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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부산에서 뜻 깊은 무료상영회가 열린다. 지난 1월20일 영화진흥위원회의 '201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상업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개봉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억 미만의 저예산 영화 73편의 관객이 모두 합쳐 89만여 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관객 수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 발표가 있었다. 현재 한국독립영화가 어느 정도까지 위기에 몰렸는지 알려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한국독립영화가 전체는 아니라고 해도 몇몇 작품은 극장에서 충분히 상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영화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들까지도 확대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관객 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부분이다.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이야기해도 모자라지만 한국독립영화가 살아남아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해주어야만 한국 영화의 밑둥이 튼튼해질 수 있다.

이렇게 한국독립영화가 어려운 시기에 시네마테크부산에서 '인디스데이: 한국 장편 독립영화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2월과 3월 연달아 작년에 개봉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던 독특한 특색을 가진 독립영화 네 편을 초대하여 무료상영 후 감독 GV를 연다.

이번에 시네마테크부산에서 일반관객들과 만나는 작품은 <불청객>, <마녀의 관>, <호수길>, <빗자루, 금붕어 되다>이다. 작품 완성도와 함께 감독의 강렬한 특색이 들어가 있는 작품인 만큼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무료상영일자와 영화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2월23일 저녁 7시30분 <불청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하여 많은 SF팬들의 입소문을 탔던 <불청객>이 시네마테크부산의 '인디스데이: 한국 장편 독립영화 스페셜' 첫 작품으로 상영된다. 이응일 감독이 연출한 불청객은 단 2000만원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당연히 우리가 익히 봐왔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SF영화와 그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백수들의 수명을 빼앗아가는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의 포인트맨까지도 이전에 봐왔던 매끈한 SF영화 캐릭터와 분명 다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것은 강렬하다. 우리 사회에서 무능력자 혹은 사회부적응자로 취급받는 젊은 청춘들을 내세워서 SF설정을 통해 생각 이상의 쓴 맛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예산의 부족함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이야기로 메워낸 작품이 바로 이응일 감독이 연출한 <불청객>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개봉관이 너무 적어서 이 작품을 보지 못한 관객들이라면 이번 시네마테크부산의 무료상영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3월2일 저녁 7시 30분 <마녀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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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일 처음 선을 보였던 <마녀의 관>은 독립영화만 할 수 있는 독특함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러시아 작가 고골의 소설인 <비이>란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소설 자체가 너무나 철학적이기 때문에 상업용 영화로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이런 작품들까지도 감독이 만들고자 하면 충분히 연출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상당히 실험적인 영화다.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모두 연극처럼 진행이 된다. 영화란 것이 스크린 위에서 진행되는 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적인 요소를 완벽하게 살려내면서 원작의 묵직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 자체가 너무나 실험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특히 감독과의 GV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박진성 감독과의 GV가 기대되는 이유다.

3월9일 저녁 7시30분 <호수길>

<호수길>은 정재훈 감독이 자신의 동네를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동네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담아낸 부분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익숙한 풍경과 동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소리를 영화에 넣었다. 마치 감독이 처절하게 관찰자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오래지 않아서 날선 장면으로 바뀌게 된다. 이유는 재개발이 진행되면서다.

평온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이 동네는 일순간에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철거가 진행이 되면서 사람이 살아가던 따뜻한 온기가 모두 사라지고 없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살기 편안한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 재개발을 하면서 과연 그곳이 정말 인간이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는지 묻고 있는 영화다. 인간이 살지 못하고 재개발이란 미명하에 온 동네가 파헤쳐지면서 동네에 살던 고양이와 개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마치 이 동물들의 모습이 인간의 미래 같이 보여진다.

3월16일 저녁 7시30분 <빗자루, 금붕어 되다>

<빗자루, 금붕어 되다>는 감독의 장인 정신이 녹아 있는 영화다. 마치 모든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듯한 CCTV카메라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나이 많은 장필(유순웅-연극 염쟁이 유씨)을 통해서 사회에서 극단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시원이란 몇 평 남직한 방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장필의 모습이 마치 우리 사회에서 올 갈 곳 없이 막판으로 몰린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동주 감독은 자신이 직접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얻었던 여러 가지 감성들을 이 영화에 담아 놓았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 거의 시도하지 않는 여러 가지 카메라 기법들은 왜 독립영화가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려주는 것 같다. 관객들에 따라서 시선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이 작품은 수작 독립영화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예술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인디스데이: 한국 장편 독립영화 스페셜' 관람 및 이용에 대한 문의는 시네마테크부산 051-742-5377, http://cinema.piff.org로 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네마테크부산 인디스데이: 한국 장편 독립영화 스페셜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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