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송된 < MBC 다큐스페셜 > '나는 지금 김광석을 부른다'의 한 장면.

지난 19일 방송된 < MBC 다큐스페셜 > '나는 지금 김광석을 부른다'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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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좀 좋아해 주시지, 사람 속 다 태워버리고....."

한때 김광석과 함께 동물원의 멤버였던, 그리고 아직도 동물원 멤버로 남은 김창기. 옆에 있어줄 친구가 필요하다고 뒤늦게 '광석이에게'란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김창기가 인터뷰 말미에 속내를 비추다 끝을 맺지 못한다.

나 역시 그렇다. 사람들이 김광석을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그의 노래를 부를 때마다, 김창기의 저 말과 비슷한 감정이 살짝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에 둔중한 부채감마저 얹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화려한 댄스 음악이 TV 화면을 메울 때 거기에 초라하게 구석을 차지하던 김광석을 보고, '저렇게 한 사람의 시대가 가는구나' 쉽게 단정 지으며 외면해 버렸다.

현란한 새 음악의 조류에 눈과 귀를 빼앗겨 버렸었다. 바로 그의 속을 태워버린 일인이다. 쉽게 그의 노래가 좋다고 말하기 미안하다. 미안해하면서도 자꾸 그의 노래를 읊조린다. 그렇게 유행에 홀려 그의 노래를 외면한 대중 덕분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그는 가고, 여전히 그의 노래는 불린다.

하회탈 같던 김광석의 웃음, 그 속에 남아 있는 슬픔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김광석 '서른 즈음에')

그의 노래를 가지고 만든 뮤지컬만 3편, 그리고 그 작품들이 다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오디션 프로에서는 하도 많이 들고 나와서 이젠 암묵적 금지곡이 되었을 정도요,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란다. 그는 가고, 그의 노래는 여전히 사람들 곁에 남아있다.

지난 19일 < MBC 다큐스페셜 > '나는 지금 김광석을 부른다' 편은 외국에서 살다온 젊은 가수 존박을 내세워 이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되어가는 김광석을 조명했다. 평론가 임진모는 김광석을 9번 타자라고, 더 이상은 다음 타자가 나오지 않는 마지막 9번 타자, 황당하지 않은 이야기로 노래 부르는 마지막 가수라고 평했다. 더 이상 다음 타자가 나오지 않는 마지막 9번 타자 김광석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김광석의 노래는 꼭 그와 시대를 공유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문화적 토양에서 자라나지 않은 존박임에도 김광석의 노래가 좋단다. 존박은 약과다. 빅마마의 멤버 신연아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프랑스인 남편 알렉스도 김광석의 노래를 부른다. 외국인이 들으면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슬퍼지는 노래란다. 김광석만이 표현할 수 있는 '한'이 있다고 정의 내린다.

친구였던 박학기는 하회탈 같던 김광석의 웃음을 기억해 내며, 그는 늘 웃었고, 웃었는데도 슬퍼보였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웃음 속에도 남아있는 슬픔이 바로 그의 노래의 '한'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위로가 되는 그의 노래

 가수 존박

가수 존박 ⓒ MBC


그와 함께 그룹 동물원으로 활동했던 김창기는 당시 동물원의 노래를,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를 보통 사람들의 보잘 것 없는 일상, 서글픈 상념을 공유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한다. 보통 사람들의, 바로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통해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 운동을 하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김광석이기에, 음악평론가 강헌의 말대로, 그의 노래에 운동 이념이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더라도 '시대성'을 노래하는 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중략)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김광석 '일어나')

물론 1990년대 초반 서태지 등이 대중가요 시장을 장악하며 TV에서 그를 마주치기는 점점 힘들어 졌다. 친구 박학기의 말대로 그의 노래는 패셔너블하지 않기에 유행가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에 가슴에 푹 들어오는, 삶의 고개마다 만날 수 있는 진실한 울림이 있다.

뮤지컬 <그날들>을 만든 감독 장유정은 김광석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드는 작업이 흡사 잘 만든 영화의 속편을 만드는 것처럼 부담스럽다고 하면서도 청춘의 골목길에서 자신의 등을 두드려 주었던 그의 노래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뮤지컬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은 그의 노래를 듣고 싶어 16번을 보러 온 관객들로 인해 성황이다. 그가 통키타랑 하모니카 하나로 두 시간 여의 공연을 하던 학전 소극장 그의 부조 앞에는 아직도 종종 그가 좋아하던 술과 음식들이 놓여 있다.

'나 노래 잘하지'가 아닌, '내 마음 알지'라며 노래로 소통하던 김광석은 20살의 김지향이 2013 김광석 따라 부르기에 나서게 할 정도로, 존박과 같은 젊은이도 듣고만 있어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도 여전한 위로가 되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본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1996년 33세의 나이로 김광석은 생을 마쳤다. 그와 시대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 반백이 되어 그를 회고하는 지금에서 되돌아보면, 참 '젊은(?) '나이다. 2013년의 대표적 문화 콘텐츠가 되었고, 여전히 그의 노래가 많이 불리는지 그는 알까. 온 나라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무지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김광석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김광석 MBC스페셜 존박 서른 즈음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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