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

30일,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 ⓒ SBS 화면캡처


'128.59점' (김연아 프리스케이팅 점수)

지난 4월 30일 열린, <2011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김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 열연이 끝나고 점수가 공개되었을 때, 그녀의 우승을 확신하던 대한민국의 피겨팬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안도 미키(일본)의 점수(130.21점)에 뒤진, 2위(128.59점)를 기록했다는 뜻밖의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는 2번의 점프 실수가 있었지만, 나머지 점프와 각 요소(스텝, 스핀, 스파이럴 등) 등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우승에 대한 기대에 부풀게 했다.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150.06점에는 못미치지만, 133~137점 정도의 점수를 예상할 만큼 훌륭한 연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밖의 결과가 김연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연아의 아름다운 스파이럴, 은반 위를 수놓다

30일 오후 9시 51분, 김연아는 국민들의 가슴을 적시는 '아리랑' 선율에 맞춰, 애환 어린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가 흥얼거려지는 가락에 맞춰, 김연아는 은반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첫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두 번째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트리플살코+트리플토룹)를 시도한 김연아는 어려운 트리플 살코 점프는 성공시켰지만, 트리플토룹은 1회전을 도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개과정의 문제였고 김연아는 조금 흔들렸다. 트리플 플립 점프를 시도했지만, 역시 1회전에 그치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30일,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

30일,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 ⓒ SBS 화면캡처


2번의 점프 실수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김연아는 화려한 레이백 스핀과 이어진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성공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최대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난이도의 트리플 러츠 점프가  김연아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힘차게 도약을 시작했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오랜 체공 시간 후 완벽한 자세로 착지했다.

이후, 김연아는 <오마주 투 코리아> 프로그램과 완벽히 하나가 됐다. 플라잉 싯스핀과 함께 시작된 프로그램 상의 구슬픈 구음은 관중들을 더욱 그녀의 연기에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오마주 투 코리아>의 상징과도 같은 김연아의 아름다운 스파이럴이 은반 위를 수놓았다. 관중석 곳곳에서 환호성과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올 만큼 최고의 장면이었다.

이후, 트리플 살코와 더블 악셀로 점프 요소를 모두 마친 김연아는 이번 시즌 더욱 일취월장한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대한민국의 미를 살린,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할 만했다.

결국 눈물 흘린 김연아, 해설하던 러시아 전설도 울먹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긴장되는 표정으로 점수를 기다렸다. 약간의 점프 실수가 있었지만,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는 1위 안도 미키(프리:130.21점)(합산:194.50)의 점수를 넘기에 충분한 연기라고 판단한 듯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공개된 점수는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그리고 시청하던 대한민국 피겨 팬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128.59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점수에 김연아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김연아는 <2011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합산 2위(194.50점)를 기록하며, 화려했던 피겨퀸의 귀환을 마무리지었다.

 30일,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상식

30일,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상식 ⓒ SBS 화면캡처


이어진 시상식에서 김연아 선수는 밝은 미소를 지으려 애썼지만, 마음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녀의 눈물은 많은 대한민국 팬들을 울렸고, 세계의 많은 관계자들의 심금을 흔들었다. 특히, 그녀와 동병상련의 기분을 느낀 듯한 러시아 피겨의 전설 이리나 슬루츠카야는 피겨 여자 싱글 시상식 해설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그녀가(김연아가) 웁니다. 아마도 기쁨으로..." (남자앵커)
"난 그리 생각 안합니다."  (이리나 해설위원)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2관왕과 유럽 피겨선수권대회 7관왕의 기록을 지닌 이리나 슬루츠카야는 러시아 피겨의 대스타다. 현재 러시아 한 방송국의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2011 세계 피겨선수권> 해설을 맡은 그는 시상식 중계 도중 격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이리나는 김연아의 울음이 기쁨 때문일 것이라는, 남자 앵커의 말을 빠르게 반박하며 잠시 후 울먹인 것이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트 동계 올림픽 당시, 월등한 연기를 펼치고도 미국의 사라 휴즈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이리나였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김연아 이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던 이리나는, 누구보다도 김연아의 눈물을 의미를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2011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은 눈물의 시상식을 통해 끝이 났다. 하지만 '1.29점' 차이를 빚어낸 판정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적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김연아 선수는, 왜 우승을 놓치게 되었을까?

적수 없다던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 왜 우승 놓쳤나

ISU 테크니컬 스폐셜리스트 변성진(41·대한빙상연맹 기술위원)은
프리스케이팅 경기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저는 이번 대회가 많이 아쉽네요. 꼭 한국을 알리는 연아가 1등을 거절당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김연아 선수도) 억울해 어제 시상식 때 울었나 봐요."

변 기술위원은 우선, 김연아 선수와 안도 미키 선수의 경쟁에 대해 간략적인 총평을 했다. 우선, 김연아 선수가 우승을 놓친 이유 중 하나가 2번의 점프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근소한 점수 대결로 가게 된 것은 김연아 선수의 점프 실수가 결정적이라는 말이었다.

"안도 미키 선수는 (전날, 쇼트 경기에 비해) 좀 잘탔고, 연아 선수는 트리플 풀립 점프랑 트리플 살코 뒤에 붙은 더블 토룹 점프 등 이렇게 두 개를 놓쳤으니 결국은 실수를 해서 진 거라고 봐야겠지요."

