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 곽진성


당신에게 2011 프로야구는 어떻게 기억될까?

올 한해 야구계는 다사다난했다. 야구를 사랑했던, 야구인들이 사랑하던 '천상 야구인'들의 비보가 유난히 많은 한해였다. 스토브리그를 방불케하는 감독 경질과 사퇴 소식도 이어졌다. 그런 이유로 어떤 야구팬들에게 있어선, 상실감이 컸던 한 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값진 땀방울을 흘리는 선수들의 열정이 그런 아쉬움을 달랬다. '프로'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선수들은 멋진 플레이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심장이 뛰는 흥분, 가슴이 벅차는 열기. 그런 행복한 야구가 한국시리즈에 있었다.

기자는 MBC SPORTS+ <베이스볼 투나잇 야>의 김민아 아나운서(28)와 동행 취재하며, 한국시리즈 5차전의 뜨거운 열기를 수첩에 담았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결정되는 순간은 짜릿했고, 감동적이었다.

자, 이제 함께 가보자. 가슴 뛰는 야구장으로, 심장이 뛰는 덕아웃으로!

#현장, 허락된 자만이 즐기는 '가을 야구'

 한국 시리즈 현장을 찾은 MBC SPORTS 김민아 아나운서, 이효봉 해설위원

한국 시리즈 현장을 찾은 MBC SPORTS 김민아 아나운서, 이효봉 해설위원 ⓒ 곽진성


지난 10월 31일, 한국시리즈 시작을 3시간여 앞 둔 오후 3시, 잠실 야구장에는 삼성과 SK 유니폼을 갖춰 입은 야구팬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경기는 시작 전이었지만, 장외의 경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열광적인 팬들의 응원을 힘에 업은 양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MBC SPORTS+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진행하는 김민아 아나운서와 이효봉(48) 해설위원도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한국시리즈가 갖는 무게감 때문일까. 두 사람은 총총 그라운드를 누비며, 선수들의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체크했다. 김 아나운서는 한국 시리즈의 매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시리즈는 한 시즌을 대표하는 최고와 최고의 대결입니다. 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야구에서의 가을은 허락되는 자만이 즐길 수 있습니다. 진정한 야구의 가을이 바로 한국시리즈에 있는 것입니다."

가을의 전설을 위해, 삼성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반면 SK는 3연승을 거둬야 하는 어려운 처지였다. 그래서일까, 이런 상황은 두 팀의 덕아웃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돌부처' 오승환 선수의 좀처럼 보기 힘든 백만불짜리 웃음

'돌부처' 오승환 선수의 좀처럼 보기 힘든 백만불짜리 웃음 ⓒ 곽진성



 종이컵을 입에 물고, 활짝 웃고 있는 배영수 선수

종이컵을 입에 물고, 활짝 웃고 있는 배영수 선수 ⓒ 곽진성


삼성 덕아웃에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오승환(29) 선수가 활짝 웃고 있었던 것이다. 좀처럼 웃지 않아 '돌부처'라는 별명이 붙은 그였기에, 밝은 웃음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오승환 선수 옆에서는 간판 투수 배영수(30) 선수가 종이 컵을 입에 물은 채, 미소를 보였다. '아기사자'로 불리는 정인욱(21) 투수도 슬며시 웃었다.

 삼성 라이온즈 정인욱 투수

삼성 라이온즈 정인욱 투수 ⓒ 곽진성


하지만 미소와 여유 속, 삼성 선수들의 눈빛에선 '필승'의 의지가 엿보였다. 5년 만의 우승을 위해, 이제 단 1승만이 남은 상황. 삼성 선수들은 SK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이번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를 마무리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특별한 세리머니를 준비한 선수도 있었다. 삼성 타자, 박석민 선수였다. 고글을 직접 준비해, 그는 이번 5차전 승리를 누구보다 갈망했다. 김민아 아나운서가 그 이유를 들려줬다.

"박석민 선수는 2006년 우승 당시 주전이 아니었기에,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본인이 주역이 될 수 있다며 가슴 벅차하는 표정이었습니다. 4차 전에서 박석민 선수가 만든 선취점이 결승타였죠."

 SK 김상진 투수코치

SK 김상진 투수코치 ⓒ 곽진성


삼성의 덕아웃의 여유와는 달리 SK 덕아웃에선 웃음 대신 진지함이 엿보였다. 훈련 내내 긴장감이 가득했다. SK 김상진 투수코치는 선글라스 속에 표정을 숨기고 있었다. 까만 선글라스 속에 보이는 것은, 반사된 취재진의 모습이었다.

