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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조소프라노 정미영

메조소프라노 정미영 ⓒ 영음예술기획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에서 예술학 박사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한 성악가가 있다. 메조소프라노 정미영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각종 콘체르트 공연과 오라토리오 솔리스트로 350여회 이상 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정미영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싶어 하고, 그의 음악을 통해 청중의 가슴 속에 뜨거운 감동이 넘치기를 바라는 성악가였다. 오는 5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귀국 독창회를 갖는 메조소프라노 정미영을 지난달 23일 예술의 전당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에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의 논문이 '로베르트 슈만의 연가곡인 여인의 사랑과 생애 op.42 음악적 특색에 대한 도안'이다.
"로베르트 슈만의 연가곡은 8곡으로 묶인 곡으로 많은 메조소프라노 성악가들이 즐겨 부르는 유명한 연가곡이다. 애착이 가는 노래였기에 열정을 갖고 논문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노래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받을 때 심사위원 모두에게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논문이다.

당시 논문을 발표할 때 심사위원의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서 준비했다. 그런데 심사위원의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삶에 대해 알 수 있는 나이는 과연 몇 살 부터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음악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까 고심해서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워 준비했는데 의외의 질문이 나와서 놀랐다.

그 질문에 서른 정도라고 대답했다. 슈만에게 있어 30대는 그의 작품세계에 절정을 이루는 시기였다. 논문에서 언급한 슈만의 8곡은 한 여인이 한 남자를 본 후부터 사랑에 빠지고 숨을 거두기 까지의 사랑의 모든 과정과 일생을 담은 노래로 이를 논문에서 풀어내고 설명했다."

"좋은 성악가는 좋은 소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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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만점을 받고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무척이나 커서 유럽까지 가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악을 배우고 싶어 유학까지 갔는데 성악을 배우는 시간보다 공부를 많이 했다.(웃음) 노래 공부를 할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정말 혹독하게 배워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웃음)

공부는 끝이 없다. 그러다보니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몇몇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지금 제 기억에 오래 남는 교수님은 혹독한 분이었다. 당시에는 학생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혹독하게 몰아붙였지만 호랑이 같은 교수님들 덕분에 많은 부분을 배웠다. 좋은 선생님이 된다는 게 무엇일까를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학생에게 강조하면서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자 애쓴다.

외국에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면 '한국에는 소리 좋은 성악가는 많다. 하지만 가사의 전달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을 받지 않으려고 독일어 공부를 많이 했다. 독일어 최고 과정 자격증까지 가질 정도로 한국인이라는 외국인이 독어 공부를 열심히 한 셈이다. 어학을 잘 한다고 해서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부분을 (한국 강단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이를 소홀히 하고 유학을 가면 늦을 수 있어서다. 저에게 배우는 제자들이 힘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배우고 유학을 가면 텍스트를 갖고 쩔쩔 매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 2년간 한국 시문학 알리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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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인은 한국의 시문학과 음악을 어떻게 바라보고 소통하길 원했는가?
"오스트리아 노모스 연구소에서 한국의 시문학을 알리는 연구를 2년 가량 했다. 한스 프로라이 작곡가와 첼러 교수와 함께 독일어로 해석하고 소개했다. 한국 시문학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가령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같은 표현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싶어도 '즈려밟고'에 해당하는 독일어가 없다.

한스 프로라이 선생님이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시문학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방원과 정몽주의 역사적인 배경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단심가의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같은 가사는 독일어로 번역함에 있어 단어 하나를 몇 십 분을 설명해야 할 정도로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

오스트리아 찰스부르크에서 한국어로 '하여가'와 '단심가'를 노래했다.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놀라운 건, 관객이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오스트리아 성악가들 역시 저를 직접 찾아와 녹음을 한다. 제가 한국어 발음으로 부른 노래를 듣고는 한국어 발음 그대로를 본인이 노래하기 위해서다. 한국어를 녹음하고 발음을 하나하나 오스트리아 발음기호로 적어 넣는다. 한국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서 불러보고 싶기 때문이다.

너무나 감사했다. 제가 궁금한 건, 한국의 음악을 오스트리아에 알렸을 때 이런 반응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한국에 와서 외국의 정서를 전달할 때 한국 관객의 반응은 어떨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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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독창회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노래를 시대 순으로 배열한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부르는 노래를 일부 넣었다. 이번 독창회에서 부르는 노래 가운데 '쿠르타크'는 유튜브에서도 검색되지 않는다. 헝가리 관객 앞에서 이 불렀을 때 깜짝 놀라던 노래다. 현대곡도 가미된다.

독창회의 타이틀을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로 이름 지었다. 한국에는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이번 독창회를 통해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의 역량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음악은 설명하는 장르가 아니다. 음악은 음악인과 관객이 소통하는 것이어야 한다. 음악적인 감정을 전달했을 때 이를 관객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음악적인 소통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객이 보다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고 감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통 뮤지컬은 보편적으로 즐기는 반면에 성악이나 오페라는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음악을 잘 모르는 대중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다. 음악적인 격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연기적인 부분과 재미,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연주할 때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절대로 지루하면 안 된다. 흥미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음악도 있네' 하는 걸 얻고 갔으면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관객은 지루하고 대중과의 소통은 실패한다. 음악을 통해 관객이 정화하는 것, 깨끗한 걸 드리는 게 제 소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가 많이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 노래를 듣고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하게 들으셨으면 한다. 가곡을 한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정미영 메조소프라노 오스트리아 그라츠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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