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Thanks to 유재하'에 출연한 스윗소로우와 봄여름가을겨울

2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Thanks to 유재하'에 출연한 스윗소로우와 봄여름가을겨울 ⓒ KBS


낮은 시청률에 허덕이며 간신히 버티던 SBS <유앤아이>가 얼마 전 폐지됐다. 그나마 남은 MBC <아름다운 콘서트>,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아직 살아 있지만 일요일 늦은 오후 방송되어 월요일의 쏟아지는 피로를 감수해야 하거나, <슈퍼스타K4>에 밀리기 십상이다.

세상은 각박해져만 가는데 마음을 울리는 음악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생존한 이 음악 프로그램도 그저 고고하게 "내가 순수 음악 프로그램이야" 할 수 없고, 다양한 특집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자 애쓴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화려함이 아닌 음악 프로그램만이 추구할 수 있는 감동적인 특집을 만났다. 2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Thanks to 유재하'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내건 특집이라는 점에서 KBS 2TV <불후의 명곡>이 떠오른다. 선배 가수 한 사람을 모셔놓고 후배 가수들이 나와 그의 노래를 부르는 이 프로그램 말이다. '선배 가수에 대한 오마주'라는 외피를 내세웠지만, <불후의 명곡>의 본질은 경연이다. 선배 가수의 노래에 갖은 양념을 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추억에 잠기지만, 새롭게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편곡, 가창력, 무대 매너 등에 눈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온전히 노래를 즐기게 되진 않는다.

그러나 'Thanks to 유재하'는 달랐다. 겨우 1집을 내놓고 그조차도 알리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한 그였다. 하지만 친구 전태관의 말처럼 "누구보다 자신의 노래를 알리고 싶어했던" 유재하를 기리기에 이만한 특집은 없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것이 스스로 설명하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존재론이다.

수식어는 필요 없다. 그저 우리가 유재하의 음악이라 알고 있는, 아니 그렇지 못하더라도 한 번은 '저 노래 좋은데'라고 생각했던 유재하의 1집을 오롯이 들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유재하의 뒤를 잇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 모여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이제 그 몸은 존재하지 않지만 음악계의 거인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흔적은 충분히 기릴 수 있었다. 그의 친구, 후배들이 '사랑하기 때문에'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을 뜨겁게 한 진정한 애도의 시간이었다. 음악 하는 사람을 음악으로 추모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아마 하늘의 유재하도 모처럼 행복했을 것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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