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염병' 등과 같은 대사를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있을까. 분명 서양인인데 전라도 방언을 구사하는 욕쟁이 할머니부터 생긴 것과 다르게 '허당'인 늑대, 통역기가 필요한 속사포 날다람쥐, 순수하지만은 않은 주인공 빨간 모자까지. 동화 속 등장인물과 다르게 불온하고 엉뚱한 매력을 가진 그들이 <빨간 모자의 진실2>로 돌아왔다.

전편인 2006년작 <빨간 모자의 진실>은 영상미의 한계를 코믹한 설정과 맛깔 나는 대사로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애니메이션이었다. 대개의 3D 애니메이션이 수백억의 제작비를 감수하면서 CG 표현에 집중하는 동안 <빨간 모자의 진실>은 극의 짜임새와 유머를 신경 썼다. 요리책 도난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4명이 각자 알리바이를 증명하며 진실을 파헤쳐가는 흥미로운 이야기 덕분에 조악한 영상은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5년 만에 마이클 디사 감독이 내놓은 속편 <빨간 모자의 진실2>는 3D 입체영상을 시도하는 등 대단한 결심이 깃들어 있는 듯 보인다. 1편에서 결성된 '해피엔딩 수사국'의 등장인물은 그대로지만 배경은 작은 숲을 나와 도시 전체로 확대됐다. 심지어 주인공 빨간 모자는 무려 쿵푸액션 스쿨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여전사로 거듭났다.

 김수미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는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김수미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는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 The Weinstein Company


이야기는 사악한 마녀가 헨젤과 그레텔, 그리고 이들을 구하려 했던 할머니까지 납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소식을 듣고 훈련 중 뒤늦게 구출작전에 합류한 빨간 모자는 쿵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1편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선보인다. 덕분에 1편이 추리극이었다면 2편은 액션 활극으로 변모했다.

픽사나 드림웍스 등 대형 스튜디오의 제작비에 미치지 못하는 저예산으로도 국내에서 100만 관객 몰이를 했던 <빨간 모자의 진실>의 흥행 비결이 참신한 추리극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속편이 블록버스터로 변신한 건 아쉽다.

분명 <미션임파서블>의 오토바이 추격 장면을 오마주로 담는 등 스케일이 더 커지고 화려한 작품이 됐지만 전작만큼의 긴장감이나 소소한 재미는 떨어지고, 액션으로 승부하기엔 영상미가 여전히 부족하다. 다만 전작의 흥행에 일조했던 것처럼 한국 정서에 맞게 의역한 대사, 각 캐릭터에 어울리는 목소리연기는 흥행의 구원투수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장게장밖에...", "소는 누가 키워"
애드리브와 유행어 살린 영화 속 대사들
3일 왕십리 CGV에서 열린 <빨간 모자의 진실2>의 시사회에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이시영, 김수미, 노홍철, 박영진이 참석했다. 욕쟁이 할머니 역의 김수미와 속사포 날다람쥐 역의 노홍철은 전작에 이어 속편에서도 캐스팅됐다.

전작에서 강혜정이 연기한 빨간 모자 역을 맡은 이시영은 "<빨간 모자의 진실>을 설레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며 "(캐릭터처럼) 활발하고 씩씩한 성격이 나에게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살려서 8~10시간 녹음에도 지치지 않고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빨간 모자의 진실2>로 첫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게 된 이시영은 먼저 성우로 캐스팅된 김수미가 추천했다고. 김수미는 예쁘지만 정의롭고 힘도 센 빨간 모자 역에 이시영을 추천한 이유로 "얘가 복싱을 했잖아"라며 이시영의 건강한 매력이 어필했음을 설명했다.

김수미는 전작과 같이 능숙한 전라도 사투리와 애드리브로 작품을 살렸다. 대표적인 애드리브 대사는 "나는 간장게장밖에 담을 줄 몰라". 서양인 캐릭터가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에 대해 김수미는 "미국도 서부, 동부 사투리가 다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빨간 모자의 진실2>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왼쪽부터) 노홍철, 김수미, 박영진, 이시영. 노홍철과 김수미는 전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성우로 캐스팅됐다.

<빨간 모자의 진실2>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왼쪽부터) 노홍철, 김수미, 박영진, 이시영. 노홍철과 김수미는 전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성우로 캐스팅됐다. ⓒ 영화사 하늘


무엇보다 자신의 유행어를 대사에 사용한 장면은 객석의 즉각적인 폭소를 이끌어냈다. 성깔 있는 개구리, 폴짝이의 목소리를 연기한 개그맨 박영진은 개그콘서트 '두분토론'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 "어디 여자가 운전을 해", "소는 누가 키워" 등의 유행어를 대사로 썼다. 노홍철은 "분량이 적어서 애드리브를 많이 넣을 수 없었다"면서도 "좋아, 가는 거야~"라는 유행어는 빼놓지 않고 활용했다. 특히 노홍철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 속사포 날다람쥐에 대해 "외국 성우는 녹음한 것을 빨리 돌렸다는데 나는 그냥 했다"고 말해 자신이 날다람쥐 역할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배우 각자의 특성이 담긴 더빙이 맛깔스러운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2>는 6월 16일 개봉한다.


빨간 모자의 진실2 이시영 김수미 노홍철 박영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