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타준족. 잘 치고 잘 달리는 야구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타석에서는 언제든 한 방을 칠 수 있고, 루상에 나가면 다음 루를 호시탐탐 노릴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 타자로서는 최고의 재능이라 할 수 있다.

호타준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록은 역시 '20-20 클럽'이다. 한 해에 20개 이상의 홈런과 20개 이상의 도루. 다재다능한 선수를 상징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패넌트레이스를 모두 끝낸 2010 프로야구에서는 이 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

김성한이 '20-20' 시대 열고, 박재홍이 '30-30'으로 꽃피워

 30-30 클럽에만 3번이나 가입했던 '라틀 쿠바' 박재홍

30-30 클럽에만 3번이나 가입했던 '라틀 쿠바' 박재홍 ⓒ SK 와이번스

한국 프로야구에 20-20 클럽 시대를 처음으로 연 선수는 바로 해태 타이거즈의 '오리 궁뎅이' 김성한이다. 김성한은 1989년 26홈런-32도루를 기록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번째로 20-20 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됐다.

90년대 들어서 20-20 클럽 가입자는 더욱 늘어났다. 1991년엔 '연습생 신화' 장종훈(빙그레 이글스)이 35홈런 21도루를 기록했고, 92년엔 '로보캅' 송구홍(LG 트윈스), '악바리' 이정훈(빙그레), '대도' 이순철(해태)이 나란히 20-20 클럽에 이름을 올리며 '호타준족'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94년엔 LG의 '캐넌히터' 김재현(현 SK 와이번스)이 신인 최초로 20-20 클럽에 가입했는데, 김재현에게 20번째 홈런을 맞은 투수는 현재 SK에서 함께 뛰고 있는 이호준이다(투수로 입단한 이호준은 96년부터 타자로 전향했다).

'리틀 쿠바' 박재홍(현 SK)은 프로야구 최초로 30-30 클럽 시대를 열었다. 96년 30홈런-36도루로 30-30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박재홍은 무려 세 차례(96,98,2000년)나 30-30 클럽에 가입하며 프로야구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군림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심한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99년엔 무려 6명의 20-20 클럽 가입자를 배출했는데, 그 중 제이 데이비스(한화 이글스)와 이병규(LG), 홍현우(해태)는 30-30 클럽이었다.

개인별로는 박재홍과 '양신' 양준혁(삼성 라이온즈)이 4차례씩으로 가장 많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KIA 타이거즈)이 3번으로 뒤를 잇고 있다. SK의 안방마님 박경완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이던 지난 2001년 포수 최초로 20-20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5년 만에 끊어진 호타준족의 명맥

 19홈런 16도루로 아쉽게 20-20 클럽 가입에 실패한 전준우

19홈런 16도루로 아쉽게 20-20 클럽 가입에 실패한 전준우 ⓒ 롯데 자이언츠

작년까지만 해도 덕 클락(넥센 히어로즈), 강봉규, 신명철(이상 삼성)이 20-2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엔 '호타준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20-20 클럽의 명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이다.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 낸 타자는 모두 15명으로 예년에 비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지만,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 낸 선수 중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시킨 선수는 12도루를 기록한 최정(SK)이다.

가장 아깝게 20-20을 놓친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수 전준우다.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해 주전 자리를 꿰찬 전준우는 19홈런 16도루로 아쉽게 기록 달성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 밖에 SK의 박정권이 18홈런 17도루에 머물렀고, 지난 2년 동안 한화와 히어로즈에서 20-20 클럽에 가입했던 '슈퍼맨' 클락은 12홈런, 12도루의 기록을 남기고 올스타전 직후에 퇴출되고 말았다.

투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대호(롯데) 같이 발 느린 타자는 굳이 상대할 필요 없이 주자로 내보내는 게 나았고, 출루율이 낮은 이대형(LG)에게는 '맞아 봐야 단타'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승부할 수 있었다.

잘 치고 잘 달리던 다재다능한 타자의 실종

올 시즌 홈런왕 이대호는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아시아 신기록(56개)을 세운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 냈고, 도루왕 이대형은 역대 최초로 3년 연속 60도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러나 주력과 장타력에서 각각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던 두 선수를 다재다능한 타자라고 보긴 힘들다. 상대하자니 홈런을 맞을 거 같고, 내보내자니 내야를 흔들 것만 같았던 베터리들의 '골칫거리' 호타준족의 부재가 아쉬운 올 시즌이었다.

프로야구 호타준족 20-20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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