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프로농구 용병 영입 방법이 현행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으로 변경된다

2011년부터 프로농구 용병 영입 방법이 현행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으로 변경된다 ⓒ 대구 오리온스


한국농구연맹(KBL)은 12일 이사회를 통해 2011년 이후 용병 선발 방법을 현행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자유계약은 영입이 금지된 리그와 연봉상한선만 잘 지킨다면 각 팀들이 필요로 하는 용병을 마음껏 영입할 수 있는 제도로 이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리그에서 운영된 적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양산하며 폐지된 전례가 있다.

뛰어난 용병들의 영입... 국내 선수들의 입지 축소

자유계약시절엔 최고 수준의 유로 리그로 평가받는 스페인에서 영입된 피트 마이클(전 오리온스)과 독일리그 베스트5에 빛나는 크리스 윌리엄스(전 모비스) 등 거물급 선수들이 대거 한국 땅을 밟으며 리그의 질은 이전보다 향상됐지만 끊임없이 뒷돈 관련 의혹이 흘러나오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유계약 첫 적용을 받았던 04-05시즌엔 용병 연봉 상한선이 2명 합계 28만 달러, 선수 당 최고 연봉은 20만 달러로 정해져있었지만 피트 마이클을 비롯한 이른바 빅리그 출신 용병들은 1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연봉을 수령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즉 높은 연봉을 받는 몇몇 뛰어난 용병들이 국내 리그를 잠식했고 이 여파로 가장 중심에 서있어야 할 토종선수들은 변방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특히 용병과의 경합이 불가피한 센터/포워드 포지션을 용병들이 완벽히 장악하며 국내선수들의 입지를 축소시켰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은 한 시즌 평균 득점 35.1의 신기원도 피트 마이클이 이기적인 플레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쌓은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협회는 결국 2006년 12월에 있었던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48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겪은 것이 시발점이 되면서 자유계약을 폐지하며 드래프트 제도로의 회귀를 선포했다. 뽑을 수 있는 선수 모집단이 정해지는 드래프트 제도는 자유계약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용병들의 국내 입성을 막을 순 없지만 뒷돈 의혹에서 벗어나고 국내선수들의 운영 폭을 넓히기 위한 차선책이었다.

국내선수들의 입지 확대... 식물용병 양산의 폐해 

 역대 프로농구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피트 마이클

역대 프로농구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피트 마이클 ⓒ 대구 오리온스


협회의 바람대로 용병 선발 방법을 전환한 이후 국내선수들의 활약은 이전보다 향상됐다.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용병과 경쟁이 가능해졌고 특히 하승진(KCC)을 필두로 한 장신 선수들의 입지는 용병들의 수준이 떨어질수록 확대됐다. 

KBL은 2009-2010 시즌엔 용병 보유를 2명으로 하되 동시에 출전시킬 수 없는 새로운 조항을 만들며 용병제도를 더욱 축소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았다. 용병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 것이 화근이었다.

드래프트라는 제한된 인재풀을 사용함에도 최근 3년간 미국프로농구(NBA), 2년간 스페인을 비롯한 6개 리그(터키, 이탈리아, 이스라엘, 러시아 그리스, 중국)에서 뛴 경험이 없어야만 국내 입성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결국 수준이하의 용병들이 쏟아졌다.   

'식물 용병' 폴 밀러(전 오리온스), 제러드 호먼(전 오리온스) 에반 브락(전 삼성) 등을 비롯한 수많은 용병들이 먹튀로 평가받았고 몇몇은 실력 이외에도 끊임없는 잡음을 일으키며 농구팬들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용병들의 경기력 문제는 지난 시즌에 극에 달했다.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용병들의 수준이 떨어지면서 역대 한 경기 최소득점(47점)과 양 팀 합계 한 경기 최소득점(109점) 기록이 새롭게 나오는 등 저득점 경기가 속출했고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문태영·LG)의 기록은 역대 최저인 21.87점이었다.

저득점 경기를 용병하나의 문제로 단언할 순 없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협회도 결국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5년 만에 전격적으로 용병 자유계약제 부활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성공여부는?

KBL은 덧붙여 최근 3년간 NBA 경력 선수와 2년간 유로 리그 및 컵 대회에서 출전했던 선수가 아니면 영입이 가능하며 보수 상한선을 17만5000달러에서 40만 달러(7개월)로 대폭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선수 영입 시장을 확장시켜 우수한 용병 영입의 기회를 넓혀줌과 동시에 기존 자유계약시절의 병폐였던 뒷돈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비교적 높은 연봉을 상한선으로 책정한 것이다.

2011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자유계약 방식은 국내선수의 입지를 넓히며 뛰어난 용병 또한 국내로 영입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명의 용병만을 보유하기 때문에 각 팀은 이전보다 더욱 신중하게 선수를 영입할 것이고 리그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문제 등에 의해 국내 선수 의존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자유계약이라는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깨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KBL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쟁에 치우쳐 다시 한번 뒷돈 의혹과 여러 가지 병폐를 양산해 낸다면 KBL이 시행할 수 있는 용병제도의 출구전략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프로농구 출범 13년 만에 1인 용병제도를 여는 것과 동시에 5년 만에 자유계약을 부활시킨 KBL의 결단이 과연 한국프로농구의 중흥과 토종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프로농구 용병자유계약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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