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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다. 지난 2010년 Mnet <슈퍼스타K2> 슈퍼위크 당시 '네가 날 밀쳐도를 '네가 날 처밀도'로 발음하며 예능의 칼을 빼 들었을 때, 존박의 예능감에 집중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존박은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폭염보다 더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MBC <무한도전> 출연 후 유재석에게 눈도장을 받았고,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강호동과 파트너를 이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으니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심지어 그를 섭외한 예능 PD와 작가는 '예능 천재'라며 엄지를 추켜세운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들며, 적재적소에서 엉뚱한 매력으로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무슨 일인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짓는다. 순수함과 열정을 갖춘 그에게 시청자가 열광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인기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법. 존박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14일 방영된 Mnet <방송의 적> 최종회에서 존박이 이적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현재 그의 심경을 가장 잘 대변한다.

"근데 제 신곡 순위는 계속 떨어지고, 예능 섭외만 들어와요. 띨띨한 걸로…."

 예능대세로 떠오른 존박의 고민. 14일 방송된 <방송의 적> 중 한 장면.

예능대세로 떠오른 존박의 고민. 14일 방송된 <방송의 적> 중 한 장면. ⓒ CJ E&M


이 말에는 존박을 섭외하고자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박에게 어떤 역할을 주문하고, 또 그에게 무슨 이미지를 원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적당히 망가지고, 적당히 굴욕을 당하며, 때에 따라서는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해 달라는 의미다. 본업은 가수인데, 노래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예능에서만 주목받는 현실이 존박에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존박은 <슈퍼스타K2> 참가자 중에서 가장 높은 스타성을 겸비했음에도 연예인이 아닌 음악인이 되고자 김동률과 이적이 몸담은 연예기획사 뮤직팜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노래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비단 존박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많은 배우와 가수들이 한 번씩 거친 통과 의례이기도 하다. 가수나 배우로서는 주목받지 못한 연예인이 예능 출연 이후 재조명되거나 대중스타로 떠오른 일은 비일비재하다. 가장 최근에는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뛰어난 탁구실력을 선보인 후 스타덤에 오른 배우 조달환이 있다. 제국의아이들(ZE:A) 박형식 역시 MBC <일밤-진짜 사나이> 출연 후 인지도가 확 달라졌다.

중요한 것은 대중이 예능에서 드러나는 스타의 어떤 모습에 열광하는 지이다. 조달환과 박형식, 존박은 순수함과 열정을 갖췄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과 상황, 그리고 대사와 리액션이 어느새 정형화돼 가는 시점에서 이들은 단지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호감을 키웠다. 특히 존박은 조그만 역할이라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성실함의 대명사'로 떠올랐으며,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를 뒤집는 푼수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무한도전>에 출연하여 예능인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친 존박

<무한도전>에 출연하여 예능인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친 존박 ⓒ MBC


존박을 향한 예능계의 '러브콜'은 상당 기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성실함을 무기로 진지하게 미션에 임하는 자세는 몸을 쓰거나 도전하는 프로그램에 제격이고, 아직 한국말이 서툰 탓에 말실수하거나 버벅대는 모습 등은 토크쇼와도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그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존박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가수로, 노래로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존박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방송의 적> 최종회에서 이적이 존박에게 건넨 농담 반 진담 반의 조언은 그래서 새겨들을 만하다.  

"그만큼 대중과 가까워졌다고 생각해. 넌 너무 고품격 발라더였어."

조금씩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사이가 된다면 언젠가는 존박의 노래도 관심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결국은 하기 나름이다. 존박이 초심과 균형을 잃지 않고 예능 속 인기를 발판 삼아 본업인 가수 활동에서도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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