이만수 감독 대행도 5차전에서는 웃음 대신,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훈련을 지켜봤다. 허구연(MBC 야구해설위원), 이용철(KBS 야구해설위원)과 대화를 나누는 이만수 감독 대행의 모습이 진지했다. 5차전에 임하는 SK의 각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만수 SK 감독대행과 허구연, 이용철 해설위원

이만수 SK 감독대행과 허구연, 이용철 해설위원 ⓒ 곽진성


 응원을 부탁하는 SK 정근우 선수

응원을 부탁하는 SK 정근우 선수 ⓒ 곽진성


"(한국시리즈) 계속 가야죠~! 기 좀 불어넣어주세요~!" (정근우)

훈련을 하러 나가던 SK 정근우(29) 선수가 김민아 아나운서를 보고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비룡' 활력소 박희수 VS '사자' 활력소 안지만

 박희수 선수와 김민아 아나운서, 인터뷰 도중 웃고있다

박희수 선수와 김민아 아나운서, 인터뷰 도중 웃고있다 ⓒ 곽진성


1승 3패, 위기의 SK 와이번스였지만, 투수진은 든든했다. '비룡' 군단의 박희수 선수는 믿음직한 SK 불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포스트 시즌부터 이어진 호투로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 박 선수는 "포스트 시즌 후, 소개팅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라는, 근황(?)을 들려줬다.

그 말에 김민아 아나운서가 웃으며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박희수 선수는 대답 대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색한 정적이 흐르자, 김민아 아나운서가 화제를 돌렸다.

"아참, 박희수, 선수. 우리 나이 동갑인 거 모르셨죠?" (김민아)
"아뇨. 알고 있어요!" (박희수)
"네? 정말요?" (김민아)
"네. 그리고....." (박희수)

 박희수 선수, "포스트 시즌후, 소개팅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박희수 선수, "포스트 시즌후, 소개팅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 곽진성


잠시 후, 박희수 선수는 말을 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좋아하는 '소개팅 상대 스타일'에 대한 답을 찾은 듯했다. 박 선수가 말을 이었다. 그에겐 지금 소개팅보단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네. 그리고 전 소개팅보단, 팀이 우승하는 데 전념하고 싶어요."

박희수의 선수의 답변은 침체되어 있던 SK 팀에 활력을 주는 듯했다. SK의 활력소가 박희수(28) 선수라면, 삼성의 활력소는 동갑내기 안지만(28) 선수였다. 안선수는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화제가 됐던 아이패치,'발라버려' 문구를 만든 주인공이었다. 패기 넘치던 문구 덕분인지, 4차전에서 삼성은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삼성 라이온스 안지만 선수와 김민아 아나운서

삼성 라이온스 안지만 선수와 김민아 아나운서 ⓒ 곽진성


5차전에서도 안지만 선수는 아이패치에 특별한 문구를 새길 계획이었다. 문구 내용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하는 '오늘이다'였다. 하지만 '아이패치에 하얀색을 칠하는 것은 타자들의 시야를 흐릴 수 있다'는 SK 와이번스의 자제 요청으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이다'는, 5차전 승리를 통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한결 같은 꿈임에 틀림 없었다. 그런 기대 속에, 운명의 5차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김연아 시구에,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 술렁~

 김연아 선수의 시구

김연아 선수의 시구 ⓒ 곽진성


경기 시작을 앞두고 열린 시구는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5차전 시구자로 깜짝 등장했기 때문이다. 삼성 배영수 선수는 코치진에게 시구를 가르치는 선수가 누군지를 캐물었다.

"오늘 김연아 선수, 시구 가르치는 거 누가 합니까?" (배영수)
"(윤)성환이!" (삼성코치)
"아......." (배영수)

'윤성환'이라는 답변에, 배영수 선수는 못내 아쉬운지 탄식을 질렀다.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른 삼성 투수들의 볼멘 소리가 이어졌다.

"그냥, 김연아 선수 가르치는 거 (우리) 셋이서 하면 안 됩니까?"

 김연아 선수가 시구를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김연아 선수가 시구를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 곽진성


하지만 결국 김연아 선수의 시구 연습을 도와준 것은 윤성환 선수의 몫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그런 윤 선수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런데, SK에도 삼성 선수들 못지않은 김연아 선수의 팬이 있었다. 이만수 감독 대행이었다.

SK 이만수 감독 대행은 시구를 마치고 나오는 김연아 선수에게 달려가 악수를 청했다. 악수 후, 이만수 감독 대행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빅스마일'을 되찾았다.

최고의 한국시리즈답게 최고의 스타들이 함께했다. 시구는 김연아였고, 애국가는 씨스타의 효린이 나섰다. 효린은 정성을 다해 애국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렇게 대망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시작됐다.

뜨거운 응원전, 이것이 한국시리즈다

 삼성팬과 SK 팬의 뜨거운 응원전

삼성팬과 SK 팬의 뜨거운 응원전 ⓒ 곽진성



 한국시리즈 5차전

한국시리즈 5차전 ⓒ 곽진성


경기장에는 2만7천 명의 팬들이 운집해 있었다. 삼성 팬들은 좌측에서 거대한 사자 풍선을 놓고 응원을 펼쳤고, SK 팬들은 팀 유니폼을 입고 나와 우측 관중석을 붉게 물들였다.

