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4곳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함에 따라 각 방송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2월 1일 4곳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함에 따라 각 방송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이미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개국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은 합동으로 12월 1일 소녀시대·샤이니·원더걸스 등 가수들의 축하 무대가 포함된 '종합편성채널 개국 공동 축하쇼'를 열어 종편의 시작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몇 번' 채널에서 종편 방송을 접할 수 있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에 "빠른 시일 내에 채널을 결정해 발표하겠다"면서도 "15번~20번 사이의 번호가 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15~20번대 번호라 해도 현대 HCN·CJ헬로비전·티브로드와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마다 각각 다른 번호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종편이 진정한 콘텐츠의 맛 보여주려면 시간·노력 들 것"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종편 채널 역시 지상파와 같이 의무적으로 송출되지만, 이같이 종합유선방송사마다 다른 번호를 부여하는 이상 종편채널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6번은 SBS, 7번은 KBS 2TV, 9번은 KBS 1TV, 11번은 MBC'와 같은 인식을 시청자에게 확실히 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초 종편 채널들이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8번, 10번과 같은 번호보다 비교적 뒤쪽으로 밀린 15~20번대 번호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한 번에 끌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차라리 번호가 빨리 정해졌다면 사전 홍보라도 했겠지만, 개국을 닷새 앞둔 지금도 '오늘, 내일'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종편으로서는 또 하나의 부담이 추가된 셈이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JTBC개국설명회.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JTBC개국설명회. ⓒ 이정민


이에 따라 종편채널이 초반에는 부침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편채널마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을 장담하고 있지만, 콘텐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떤 채널에서 방송되느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음식과 그릇의 관계 같은 것"이라고 운을 뗐다. "본질인 음식도 중요하지만 그릇이 예뻐야 더욱 관심이 갈 텐데, 채널이 뒤로 밀린다면 시청자들이 느끼는 채널의 무게감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 그는 "종편채널이 진정한 콘텐츠의 맛을 보여주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다.

관건은 '지속성'...버틸 것이냐, 나가떨어질 것이냐

뿐만 아니라 종편의 채널 선정은 당장 드라마나 예능과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부분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드라마나 예능을 제작하기 위한 대부분의 비용은 PPL이나 광고 수익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널이 뒤쪽 번호로 밀릴수록 광고주의 선호도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채널이 많이 늘어나면 좋은 영향도 있겠지만 제작 환경이 힘든 건 매한가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비를 확보하는 주요 수단인 PPL이나 광고에서 지상파와 종편이 대결한다면 상대적으로 종편의 광고주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처음 종편이 생긴다고 했을 때 제작 편수가 늘어 좋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작업을 함께 할 배우와 작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12월 1일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 채널A 개국을 앞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채널A 개국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채널A 카메라 기자가 기자회견장을 취재하고 있다.

12월 1일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 채널A 개국을 앞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채널A 개국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채널A 카메라 기자가 기자회견장을 취재하고 있다. ⓒ 유성호


이제 이것저것 설명할 필요도 없다. 며칠 후면 종편들은 당장 리모컨을 쥔 시청자 앞에서 평가받게 된다.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지상파와 상당한 물량 공세를 펼치며 도약을 준비하는 케이블 채널 사이에서 종편도 살벌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종편은 앞으로 일어날 '다채널 전쟁'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매체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채널도 지금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데 몇 십 년이 걸렸는데, 종편이 단기간에 이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은 욕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종편이 야심차게 내세우는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42.195km 마라톤을 버티어 낼 것이냐, 100m를 전력질주하고 나가떨어질 것이냐는 이제 종편 스스로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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