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웹툰: 예고살인>의 김용균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더 웹툰: 예고살인>의 김용균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만화가 '책'이 아닌, '인터넷'으로 들어왔다. "공부 안 하고 만화만 본다"는 핀잔을 받던 과거와 달리, 웹툰은 어느덧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지하철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으로 웹툰을 보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의 메가폰을 잡은 김용균 감독은 일상화되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웹툰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고 했다. 만화를 공포와 접목해 신선한 비주얼을 만든 그는 "언젠가부터 공포영화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예산도 줄어들었다"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이 보게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웹툰을 우선순위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계산하지도 않았죠. 이후 웹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막판에 웹툰이 그려지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거쳐 영화가 완성되었는데요. 애니메이션 영화와 다른, 웹툰의 고유한 맛을 살리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단순히 소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죠. 초반부에 얼굴을 난도질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게 실사라면 아무래도 더 잔인했겠죠. 웹툰이 잔인한 장면을 커버하게 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 같습니다."

 영화<더 웹툰: 예고살인>의 김용균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센 장면보다 탄탄한 스토리가 중요해"

영화 <분홍신>(2005)으로 이미 공포영화의 맛을 봤던 김용균 감독은 "1순위는 스토리의 짜임새였다"고 밝혔다. <분홍신>을 재밌게 찍었지만, 스토리의 완결성이 아쉬웠다고. 김 감독은 "<더 웹툰>이 연출과 연기, 스토리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웹툰의 이미지만 남을 것 같아서 조심했다"면서 "100% 극복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극복하려고 노력했고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미지로만 파편화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더 웹툰: 예고살인>은 웹툰작가 강지윤(이시영 분)을 주축으로 다양한 사건이 등장하고 해결되면서 반전을 거듭한다.

"공포는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비현실적인 장르입니다.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맨땅에 헤딩'하는 장르죠. 인간의 삶을 다루는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리얼리티를 깔고 가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극 중 등장하는 각각의 사연의 배경을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리얼리티로 했습니다. 이야기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붕 뜨지 않고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니까요. 공포는 없는 세상을 창조하는 거잖아요. 이야기라는 큰 틀을 믿어주면서 가야 호러신을 재밌게 연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분홍신>을 통해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열심히 노력해 왔다는 김용균 감독은 "이번에도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연구도 많이 했다"면서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게도 아이디어를 얻어서 잘 정리한 영화가 바로 이것(<더 웹툰>)"이라고 겸손을 표했다. "관객에게는 공포와 스릴러가 한 끗 차이일텐데, <더 웹툰>은 공포보다 스릴러에 가까운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김 감독은 "최대한 두 가지가 티 안 나게 잘 섞이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다"고 답했다.

  영화<더 웹툰: 예고살인>의 김용균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정민


공포영화 감독의 부담감은? "공간의 기운에 눌리기도 한다"

극 중 으스스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재건축 단지의 맨션이나 폐 축사에서 촬영할 때면, 실제로 몸이 아프기도 했다. 그곳의 기운에 눌린 셈이다. 김용균 감독은 "그런 곳에서는 꼭 어려운 장면을 찍는데, 이중의 부담이다. 감독으로서 잘 찍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기운 자체에 대한 부담도 있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언덕 위 폐 축사에서는 세월에 찌든 분뇨 냄새와 미세먼지 때문에 엄청 괴로웠다. 영화에 담긴 것보다 현장이 더 묘했는데, 그 느낌을 온전히 못 담아내서 아쉬운 공간"이라고 전했다.

과장된 표정과 하이톤의 목소리로 '로맨틱 코미디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던 이시영은 <더 웹툰>에서 비밀을 지닌 웹툰작가 강지윤 역을 맡았다. "이시영의 실제 목소리 톤은 낮고, 성격도 진지하다"고 말한 김 감독은 "우리 영화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사람인데 시작을 로맨틱 코미디로 했고, 그것으로 사랑받았기에 오히려 <더 웹툰>에서의 모습이 이상할 수도 있다"면서 "이시영을 만나자마자 '잘할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 엄기준은 <더 웹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오히려 '의외의 발견'은 기철(엄기준 분)의 후배 형사인 김영수(현우 분)다. 낯설고 신선한 느낌의 신인 배우를 찾으려고 했다는 김용균 감독은 "현우를 만나 실제로 연기하는 것을 봤다"면서 "준비를 참 많이 해왔더라. 그것을 보고 가능성을 지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우는 미팅 당시 "솔직히 미덥지 않다"는 김 감독의 말에 오디션 아닌 오디션을 보게 됐다. 김 감독은 "열심히 하니까 참 예뻐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더 웹툰: 예고살인>의 김용균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귀신 믿지 않아...결국 인식하는 순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더 웹툰: 예고살인>에는 김용균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도 담겨 있다. 가위에 눌려서 온몸을 움직이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려 강지윤이 작업실 수영장에서 환영을 보는 장면을 연출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등을 읽으며 무의식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김용균 감독은 "귀신을 믿진 않는다"면서 "귀신이라는 존재도 결국은 자기가 '뭔가 이상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평소 가리는 음식 없이 골고루 먹는 김용균 감독은 영화도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골고루 찾아보는 편이다. 우울한 날에는 재밌는 영화를 찾아보고, 한없이 기분 좋은 날엔 엄청나게 우울한 영화를 골라 본다고. "코미디 영화도 좋아하지만, 만들 자신은 없다"고 쑥스러워한 김 감독은 "골고루 좋아하니까 어떤 장르를 하게 되어도 '공부해서 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가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뮤지컬 멜로'다.

"어찌 보면 노하우가 없고, 썩 선호하지 않는 장르죠.(웃음) 그렇기에 더욱 도전하고 싶은 장르입니다. <레미제라블>을 재밌게 봤는데요. '한국형 뮤지컬'에 대해 고민한다면 좋은 것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나리오에서 흥미를 느끼고, 연출자로서 그림이 그려지는 작품이라면 뭐든지 해보고 싶어요. 감독이라는 직업은 많은 스태프나 배우가 물어보면 대답해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어야 가능하죠.

그동안 호러 영화가 많이 실패했어요. 명예도 실추됐고, 선입견도 생겼습니다. 우리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기대감'을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더 웹툰: 예고살인>의 김용균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더?웹툰:?예고살인 김용균 감독 이시영 엄기준 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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