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큰 두 눈에 설렘이 가득했다. 혹은 긴장이었을까. 단편영화 <더 픽쳐스>(2007)를 제외한다면 새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영화 <가비>를 맞이하는 그의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가만히 서 있는 모습에도 여러 감정을 담으려 했는데, 관객분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이 말을 김소연은 인터뷰 말미에 꺼내놓았다. <가비>에서 고종을 독살하라는 임무를 받아야 했던 '따냐'는 김소연이 감정을 누르고 또 눌러서 만들어야 했던 캐릭터였다. 미묘한 감정만 얼굴에 순간 스쳤다 사라지는 장면들을 위해 15번, 16번 반복해서 찍어야 했다고.

"처음엔 '잘해서 영화 시나리오들을 내게 오게 만들어야지'하는 치기 어린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촬영을 할수록 따냐의 설득력이 관객에게까지 갈 것이냐 아니냐가 신경 쓰이더라고요. 제가 예쁘게 나오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시 상황에서 따냐가 선택해야만 했던 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게 통했으면 좋겠어요."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모든 게 처음 같았던 시간들..."이제 여배우"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그의 설렘과 긴장감이 어느 정도였을까. 홍보와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며 몸이 녹초가 돼도 잠은 3, 4시간 이상 자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한 언론 시사에 앞선 영화의 기술 시사에선 화면에 잡힌 자신의 속눈썹 개수를 다 셌을 정도였다고 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하니 처음 하는 게 왜 이리 많을까요. 이렇게 카페에서 얘기하는 것도 처음이고 쇼 케이스도 부러웠거든요. 그래서인지 요즘 신인 같다는 생각 들더라고요. <아이리스>때도 그랬지만 유난히 더 그래요. 낯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요."

정말 간만에 복귀작인데 앞뒤로 만만치 않은 영화들이 붙었다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미 공효진의 <러브픽션>이 흥행 강세를 보이며 치고 나가는 사이, 김민희는 <화차>를 통해 아낌없이 명배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김소연이 출연하는 <가비> 바로 뒤엔 한가인이 출연한 영화 <건축학 개론>이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신기한 일인 거 같아요. 영화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붙는데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게도 큰 도움이 될 거 같고요. 어렸을 때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이 2라운드를 맞았다는 얘기를 듣는데, 여자를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 없었던 거 같네요. 여자 얘기 재밌는데 미묘하고 복잡하고 그런 게 좀 있잖아요."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철없던 20대 후회되기도 한다"..."지금이 가장 좋아"

인터뷰 중 마침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을 너무 좋아한다던 김소연은 "이런 날 심수봉 선생님 노래를 들으면 딱!"이라며 감상에 젖었다. 술자리에서도 그는 '비지엠(BGM, 배경음악) 담당'이었다고. 심수봉의 '비나리', '사랑밖에 난 몰라'에서 이은미 노래까지...김소연의 감성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내친 김에 '옛날이야기' 좀 나눠보기로 했다. 20대의 김소연, 말 그대로 청춘스타의 아이콘이지 않았는가. 데뷔 당시 TV 드라마와 각종 광고 등, 말 그대로 상종가였던 그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기도 했다. 그때 김소연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20대를 생각하면 왜 그렇게 후회되는 날들이 많았는지...'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안 했을 텐데' 하는 게 너무 많아요. '난 왜 그리 미성숙했지?', '연기는 왜 그리 집중 못했을까' 그 찰나의 기억들에 대해 후회가 많은 것 같아요. 후회라기엔 좀 그렇지만 20대 마지막쯤에 <아이리스>를 만나서 30대를 맞았어요. 최근 3년의 일들이 더 기억에 남네요.

중국에 나가서 드라마를 찍기도 했잖아요. 그러지 말고 조금 더 한국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요? 중국활동을 하고 와서 공백이 생겼어요. 한류가 물론 좋다고는 하지만, 그때 한국 관객들도 설득 못시켰으면서, 중국 관객을 어떻게 설득 시키겠어요?"

꺼내기에 민감할 수도 있겠지만 김소연은 중국 진출 당시를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준비를 하고 가더라도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 했다고 곱씹고 있었다. "2010년 종영한 <검사 프린세스> 덕에 여전히 중국 등에서 러브콜이 오는 상황"이라지만 김소연은 "이젠 신중해질 거고, 조금 더 한국 팬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진짜는 결국 됩니다. 꼭 현실로 옵니다"

정상에만 서 있었다면 지금의 김소연이 나올 수 있었을까. 서른 초반을 지나고 있는 김소연은 이제야 시작이라며 눈빛을 밝히고 있었다. 김소연 역시 한 꺼풀 껍질을 벗어 던질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런 그에게 사회진출을 앞둔 동년배, 그리고 젊은 청춘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있는지 물었다. 김소연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일이 없어 쉴 때 정말 저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마저 너무 힘들어했어요. 그들이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제게 '다른 걸 찾아보지 않겠니'라며 조심스럽게 권하기도 했죠.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뻔한 말을 던지기는 그렇고요.

저랑 같은 직군이 같은 분들이라면 이런 말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진짜는 결국 되게끔 돼 있는 거 같아요. 진짜로 원하고 진짜로 임한다면 기회는 오거든요. 근데 이게 얼마나 어렵게 오는 기회겠어요. 저 역시 너무 흘려보낸 게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또 큰 시작일 수도 있어요. 제가 스무 살 때 지금 나이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또 시작점에 있는 거 같거든요. 왜 점을 보면 '말년이 좋아, 나중이 좋아' 이러는데 그 말년은 꼭 와요. 그 나중이 꼭 현실로 옵니다."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가비>에서 따냐 역의 배우 김소연이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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