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동성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 시네마달


'체위'라는 표현과 상의를 탈의한 남성 동성애자들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만큼 유해한 모습일까?

6월 개봉 예정인 동성애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예고편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심의에서 '유해성 있음'으로 판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종로의 기적> 배급사 시네마달에 따르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30초 분량의 <종로의 기적> 예고편 시작 부분에 나오는 "체위에 관한 논쟁이 붙었어요"라는 대사와 장면을 문제 삼아 심의를 반려했다. 2초 정도 분량이 유해하다며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이혁상 감독 "단 2초 때문에 심의에서 반려되었다는 것 납득하기 힘들다"

▲ 영화 <종로의 기적> 예고편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 유해성 있으므로 판정돼 논란이 일고 있는 6월 개봉 예정인 동성애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예고편. ⓒ 시네마달


작품을 연출한 이혁상 감독은 영등위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체위'라는 대사와 퀴어 영화 리허설 장면 두 컷이 포함된 단 2초 때문에 심의에서 반려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이성애자 주인공인 영화였어도 반려됐을까요? 게이의 체위는 불온한가요?"라며 영등위의 심의 결과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급사 또한 영등위의 심의 반려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네마달의 홍보 책임자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 <친구사이?>의 본편, 예고편 심의를 두고 논란이 되었던 영등위의 동성애차별 의혹이 <종로의 기적>을 통해 다시금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판정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등위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앞부분 2초 분량을 삭제하고 재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예고편을 통한 사전 홍보를 포기하고, 온라인을 통해 관객들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영등위가 지나치게 동성애와 관련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시선이었다.

트위터 반응 "옥보단3D도 개봉하는 판에 너무하는구만"

 동성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의 한 장면

동성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의 한 장면 ⓒ 시네마달


누리꾼들 또한 영등위의 처사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예고편을 본 누리꾼들은 "체위란 단어가 나와서 유해하다면, 국어사전도 유해하다" "옥보단3D도 개봉하는 판에 너무하는구만" "체위라는 대사는 공중파 부부클리닉에도 나오죠"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는 "체위는 그냥 보통 명사이고 앞 장면도 바지까지 입고 그냥 레슬링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영등위의 결정이 과하다고 지적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해 영등위가 보편적인 심의 기준보다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종로의 기적>은 네 명의 게이들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낸 영화다. 동성애자인 감독이 같은 입장에 있는 게이들의 모습을 밀착 취재했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돼 다큐멘터리 최고상인 피프 메세나 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종로의 기적>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한국 LGBT 공동체의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훌륭한 작가성과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을 열고 들려주는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로부터 우리는 연민과 유머를 느끼고, 그들의 투쟁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고 작품을 평가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동성애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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