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제작발표회에서 이재희 역의 배우 연우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배우 연우진이 한층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왔다. '남자는 서른부터'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그의 나이도 공교롭게 딱 서른이다.
지난해 KBS 2TV <보통의 연애>와 MBC <아랑사또전>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그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MBC 새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인영·연출 김상호). 그가 맡은 이재희는 가난한 환경에도 한태상(송승헌 분)의 후원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촉망받는 인재다. 꾸밈없고 소탈한 성격으로 서미도(신세경 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서미도를 사랑해 온 한태상과 삼각관계를 이루게 된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자신의 역할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연우진은 <아랑사또전>에서의 주왈을 떠올렸다. 그는 "둘 다 나와 닮진 않았지만 연기를 하면서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구나' 느끼는 것 같다"며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는 장난기도 많고 밝아지는데, 재희는 그 부분을 참고해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렸을 때 세 사람의 감정이 동시에 시작된 적이 있었어요. 제가 미안하게도 그 여자친구를 만나게 됐죠. 그래서 저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봐서 양보할 것 같아요. 저는 속으로만 앓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그런데 극중 재희는 그렇지 않겠죠."
▲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제작발표회에서 이재희 역의 배우 연우진과 서미도 역의 배우 신세경이 다정한 모습으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연우진의 각오 "주위의 평가 책임질 수 있도록" '낯을 가린다'는 그의 말처럼, 연우진은 시종일관 느릿하면서도 진지했다. 하지만 천천히 말을 고르고,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모습에서는 강단이 엿보였다. "올해 서른이 되기도 했고, 지난 해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운을 뗀 그는 "좋은 작품도 만나고, 개인적인 일도 겪으면서 확실히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를 단단하게 한 것, 바로 아버지의 부재였다. 그는 "<아랑사또전> 촬영 막바지에 아버지가 돌아가셔 개인적으로 패닉이 왔었다"며 "그때 배우들과 스태프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며 눈물이 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가족들과 더 행복하게 살면서 좋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다짐도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제게 많은 걸 남겨주신 것 같아요. 평생 잊지 않고, 그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가려 해요. 아버지께서 제가 좋은 연기자가 되는 걸 바라셨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그를 잡아준 것은 바로 <아랑사또전>의 김상호 PD였다. 김 PD는 이번 작품에도 메가폰을 잡으며 연우진과의 인연을 이어간다. 연우진 역시 "지난해 KBS에서 상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순간 <아랑사또전> 이야기를 꺼낼 뻔했다"며 "감독님과 함께 해 준 스태프 분들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대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좋은 연기로 보답하는 것이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제작발표회에서 이재희 역의 배우 연우진, 한태상 역의 배우 송승헌, 서미도 역의 배우 신세경, 김상호 PD, 백성주 역의 배우 채정안, 이창희 역의 배우 김성오, 윤동구 역의 배우 조재룡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그래서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상반기엔 어떻게든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남자가 사랑할 때>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다"는 그는 "전작의 감독님과 함께 작품한다는 것에 대해 기대감도 있지만, 부담감도 없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기분이 묘해요. 좋은 것도 있지만, 제가 좀 더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이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것도 없지 않아 있어요. 지금은 그 두 가지 감정이 기분 좋게 오가고 있어요. 이런 감정들을 이겨내고 극중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큰 숙제겠죠. 이번 작품이 끝나고도 빨리 작품을 하고 싶고요. 주위의 평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연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한편 송승헌·신세경·채정안·연우진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는 <7급 공무원> 후속으로 오는 4월 3일 오후 9시 55분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