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이정미

뮤지컬 배우 이정미 ⓒ PMC프러덕션


'몸에 맞는 옷'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 항상 떠오르는 뮤지컬 배우가 있다. 바로 이정미다. 통통 튀는 연기는 이정미에게 딱 맞는 '연기의 옷'이다. 이정미의 생기발랄함은 20대 여주인공 누구를 견주더라도 따라갈 이를 찾기 힘들다. 

이정미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젊음의 행진>은 이정미가 초연 때부터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작품이다. <젊음의 행진>에 출연하는 이정미를 코엑스아티움에서 만났다.

- <젊음의 행진>을 처음 시작할 때, 주인공 영심이 역을 어떻게 맡았는가.
"초연 당시 <달고나> 같은 주크박스 형식의 뮤지컬이 있기는 했지만 1980~90년대 노래를 주크박스로 만든 뮤지컬은 없었다. 평소 '영심이'라는 만화도 즐겨봤다. <젊음의 행진>은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라 내가 연기하면 내 것이 되는 공연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이 났다. '만화 속 영심이가 만일 실존 인물이라면 어떤 사람일까?'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잘 표현해보고 싶었다."

- 초연 당시의 영심이와 지금의 영심이가 차이가 있다면?
"영심이는 20대와 30대로 나뉜다. 초연 당시 영심이를 연기하던 나는 20대의 영심이와 가까웠다. 30대의 영심이를 연기할 땐 어른인 척, 나이 먹은 척했다. 세월이 흘러 30대가 되어 보니 나이를 먹어야 할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초연 당시 어린 영심이의 감성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어른 영심이에 가깝게 연기할 수 있다. 나이 먹은 영심이 캐릭터에 욕심이 나고 감정이입이 쉽다."

- <내 마음의 풍금>이나 <맘마미아!>, <밀당의 탄생> 등을 통해 쾌활한 역을 많이 맡았다. 40대에 접어든다면 어떤 톤의 연기를 하고 싶은가.
"내 성격 중 생기발랄한 부분을 극대화해서 캐릭터에 맞게 연기한 게 사실이다. 하고 싶은 연기와 잘할 수 있는 연기를 구분한다는 건 한 작품을 맡더라도 얼마나 실속 있게 연기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본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무대에서 보여주려고 노력해도, 관객은 밝고 명랑한 연기를 기대하더라. 만일 내가 우울하거나 비극적인 연기를 다른 배우보다 소화하기 힘들다면, 이런 연기는 잘하는 다른 배우가 맡는 게 좋지 않겠나.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의 연기 톤이 앞으로의 고민일 수 있다.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계속 어리고 생기발랄한 역할만 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모험 내지는 약간의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이정미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하고 느낄 작품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름에 공연하는 작품에서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에는 터프한 면이 있다. 터프한 연기를 하면서 '이정미에게 저런 면도 있구나'를 느끼게 했으면 한다. 몇 년 더 어려 보일 수 있다면 어린 척하는 연기를 계속하다가 한 큐에 늙어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 그동안 맡아온 캐릭터가 생기발랄하면서도 자기주장이 똑 부러졌다. 앞으로 공연할 터프한 캐릭터도 잘 맞을 것 같은데.
"연기하는 것과 달리 실제 성격은 그리 여성스럽지 않은 면이 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네 성격에 맞는 역할을 할 때가 되지 않았니?'라고 핀잔을 준다. 그래서 여태껏 맡아온 여성스러운 캐릭터가 실은 살짝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도리어 터프한 연기가 편할 수 있다."

ⓒ PMC프러덕션


- 뮤지컬에 맨 처음 발 디딘 계기가 궁금하다.
"중학생 때 남경읍, 김성녀 선생님이 연기하는 <7인의 신부>라는 공연을 봤다. 요즘은 뮤지컬도 흔하고 만능 엔터테이너도 많은 시대지만 당시는 뮤지컬도 흔치 않은 시절인지라 '춤과 노래, 연기 모두 잘하네'하고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때 신선한 충격을 받고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계원예술고등학교에서 연기 공부를 했고,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붙었다. 그때부터 남들보다 일찍 뮤지컬 배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

중학생 때 뮤지컬을 본 것도,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과도기에는 뮤지컬 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 외의 다른 걸 하는 나 자신이 매치가 잘 안되었다."

-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라 방송이나 영화 같은 영역에도 욕심나지 않았는가.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매일 전율을 느낄 공간이 무대만 한 곳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노래에 치중하다 보니 '가수를 준비할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다. 제작 방식이 내가 추구하는 방식과 맞지 않더라. 무대는 협력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다른 장르는 각개 전투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자신이 다른 영역에 눈을 돌리는 걸 반기지 않는 것도 있다. 외도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영화배우가 무대에 오른다고 멋져 보이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멋진 분이라도 무대 위보다 필름 프레임이 돌아가는 촬영 현장이 더 멋진 분이 있다. 무대에 대한 쓸데없는 책임감이 있다."

이정미 젊음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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