에 남은 공연은?
"지산록페스티벌과 <쇼미더머니> 공연이다. <쇼미더머니> 공연에서는 혹시 가사를 틀리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 많았다. 일정도 빡빡했다. 그리고 지산록페스티벌은 단체 공연이었는데 정말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 음악을 계속 하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
"재미는 랩을 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모든 일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미술을 좋아해서 대학에 갔지만 그 시간이 정말 힘들었다. 지쳐도 나도 모르게 분비되는 희열이 고통을 뛰어넘으면 되는데 그게 갈수록 쉽지 않다. 랩은 창작의 과정을 거치기에 진이 빠지지만 동시에 더 큰 즐거움을 얻는다. 랩이라는 장르 자체가 그 어떠한 주제와도 무리 없이 연결될 수 있는 점도 좋다."

- 지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 해소법은?
"잠시 모든 걸 멈춘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2~3일 안에 재충전 된다. 정말 절망스러울 만큼 가사가 안 나올 때는 쉬는 게 최고다. 그래서 대부분 쉬면서 작업한다. 오히려 구상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 영감을 보통 어디서 얻는 편인가?
"항상 염두는 해놓고 살아간다.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일상에서 캐치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이 아이템이다. 한두 가지 분야에서 영감을 얻는다기보단 삶 자체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 음악을 해오면서 가장 감사한 사람은 누군가?
"팬이다. 팬에 대한 감사가 정말 크다. 내가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내 편이 없었다. 공연을 할 때도 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미디어를 통해서 활동을 시작했고 그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정말로 감사하다."

- 조금 딴 소리긴 한데 SNS 메시지 잘 확인 안 하더라.(웃음)
"하하. 예전에는 하나하나 다 답변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족이 길어지더라. 그때부터 SNS는 조금씩 자제하고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공연마다 와주시는 팬들이 있다. 어느 곳이든 개의치 않고 와주는 팬들, 그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 팬들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나 멘션도 정말 감사하다. 내 노래를 듣고 꿈을 찾기 위해 도전하신다는 분이 계셨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앞으로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저급한 표현이긴 하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다. 특정한 주제나 장르에만 한정되기는 싫다. 내 생각을 담고 그 순간의 감정을 담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그 당시에만, 그 순간만이 가질 수 있는 주제를 투영해 랩을 하고 싶다."

"조금 더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었으면"

 앨범 발매 앞둔 랩퍼 진돗개

앨범 발매 앞둔 랩퍼 진돗개 ⓒ 진돗개페이스북


- 다른 래퍼들과 차별화한 전략 같은 것이 있다면?
"랩을 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 랩을 듣고 누가 생각나면 안 될 텐데…' 누군가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차별화된 랩 스타일을 가진 것 같다. 또 스스로를 애써 포장하지 않는다. 있어 보이는 척, 잘난 척,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경제적인 것이 아닐까 싶지만 요즘은 크게 없다. 활동을 미디어로 시작하다 보니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멋진 음악을 하면 부는 반드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지나면 이 문제도 해결되리라 믿는다."

- 정석으로 한 단계씩 코스를 밟은 경우는 아니다. <쇼미더머니>의 영향이 컸나.
"단점이라고 하면 평가에 대해 조금 더 냉정하게 봐주신다는 점이다. 커리어나 팬을 쌓아온 게 아니기 때문에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아직 많지는 않다. 내놓은 결과물이 적다 보니 실력에 대해 더 냉정하게 평가되고 결과물 하나를 내놓는 순간 그 결과물이 곧 진돗개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그렇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보니 기운 내고 있다."

- 올해 26살은 진돗개에게 어떤 나이일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승부처가 될 나이가 아닐까 싶다. 올해는 뭐라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작업물을 많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 더 진돗개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작업물이 많지는 않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작년에 더 많은 믹스 테이프를 내야 했다. 듣기 편하고 재밌는 리믹스 스타일이었고 누구나 알만한 비트에 랩을 했는데 주변의 반대가 있었다. '지금 이 시기는 네 스타일을 보여줘야 할 때인데 굳이 비교당하면서까지 리믹스 믹스 테이프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견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제도 다양하지 못했고 가볍게 만든 앨범이었다."

- 인생의 좌우명이 있나. 있다면 이유는 뭘까.
"하쿠나마타타. 즐겁게 살자는 의미다. 정말 즐겁게 살고 싶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하루하루 후회 없이 살고 싶다."

- 마지막이다.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다수의 누군가에게 한마디 해보자.
"응원이든 비판이든, 음악을 듣고 관심 가져 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 그러나 힙합 팬들이 언제부턴가 평론가가 되어가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뉴스페이퍼에도 실렸습니다.
힙합 진돗개 쇼미더머니 삭막해 스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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