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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새해가 밝아 오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2014년에도 우리는 TV앞에 앉아서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2014년의 새로운 드라마와 캐릭터들을 만나기 전에, 2013년 우리를 사로잡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돌아봤다. 우리를 웃기고 울린 2013년의 드라마 속 캐릭터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MBC <구가의 서> 구월령·최강치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공식 포스터.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공식 포스터. ⓒ MBC


판타지와 접목시킨 로맨스가 주목을 받는 시기다. 2013년에 그 포문을 연 것은 <구가의 서>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성적을 기록한 <구가의 서> 속 '반인반수' 캐릭터는 그간 단순한 '구미호'라는 설정에서 한 단계 진보한 형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구가의 서>에서 산의 수호령, 구미호를 연기한 구월령(최진혁 분)은 등장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여심을 녹이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어 <상속자들>에 캐스팅 되었고 tvN에서 새로 방영될 <응급남녀>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반인반수 최강치를 연기한 이승기 역시 연기력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해 냈다.

↑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장혜성·박수하, 그리고 민준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이종석 분)는, 남의 속마음을 읽는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드라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자 주인공인 장혜성(이보영 분) 또한 까칠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이보영이 <내 딸 서영이>에서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창출해 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이종석은 단숨에 슈퍼 루키로 성장했으며, 이보영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악역 민준국(정웅인 분)역시 이 드라마에서 간과할 수 없는 캐릭터로서 주목을 받았다. 정웅인의 연기력과 더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 캐릭터의 시너지는 심지어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화제성을 이어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tvN <나인>과 함께 2013년에 가장 잘 만들어진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SBS <주군의 태양> 태공실·주중원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의 한 장면. 태공실(공효진 분)과 주중원(소지섭 분).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의 한 장면. 태공실(공효진 분)과 주중원(소지섭 분). ⓒ SBS


판타지를 입은 드라마는 2013년 내내 계속되었다. 히트 작가 홍자매의 <주군의 태양>의 경우, 여주인공 태공실(공효진 분)이 귀신을 본다는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착하고 귀여운 여자 주인공과 다소 까칠하고 무뚝뚝하지만 아픔을 간직한 남자 주인공이라는 홍자매식 캐릭터는 여전히 크게 변화된 것이 없었지만, '귀신을 본다'는 설정만은 시청자에게 어필했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홍자매답게 드라마의 완성도는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태공실과 주중원(소지섭)의 관계에서 풍기는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보는 이들을 설레게 했고, 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게 했다. 결국 <주군의 태양>은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되었다. 이는 전작 <빅>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던 홍자매가 다시 승리하는 순간이었으며, 홍자매식 캐릭터가 아직은 유효하다는 증명과도 같았다.

↑ KBS 2TV <굿닥터> 박시온

의학드라마도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굿닥터>는 무려 자폐증에 걸린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박시온(주원 분)은 자폐증과 함께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인물로서 소아외과 의사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인물이었다. 

뻔할 수 있는 소재를 놓고 '자폐증'이라는 설정을 집어넣어 흥미를 유발한 것이 주효했다. 박시온의 독특한 설정 덕에 <굿닥터>에는 기존의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분위기가 생겨났다. 박시온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 주원의 연기력도 다시금 조명됐다. 끝까지 따뜻하면서도 귀여운 특유의 분위기로 <굿닥터>는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 KBS 2TV <비밀> 조민혁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의 조민혁(지성 분)과 강유정(황정음 분).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의 조민혁(지성 분)과 강유정(황정음 분). ⓒ KBS


시청률 5%로 시작한 <비밀>이 결국 기대작 <상속자들>마저 이긴 비결은 '완성도'에 있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완성도 있는 스토리 덕택에 그들의 감정은 보는 이들에게 먹혀들었지만 캐릭터로서의 독특함이나 신선함은 사실 부족했다.

이 와중에 재벌 2세면서도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인 캐릭터 조민혁(지성 분)은 주목할 만했다. 조민혁은 여자 주인공 강유정(황정음 분)을 과거 자신의 연인을 죽였다고 오해하고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다 사랑에 빠지는 인물로, 이후 '조토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드라마를 넘어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가 갖고 있는 애정을 보여준 지점이었다.

