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싱의 희망 김지훈(일산주엽체)과 히팅머신 김택민(록키체)이 고국무대에서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다. 김지훈은 지난 20일 예산고실내체육관에서 열린 WBO 아시아·퍼시픽 웰터급 타이틀 결정전에 나서 튜아 마니후루크(인도네시아 챔피언)에게 3라운드 KO승을 거뒀고, 김택민도 이에 앞서 열린 한국 수퍼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김진수(강서문성길체)를 8라운드 TKO로 제압했다.

 한국복싱 세계정복의 선두주자 김지훈

한국복싱 세계정복의 선두주자 김지훈 ⓒ 이충섭


김지훈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복싱의 선두주자이다. 그는 2009년 9월 남아공에서 챔피언 졸라니 마랄리(남아공)를 KO로 제압하고 IBO 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지만, 2010년 8월 IBF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미구겔 바스케스(멕시코)에게 판정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2012년 야쿠부 아미두(가나)를 꺾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NABF 챔피언 레이먼드 벨트란에게 석패하고 말았다.

김지훈은 라이트웰터급으로 체급을 올려 지난 5월 마우리시오 헤레라(미국)에 도전했지만 이 역시도 패배하고 말았다. 김지훈은 고달픈 해외원정을 잠시 접고 고국무대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201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는 그의 경기는 복싱팬들에게 단비와 같았다.

 김지훈의 돌진에 겁먹은 로이 마나후르크

김지훈의 돌진에 겁먹은 로이 마나후르크 ⓒ 이충섭


김지훈은 경기 시작부터 인도네시아 챔피언 마니후르크에게 거침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1라운드 초반 전광석화 같은 레프트 훅으로 완벽한 다운을 빼앗았지만 주심이 이를 못 보고 경기를 지속시키기도 했을 만큼 그의 공격은 매서웠다.

간간이 어퍼컷으로 반격을 노리는 마니후르크였지만, 김지훈은 강력한 압박과 묵직한 주먹을 견뎌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3라운드 57초만의 싱거운 승리였지만, 김지훈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하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승패의 명암이 갈린 두 선수

승패의 명암이 갈린 두 선수 ⓒ 이충섭


김지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해외 원정은 판정의 불리함을 의식하다보니 초반부터 서두를 수 밖에 없어서, 정상적인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국내 경기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더 준비해서 반드시 세계 정상의 꿈을 이루겠다"라고 말했다.

 김지훈이 조인식에서 각오를 말하고 있다

김지훈이 조인식에서 각오를 말하고 있다 ⓒ 이충섭


이에 앞서 열린 한국 수퍼라이트급(63.500Kg) 챔피언 결정전은 메인 이벤트보다 더 박진감 있는 승부로 경기장을 달궜다. 현재 한국랭킹 1위이자 전 한국 수퍼페더급 챔피언, PABA 챔피언 출신의 김택민은 승승장구하다가 일본 선수에게 3연패하며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상대인 한국랭킹 2위 김진수는 최근 일본 원정경기에서 1라운드 1분 만에 호쾌한 KO승을 거두며 기세가 올라 있는 상태였다. 이런 전적을 바탕으로 김진수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계체량을 마치고 포즈를 취한 김택민과 김진수

계체량을 마치고 포즈를 취한 김택민과 김진수 ⓒ 이충섭


하지만 김택민은 '히팅머신'이라는 별명대로 시작부터 왼손잡이 김진수를 상대로 거침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김택민은 그의 장기인 라이트 훅 대신 날카로운 원투 스트레이트로 1라운드부터 김진수를 휘청거리게 했다. 김진수는 당황하며 뒷걸음쳐 로프에 몰린 채 수비에 연연하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택민은 다소 힘이 들어간 펀치로 헛손질을 하면서도 결코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고 경기를 노련하게 운영했다.

