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영화 <밀크>가 개봉했다.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시상했던 <밀크>는 동성애자로서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위해 정치인의 삶을 선택했던 하비 밀크의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다소 늦게 한국에서 개봉했지만, 오히려 지방선거의 닻이 오른 올해에 개봉한 탓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 많은 영화이다.

 

영화 <밀크> 당선의 축배를 드는 하비밀크

▲ 영화 <밀크> 당선의 축배를 드는 하비밀크 ⓒ 네이버

 

하비 밀크,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정치인의 삶을 선택하다!

 

성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 미국이지만, 1970년대의 미국은 그러하지 않았다. 동성애자들에게 있어서 1970년대 미국은 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할 공권력도, 자비를 베풀어야 할 종교도 그들의 편은 아니었다. 세금을 내는 똑같은 시민권자였지만, 공권력은 그들을 지켜주기는커녕, 그들을 폭력적으로 탄압했다. 종교도 마찬가지였다. 신의 섭리를 이야기하며 그들의 인권을 박탈했다. 폭력과 편견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설 자리마저 잃어갔다.

 

동성애자인 밀크는 40살이 되던 해, 그러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속이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새로운 애인 스콧과 샌프란치스코로 향한 밀크는 카스트로라는 곳에 자리를 잡고 상점을 낸다. 그리고 그곳은 얼마 가지 않아 동성애자들의 해방구가 된다.

 

사회적 약자들이 다수의 폭력에서 살아남는 법. 그것은 연대일수밖에 없다. 카스트로를 거점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들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었다. 더 나아가 그들은 그들의 조직된 힘으로 노동자들의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그 운동을 승리로 이끈다. 이제 카스트로는 동성애자의 해방구를 넘어, 사회적 약자들이 더불어 사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받으면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길은 바로 정치인이 되는 것이었다. 쉽지는 않았으나, 3번의 선거 낙선이라는 아픔을 딛고, 당당히 시의원이라는 배지를 단다. 그리고 사회의 불합리한 차별에 맞서, 동성애자들의 인권,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전개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흔히 하는 말로 '스타 정치인'이 된다. 하지만 그의 나이 48살! 반대파 시의원 댄 화이트에 의해 저격을 당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

 

영화 <밀크> 시의원에 당선된 하비밀크

▲ 영화 <밀크> 시의원에 당선된 하비밀크 ⓒ 네이버

 

영화 <밀크>에서 정치를 읽다!

 

짧았던 하비 밀크의 활동이었다. 하지만 정치의 참의미는 무엇인지, 정치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그 활동은 결코 짧았다고만 평할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이 그의 죽음 이후, 거대한 추모 촛불 행렬이 샌프란치스코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밀크>는 정치에 임하는 정치인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정치를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잘 보여준다.

 

시간이 갈수록 상승주가를 올리는 하비 밀크 의원에게 댄 화이트 의원은 질투를 가득 담아 "당신은 이슈가 많다"며 이야기 한다. 하지만 여기에 하비 밀크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일은 이슈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문제였다"라고 대답한다. 정치란 어떤 것인지, 정치인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함축적으로 담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이 된다는 것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유명세와 권력을 가져다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러한 인식이 만연하다.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고, '정치인=출세'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언론 보도에 따르며, 현재 전국 230개 기초단체장 중 비리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은 41%인 94명(대법원 유죄판결 29명 포함)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이 차지하는 위상이 어떠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치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빠지지 않는 말은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그들의 탓이 아니다.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 대한 질타보다 우선 되어야 할 것은 정치인들의 자성과 반성, 정치의 변화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있어서 정치는 생존권

 

정치는 이슈가 아니라는 하비 밀크의 말이 감동적인 것은 정치의 의미를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있어서, 서민들에게 있어서 정치는 이슈가 아니라 생존권이다. 하지만 기성 정치에서 그러한 정치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인기몰이를 위한 이슈이거나, 기득권의 권익을 보장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진보정치이다. 진보정치는 우리에게 있어서 생존권이다.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2002년 겨울, 내가 진보정당의 당원이 된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었다.

 

최근, 전공노, 전교조의 정당 가입 여부를 두고 시작된 공방이 민주노동당의 당비를 겨냥하며, 민주노동당의 탄압으로 번져나갈 시점, 난 한 블로그에서 민주노동당의 당비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2003년 두산중공업에 맞서 분신한 배달호 열사. 그는 손배소 가압류를 받고 있었지만, 죽는 날까지 당비 납부를 미루지 않았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미래를 열기 위한 담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정말 공감했다. 수많은 진보정당 당원들이 매달 5천원-1만원의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꾸준히 당비를 내는 이유이다. 우리에게 진보정치는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의 주인으로! 

 

영화 <밀크>는 결국 참다운 정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서민들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은 바로, 정치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우리는 정치를 그렇게 여기지 못한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 우리에게

정치는 항상 우리 삶의 뒷전이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권리,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정치의 주인으로 나선 정치의 주인으로 나선 하비 밀크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그러했기에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탄압에 맞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비 밀크의 실천과 경험은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제2의 하비밀크가 탄생하는 지방선거가 되길 바란다

 

지방선거의 닻이 올랐다.

신문에서도 이제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라는 건, 5+4가 어떻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혹은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질타가 아니다. 나와 우리들의 삶에 정치가 주요한 문제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삶을 보듬어줄 수 있는 정치인을 만나고, 정치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니, 우리가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희망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으면 삶은 가치를 잃습니다."

"나는 하비밀크입니다. 당신을 동지로 모십니다. "

라는 하비밀크의 말이 아직까지 울림이 있는 이유이다.

제 2의 하비밀크는 우리가 만든 것이다.

제 2의 하비밀크의 탄생을 기대하며, 가자, 6.2 지방선거로!

2010.03.07 10:47 ⓒ 2010 OhmyNews
지방선거 밀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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