↑ SBS <상속자들> 최영도·한기애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에서,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최영도(김우빈 분)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박하지만 다정한 매력을 선보인다는 설정은 사실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김은숙 작가의 독특한 대사 스타일과 김우빈의 매력이 결합되며 최영도라는 캐릭터는 크게 눈에 띄었다.

김성령이 연기한 한기애 역시, <상속자들>에서 주목할 만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중년의 나이에도 얼마나 소녀답고 귀여운 매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한기애는 남자 주인공의 엄마였지만, 단순한 엄마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귀엽고 착하며 여리고 상처가 많지만 자존심 강한 독특한 캐릭터로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 tvN <응답하라 1994> 성나정·쓰레기·칠봉이·윤진이

 <응답하라 1994>의 신입생들은 시행착오 없는 사랑을 한다. 하지만 그 무렵 현실의 사랑은 적어도 그보다는 구차하고 잔인하다.

tvN <응답하라 1994>의 출연진들 ⓒ tvN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성공으로 다소의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응답하라 1994>는 이내 그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중반 이후 다소 처지는 극 전개에도 <응답하라 1994> 속 캐릭터들은 시청자의 마음을 훔쳤다. <응답하라 1994>가 지상파 시청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저력을 보였던 것도 결국은 이 캐릭터들과 추억 자체가 가진 힘이었다.

데뷔 후 10년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고아라를 비롯해 정우·유연석·도희 등 다소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회자되기도 했다. 특히 쓰레기 역의 정우는 캐릭터가 가진 반전 매력과 생동감 있는 연기력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여자 주인공을 향한 순애보를 간직한 '서울 남자' 칠봉이 역의 유연석이 보여준 부드러운 매력도 인기를 끌었으며,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와 욕설을 구사하는 조윤진 역의 도희는 주목 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 SBS <야왕> 주다해

'막장 드라마' 속 캐릭터들도 눈에 띈다. SBS <야왕>의 주다해(수애 분)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악녀였다. 드라마는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다소 무리한 설정과 성격 탓에 '사이코패스'라는 말까지 들은 악녀 주다해는 커다란 설득력을 얻는 데엔 실패했다. 단순히 주다해의 악행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악행이었다는 것 하나만이 이 캐릭터에서 주목할 점이라 하겠다. 다만 끝까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이 캐릭터를 소화해 낸 수애의 배우로서의 가능성만큼은 재확인할 수 있었다.

↓ MBC <오로라 공주> 나타샤

 지난 28일 방송된 MBC <오로라공주>에서 나타샤(송원근 분)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MBC <오로라공주>의 나타샤(송원근 분) ⓒ MBC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 속 상식 밖의 전개와 극중 인물들의 수준 이하의 행동은 쓴 웃음을 짓게 했다. 그 와중에 나타샤(송원근 분)는 그동안 임성한 표 드라마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처음 여성스러운 모습의 동성애자 캐릭터로 등장한 나타샤는  갑자기 108배를 드리고 동성애를 '치료'했다는 설정으로 나타나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었다. 나타샤의 변화와 함께 말도 안 되는 설정과 대사, 그리고 막장으로 치닫는 캐릭터를 선보인 <오로라 공주>와 임성한 작가도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 '리메이크 드라마' 속 독한 캐릭터들

KBS 2TV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 SBS <수상한 가정부>까지 일본 드라마 원작의 리메이크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뛰어난 능력을 갖췄으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상처받은 인물들이었다. 이를 소화한 김혜수·고현정·최지우의 연기력만은 주목할 만 했지만 비슷한 캐릭터가 되풀이면서 캐릭터는 갈수록 그 힘을 잃었다. 애초에 감정을 배제한 일본 드라마 속 캐릭터는 한국의 정서와는 미묘하게 차이가 있기도 했다.

이러한 탓에 그들의 캐릭터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결국 한국에서 '일본식' 여성 슈퍼 히어로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앞으로 일본의 독한 캐릭터들을 그대로 따오기 보다는 한국의 캐릭터들을 심화·발전시키려는 드라마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1994 오로라 공주 상속자들 주군의 태양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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