 30일,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

30일,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 ⓒ SBS 화면캡처


하지만 변 기술위원은 이와 함께, 프리 스케이팅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김연아 선수가 준우승에 그친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더 언급했다. 안도 미키가 GOE에서 편파적인 점수의 혜택을 얻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오마주 투 코리아> 음악이 외국 심판에게 우리만큼의 감동을 못 전해 줬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마주 투 코리아는 쇼트 프로그램 지젤보다(도) 훨씬 감동적이었어요. 스텝도 훨씬 독창적이고 다이나믹했고요. (스케이팅도) 보통 때랑 비슷하게 탔는데, (프리스케이팅 점수에서) 진 이유는 두 가지 아닐까요? 하나는 누리꾼들의 말대로 안도 미키 선수를 작정하고 올려준 게 아닐까 하는 거고요. 또 하나는 한국 음악이 우리에게 매우 감동적인 만큼 외국 심판 분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GOE 점수, 김연아의 우승 좌절시켜

변 기술위원은 김연아 선수의 기술적 우위를 들어 안도 미키의 GOE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쇼트프로그램 '지젤'이 끝난 후, 변 기술위원은 김연아 선수의 점프와 스텝 등이 "올림픽 때 수준을 능가"했다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가 점프 후 받은 GOE는 기대이하였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한 트리플 럿츠 점프의 경우, 지난 2010 벤쿠버 올림픽 때의 완벽한 점프와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훌륭했다. 타 선수보다 도약과 높이, 착지 등에서 월등했다, 하지만 GOE는 단 0.9점에 불과했다.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트리플 럿츠 GOE 2.0점과는 너무나 판이했다.

 김연아의 <오마자투코리아>의 아름다운 스파이럴

김연아의 <오마자투코리아>의 아름다운 스파이럴 ⓒ SBS 화면캡처


반면 안도 미키의 경우, 문제점이 훤히 보이는 트리플 럿츠 점프를 했다. SBS 피겨 중계를 맡은 방상아 해설위원이 방송 중에 '회전수가 부족'을 지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연아 선수와 똑같은 GOE 0.9점을 받았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연아는 두 번째 점프였던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룹에서도 의아한 GOE를 받았다. 비록 콤비네이션인 트리플 토룹를 싱글 처리하는 데 그쳤지만, 트리플 살코 점프 자체는 수행요소를 무난히 처리했기에 준수한 GOE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여기서 GOE를 전혀 받지 못하고 말았다.

또 전매특허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의 수행요소를 완벽히 해내고도 GOE가 1.60점에 그쳤다. 적어도 GOE 2.0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점프였기에 아쉬움이 컸다. 이에 반해 안도 미키는 큰 실수를 저지른 더블 악셀-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제외한 모든 요소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이 될 수 없었다. 변 기술위원은 프리 스케이팅에서 김연아와 안도 미키의 극과극 점프 GOE를 받은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연아 선수의 점프의 GOE가 안 나오는 것은 (김연아의 점프가) 보통보다 못해서가 아니에요. 결국 요소마다 GOE를 다 받은 안도 미키 선수에게, 점수를 작정하고 준 거라고밖에 볼 수 없네요."

김연아는 이미 승자, 편안한 스케이팅 하길...

 김연아 선수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 연기 후, 아티스트 'KiRen'씨가 완성한 김연아의 <오마주투코리아>

김연아 선수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 연기 후, 아티스트 'KiRen'씨가 완성한 김연아의 <오마주투코리아> ⓒ KiRen


변 기술위원은 <오마주 투 코리아>에 대해, 우리의 정서와 외국 심판들의 정서와 달라 생각보다 점수가 낮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한국 음악이 우리에게 매우 감동적인 만큼 외국 심판 분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뒤쪽에 구음 부분이 저는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아마도) 심판들에게는 작년 올림픽 프리 프로그램 음악(조지 거쉰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에 비해 조금 단조롭다고 생각되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김연아가 야심차게 준비한 <오마주 투 코리아>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전해줬다. 스텝과 안무 등의 화려함은 쇼트프로그램 <지젤>보다 더 독창적이고, 다이나믹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했다. 피날레와 같은 <2011 세계선수권대회>는 비록 아쉽게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지만, 그녀가 흘린 땀방울과 실력은 우승 만큼 값졌다.

 30일,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상식, 친콴타 회장이 김연아 선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30일,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상식, 친콴타 회장이 김연아 선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SBS 화면캡처


시상식장에서 ISU 친콴타 회장은 김연아 선수에게 메달을 걸어준 후 정중한 목례를 했다. 우승자인 안도 미키(일본), 3위를 차지한 자국 선수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에게도 없던 파격적인 예우였다. 피겨스케이팅 120년 역사에서, 최초로 '나라에 대한 존경'을 프로그램으로 승화시킨 김연아의 연기를 친콴타 회장은 어떻게 봤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제 2010 벤쿠버 동계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1년여의 길고 길었던 '김연아의 도전'은 끝이 났다. 최선을 다한 연기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김연아에게 뜨거운 박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필생의 꿈과, 국가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오마주 투 코리아' 프로그램을 감동적으로 끝낸 김연아는 국민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오늘(2일) 저녁,<2011 ISU 세계피겨선수권> 갈라쇼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피겨스케이팅 2011시즌, '김연아아 귀환'이 있어 즐겁고 행복했다. 이제, 21살 피겨 퀸 김연아가 오랜 부담의 짐을 내려놓고 좀 더 편안히 스케이팅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즐거운 스케이터가 되고 싶다는 본인의 오랜 꿈을 향해, 그녀가 행복한 날개를 펴길 바란다.

김연아 2위 오마주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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