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 <공포의 외인구단> 등에서 감초 같은 역할로 등장하던 탤런트 이매리가 알고 보니 둘째가라면 서러운 격투기 마니아란다. 가냘퍼 보이면서도 톡톡 튀는 이미지와는 달리 격투기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은 물론 지난 7월에는 효도르를 만나기 위해 자비를 들여 러시아까지 직접 방문했었다는 것이다. 이매리의 격투기 애찬론을 직접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모스코바 시내에서 만난 효도르의 모습

모스코바 시내에서 만난 효도르의 모습 ⓒ 이매리


효도르 인터뷰했던 계기로 격투기에 입문

- 어떻게 해서 격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작년 효도르의 한국방문 때 인터뷰를 맡게 되었죠. '60억 분의 1의 사나이'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격투기 선수라는 말에 무섭고 사나울 거란 선입견을 갖고 방송출연을 망설이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동네 아저씨 같은 소박하고 털털한 이미지여서 의외였고 실제 성격도 그랬어요. 거기에다가 친절하고 예의 바른 모습까지 갖춘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대스타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 효도르의 경기는 물론이고 복싱, K-1 등 격투기에 푹 빠져서는 열심히 경기장을 찾고 동영상도 검색해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중입니다. 격투기의 매력은 순간적인 집중력이 극도로 요구되는 스포츠이자 관중들도 최고의 몰입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7월 바딤 회장 대저택을 방문한 이매리

지난 7월 바딤 회장 대저택을 방문한 이매리 ⓒ 이매리


- 러시아에는 어떤 일로 다녀오셨나요?
"효도르 보러 갔다니까요. 하하. 효도르의 매니저이자 M-1 글로벌 회장인 바딤 핀켈슈타인이 초청을 했거든요. 효도르가 주연을 맡은 '5개의 저주'라는 영화 홍보와 관련해서 러시아 영화제작사와 미팅을 가졌었고, 그 미팅이 바딤 회장 집에서 이뤄진 덕분에 150억이나 한다는 바딤 회장의 어마어마한 저택을 구경하는 행운도 가졌네요. 작년에 필리핀에서 촬영할 당시에도 제가 현지에서 영화제작 관련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했었거든요.

안타깝게도 효도르는 모스코바 외곽의 외딴 훈련장으로 떠난 상태여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훈련 중에는 인터뷰도 하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는 걸 고수하는 모습이 바로 효도르가 무서운 까닭이 아닐까요? 대신 효도르가 바딤 회장에게 선물했다는 곰가죽 깔개를 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말았습니다."

 효도르가 바딤 회장에게 선물한 곰가죽 깔개

효도르가 바딤 회장에게 선물한 곰가죽 깔개 ⓒ 이매리


스포츠 프로그램 리포터로 활동하다가 운동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 스포츠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대학(외국어대)을 졸업하고 MBC 전문MC공채로 방송에 입문했습니다. 장학퀴즈, 코미디 전망대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다가, 스포츠 라디오방송 DJ, 비바 스포츠천국 등에서 MC로 활동하면서 운동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죠. 당시에는 특히 2002한일월드컵을 개최한 때라서 축구 프로그램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을 하면서 느낀 점이라면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흘린 땀만큼, 노력한 만큼 결실이 맺어진다는 것이었죠. 인터뷰할 선수를 물색하고 잘 알기 위해 거의 매주 K리그 경기장을 찾았었고, 붉은 악마의 전신이었던 '하이텔 축구동호회'에도 가입해서 축구화도 마련해서 어설프지만 경기도 해보며 서포터스들과 친해지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거든요."

 스포츠 리포터로 활약하다가 스포츠 광팬이 되었다는 이매리

스포츠 리포터로 활약하다가 스포츠 광팬이 되었다는 이매리 ⓒ 이충섭


-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면?
"기억나지 않는 선수들은 없습니다. 인터뷰했던 모든 선수들을 기억하고 있죠. K리그 선수들 중 인상적인 선수를 굳이 꼽자면 노상래와 김병지 선수가 특별했죠. 자기 분야에서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의 자질과 면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인터뷰라면 98년 프랑스월드컵 한일전이었습니다. 도쿄대첩으로 불리었던 그 경기는 사실 1:0으로 끌려가면서 패색이 짙어서 예정된 인터뷰를 하지 않는 걸로 잠정 결정을 한 상태였습니다. 1:1 동점골이 터졌으니 인터뷰해도 되겠다며 서포터즈와 응원을 하던 저를 불러서 이동하는 도중 이민성의 역전골이 터지더군요. 게임 종료 직후 경기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차범근 감독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데 흥분되고 떨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에 없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차범근 감독은 연신 침을 삼키며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더군요. 그런 상황에서도 자제력을 잊지 않는 모습만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홍수환씨의 4전5기 시합도 한국 격투기 역사의 명장면이지요

홍수환씨의 4전5기 시합도 한국 격투기 역사의 명장면이지요 ⓒ 이충섭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했던 홍수환씨의 4전5기 동영상을 본 기억도 잊을 수 없네요. 너무 충격적이고도 감동적이었죠. 그 경기 동영상을 러시아 삼보협회에 알려줬더니 지난 7월 4일 경기에 앞서 홍수환씨에게 1974년 7월 4일 WBA 밴텀급 타이틀전 승리 35주년 기념패를 드리더군요. 다음에 방한할 때는 홍수환씨에게 러시아 선수들이 복싱레슨을 받기로 했구요."

에너지 넘치는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이 꿈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전문MC, 코미디 프로그램, 각종 리포터, 최근에는 연기자 활동도 하고 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분야는 스포츠 프로그램입니다. 스포츠 현장의 각본 없는 감동과 에너지를 전달하고 경기 이면의 이모저모를 소개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활력을 주고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이죠. 돌이켜보니 진행을 했던 저 또한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과 팬들과 함께 하던 때가 제 삶 중에서 가장 에너제틱 했었던 기억이거든요. 발로 뛴 만큼 성과가 나오는 것도 제 성격과 잘 맞고요.

'내조의 여왕' 이후 캐스팅된 '공포의 외인구단'에서는 비록 악역이지만 스포츠기자 홍정희 역할을 맡아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스포츠기자 역할이야말로 저보다 더 적임자가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중계방송 소품을 알아서 챙겨가기도 했으니까요."

 직접 경기장을 찾아 격투기를 관람하는 이매리

직접 경기장을 찾아 격투기를 관람하는 이매리 ⓒ 이충섭


- 격투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거의 진 적이 없는 효도르 경기로 입문을 했기 때문에 처음엔 잘 몰랐지만, 경기장에서 직접 보니 선수들의 부상이나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요삼 선수의 사망사고를 접하고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성금도 기부했었고요. 팬들에게 희열과 에너지를 선사하는 격투기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여건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더 많이 연구한다면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효도르를 넘어서는 한국선수가 어서 나와야지 않겠어요?"

 지난 2일 K-1 아시아예선전을 관람하고 있는 이매리

지난 2일 K-1 아시아예선전을 관람하고 있는 이매리 ⓒ 이충섭


인터뷰를 마치며..

효도르를 능가하는 한국 격투기 스타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을 더 배려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진정으로 스포츠를 꿰뚫는 안목과 애정을 느꼈다. 각종 스포츠 현장을 누볐던 그녀가 진행하는 스포츠 프로그램이 꼭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매리 표도르 바딤핀켈슈타인 K-1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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