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kbs <해피투게더3>에 카라와 함께 출연하여 웃음을 선사했던 지상렬

9월 20일 kbs <해피투게더3>에 카라와 함께 출연하여 웃음을 선사했던 지상렬 ⓒ kbs 해피투게더


김광수PD가 복귀한 이후 <해피투게더3>(이하 <해투>)에서 큰 변화가 있다면, 눈에 띌 정도로 잦은 개그맨들의 출연이다. 영화 <가문의 수난> 홍보보다 한 때 잘나가던 예능인 탁재훈의 입담 쇼에 가까웠던 방송분을 제외하고 그 이후 한 회도 빠짐없이 개그맨들이 출연했던 <해투>이다.

심지어 9월 8일 방송분은 최고의 개그맨을 뽑는다는 명분 하에 박성호, 김준호, 김대희, 박성광, 이승윤, 송준근, 정태호 등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간판 개그맨들이 총출동하였다. 9월 15일에는 웬만한 개그맨들을 울게 할 정도로 막강한 예능감을 가진 붐, 장윤주, 하하, 고영욱이 출연했음에도 그 사이에 개그맨 김현철을 투입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개그맨들의 연이은 출연에 20일 방송은 신곡을 내고 한국 활동을 시작한 한류스타 '카라'를 위한 특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역부족인지 지상렬, 박휘순, 허경환에 몇 만원에 부를 수 있다는 <해투> 단골 게스트 전현무와 '손병호 게임' 창시자 손병호까지 모셔오는 열성을 보였다. 이쯤 되면 <해투>의 개그맨들을 출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모른 척 할 수 없다.

거의 한 회도 빠짐없이 개그맨들이 등장하는 <해투>

사실 <해투>의 개그맨 사랑은 광수PD 복귀에서부터 시작된 일은 아니다. 탁재훈, 차태현 처럼 말을 잘하는 출연자도 없고, 오직 드라마, 영화 홍보 출연 차 나오는 티가 역력한 게스트 특집이면 그들과 전혀 관계없는 개그맨을 투입시키는 <해투>다. 게스트들 간의 유별난 공통점이 있어야 출연할 수 있다는 MBC <놀러와>는 할 수 없는 섭외이다.

얼마 전 <공주의 남자> 팀이 드라마 홍보 차 <해투>에 사우나를 즐기려 왔을 때는, 평소 예능 출연이 많지 않았던 이들을 배려하여 조만간 약속된 행사 때문에 중간에 나가야 하는 김준호, 김대희를 불러오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김준호와 전현무는 <해투>가 난관에 빠졌을 때 구원 투수 격으로 나서는 반 고정에 가까운 단골 손님이다. 거기에다가 '최고의 개그맨 1차 결정전'에 출연한 박성광과 이승윤은 최근에 김병만, 류담, 노우진으로 구성된 달인팀과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 낯익은 게스트였다.

이처럼 <해투> 제작진이 어떻게 해서든지 개그맨들을 <해투>에 불러오는 것은, 단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웃음이 필요해서다. 또한 그들은 다른 게스트들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섭외가 가능한 편이다. 거기에다가 평균 이상의 웃음은 보장되니 <해투> 제작진으로서는 고마운 개그맨들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개그맨들은 공중파 방송에서 자신들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여겨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오죽하면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 중인 '갈갈스'는 아예 방송에서 대놓고 척박한 환경에 놓여있는 개그맨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준 tvN에 감사하는 낯 뜨거운 찬양송까지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리얼버라이어티와 서바이벌 오디션에 밀린 개그맨들

리얼 버라이어티와 서바이벌 오디션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예능인이라기보다 개그맨에 더 적합한 이들을 위한 무대가 공중파에서는 오직 KBS <개콘>밖에 없는 현실에 그나마 <개콘>이라도 있는 KBS 공채 출신 개그맨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그들마저 자꾸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얼굴들에 치여 <개콘>마저 나올 수 없다면, 한 때 남부럽지 않게 잘나갔지만 지금은 케이블 방송국 개그프로그램에 참으로 오랜만에 나오는 선배들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그래서 그들은 김준호처럼 대박을 터트리기는커녕 미덥지 않은 반응이 이어져도 기꺼이 <해투>의 러브콜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정말로 웃긴 개그맨이라도 불리지만 정작 <해투>나 <세바퀴>에서는 암담한 기억만 가지고 있는 박성호는 자신에게 <해투>는 약탕기라고 하였다. 그와 함께 개그를 시작했던 동기, 후배들이 하나둘씩 개그 무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개콘> 무대를 지키고 있는 그야말로 다른 개그맨들의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 역시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늘 <개콘>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도 미약한 반응에도 자꾸만 출연하고자하는 것이고, 계속 약탕기에 쥐어 짜이는 약재가 되길 자청하는 셈이다.

언젠가는 김준호처럼 <해투>를 달콤한 '카라멜 마끼아또'로 여기는 날이 오기까지 말이다. 그래야 <해투>에서 받았던 주목을 발판삼아 다른 예능에도 진출할 수 있거나, 하다못해 자신의 몸값을 올려 더 많은 행사라도 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비록 출연 개그맨들을 약탕기처럼 쥐어 짠다고 하더라도 <해투>는 더 많은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를 바라는 개그맨들에게 있어서 한 줄기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다. 아마 앞으로도 제2의 김준호를 노리며 <해투>의 사랑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그맨들은 나날이 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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