 상승세의 김진수였지만 김택민의 커리어에 맥을 못췄다

상승세의 김진수였지만 김택민의 커리어에 맥을 못췄다 ⓒ 이충섭


경기 후반부인 6라운드에 들어서자 김택민은 체력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김진수를 더더욱 압박하며 몰다가, 마침내 8라운드 자신의 스태프들이 바로 지켜보는 홍코너에 상대를 몰아넣고 10여 방의 연타세례를 퍼부었다. 주심은 선수보호를 위해 경기를 중단시키고 말았다.

 거침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김택민

거침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김택민 ⓒ 이충섭


강한 체력과 펀치력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며 제압하는 김택민의 승리방정식이 그대로 나타난 경기였다. 이로써 김택민은 한국타이틀 2체급을 석권하게 되었으며, 그의 소속인 록키체육관(진동엽관장)은 이재성(수퍼밴텀급), 김택민(수퍼라이트급), 이종석(크루저급) 등 한국챔피언 최다 보유(3명) 체육관이 되었다.

 2체급 석권에 성공한 김택민과 그의 스태프

2체급 석권에 성공한 김택민과 그의 스태프 ⓒ 이충섭


오픈 경기에서는 KO승을 거둔 이사야(코리안체)가 돋보였다. 1승 2패의 전적이었던 이사야는 데뷔전에 나섰던 양현우(아이센체)를 상대로 3라운드 15초 만에 강력한 복부 공격으로 생애 첫 KO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생애 첫 KO승을 맛본 이사야

생애 첫 KO승을 맛본 이사야 ⓒ 이충섭


경기결과
- 메인경기(Main Match Result)
                      WBO 아시아.퍼시픽 웰터급 타이틀매치(결정전)
       김지훈  (일산주엽)W    12R<66.680Kg>   L 로이. 튜아 마니후루크 (인도네시아언)
        34전 25승(19KO)9패                                24전 14승(11KO) 8패2무
                          <3R 0/57 KO 김지훈, JI-HOON,KIM>

- 언더경기(Under Match Result)
                        한국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
         김택민(록 키) W      10R(63.500Kg)   L 김진수(강서문성길)
         21전15승(10KO)6패                             9전6승(3KO)3패
                     <8R 3/00 TKO 김택민, TEAK-MIN,KIM>

- 오픈경기(Open Match Result)
1. 정문선(정 수) D           4R(55.000Kg)   D 조광훈(태  양)
   4전1승2무1패                                       1전1무
             <1-1 무승부 / 39-38,38-39,38-38>
2. 현대인(구리동양) L       4R(63.000Kg)   W 장재원(대  한)
   3전1승2패                                            2전2승(1KO)
                      <2R 1/55 TKO 장재원>
3. 고태영(일산주엽) D      4R(57.500Kg)    D 장은성(춘천아트)
   4전1패3무                                            3전2승1무
                <0-1 무승부 / 38-39,39-39,38-38>
4. 이주영(더원복싱) W      4R(70.000Kg)   L  최선옥(국제복싱)
   1전1승                                                  1전1패
            <3-0 판정  이주영 / 40-38,39-37,39-38>
5. 이사야(코리안) W        4R(63.000Kg)    L  양현우(아이센)
   4전2승(1KO)2패                                      1전1패
                         <3R 0/15 TKO 이사야>
6. 임재혁(상 무) L           4R(51.000Kg)    W 송세준(광명신도)
  3전1승2패                                              2전2승
            <0-3 판정  송세준 / 38-39,38-39,38-39>
7. 이영균(김포푸노) L      6R(78.000Kg)    W 이재훈(은  성)
  11전1승9패1무                                       8전4승(2KO)3패1무
           <1-2  판정  이재훈 / 58-56,56-58,56-58>
8. 임진욱(덕천거북) D      6R(54.000Kg)    D  김예준(코리안)
  12전5승(1KO)3패4무                                7전4승(1KO)1패2무
              <1-1 무승부 / 58-57,56-58,57-57>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지훈 김택민 록키체육관 일산주엽체 이사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