5차 전에서 양팀은 앞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다. 삼성은 차우찬이, SK는 고든이 마운드를 지켰다. 양팀의 에이스들은 최선을 다한 역투를 이어갔다. 타자들은, 혼신을 다하는 투수들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하지만 팽팽팽했던 투수전은 4회초, 강봉규의 솔로 홈런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1:0리드를 해나간 삼성은 우승에 더욱 한발짝 다가섰다. 앞서 나간 삼성에겐 8회 2사 1,2루가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이었다.

8회, 삼성은 특급 마무리 오승환 선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오 선수는 5차전 이전 1, 2, 4차전에 모두 등판해 2세이브를 방어율 0.00을 기록 중이었다. 그런 오승환이 다시 한번,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출동한 것이다.

 김민아 아나운서, 오승환 선수의 사인볼을 들고있다

김민아 아나운서, 오승환 선수의 사인볼을 들고있다 ⓒ 곽진성


 오승환 선수 사인볼

오승환 선수 사인볼 ⓒ 곽진성


시합 전, 김민아 아나운서는 오승환 선수에게 사인볼을 하나받았다. 방송에 소개를 하기 위해서였다. 김민아 아나운서 손에는 오승환의 사인공이 있었다.

"오늘 삼성이 끝낸다면, 마지막 헹가래 투수는 오승환이겠죠? 오늘 류중일 감독도 10대 0이 되더라도 마지막은 오승환을 등판시킬 거라고 했거든요. 오승환의 등판은 '2011 프로야구 마지막 경기'의 상징적인 것이니까요. 삼성이 이긴다면, 오늘이 2011시즌 제 마지막 방송을 의미하기도 해서 받아왔어요. 시청자들에게 선물로 보내주려구요."

경기 전, "그 싸인 볼, 제가 한 것 아닌데요?(웃음)"라고 웃음을 보였던 오승환 선수는 마운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투수로 변해 있었다.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승환 선수는 환상적인 마무리로 팀의 한국시리즈 4번째 우승(통산 5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 시리즈 마무리, 마지막 여운

 2011 한국시리즈의 우승은 삼성 라이온즈였다(사진: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팝업창)

2011 한국시리즈의 우승은 삼성 라이온즈였다(사진: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팝업창) ⓒ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팝업창


2011 프로야구 '가을의 전설'은 삼성이었다. 10월 31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SK 와이번스를 1:0으로 누르고 빛나는 가을잔치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한국시리즈 5차전은 우승팀인 삼성은 물론, 준우승팀인 SK에게, 그리고 경기를 지켜본 많은 야구인들에게 의미 깊은 시합이었다. 600만 관중 시대, 출범 30주년을 맞는 야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응축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우승 소식은, 스튜디오에서 '야' 방송을 준비하는 김민아 아나운서를 분주하게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결정된 오늘 밤은, 바로 올 한 해, '베이스볼 투나잇 야'의 마지막 방송이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들에게, 그리고 그런 야구 선수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방송인들에게 10월 31일은 2011 한해의 야구가 끝났음을 알리는 하루였다. 그래서일까? 김민아 아나운서는 오승환 선수의 사인볼을 옆에 놓고, 방송의 클로징 멘트에 많은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올시즌 마지막 '야' 방송을 준비하는 김민아 아나운서, 옆에는 패널로 참여하는 스포츠서울 장강훈 기자

올시즌 마지막 '야' 방송을 준비하는 김민아 아나운서, 옆에는 패널로 참여하는 스포츠서울 장강훈 기자 ⓒ 곽진성


한국시리즈가 마무리된 지 20여 분 후, 2011 프로야구를 마무리하는 '야'의 마지막 방송이 시작됐다. 김민아 아나운서는 장강훈 <스포츠서울> 기자와 한국시리즈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끝난 후,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2011 프로야구의 끝에서 남긴 클로징 멘트가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2011 야구를 사랑하던, 야구팬들이 사랑했던 여러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돌이킬 수 없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갈 이야기 속에 그들을 평생 기억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베이스볼 투나잇 야' 한 시즌 함께 해준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 드리겠습니다."  (베이스볼 투나잇 야 클로징 멘트)

 베이스볼 투나잇 야,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올시즌 '야' 방송도 마무리 됐다

베이스볼 투나잇 야,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올시즌 '야' 방송도 마무리 됐다 ⓒ 곽진성


일구이무(一球二無), 떠난 공은 주워담을 수 없다. 그렇기에 야구는 슬픔과 행복이 공존하는 우리내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아픔도 안고 가야 할 운명이다. 2011 프로야구의 끝.

당신에게 2011 야구는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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