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정문 사이로 본관이 보인다.

고려대학교 정문 사이로 본관이 보인다. ⓒ 김한내


고려대 농구부가 평소 훈련하는 고려대학교 녹지운동장에는 지금 선수들이 없다. 얼마 전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농구부 선수들이 모두 훈련을 중단하고 귀가했기 때문이다.

오는 29일, 전국대학농구 1차 연맹전이 시작되지만 고려대 그 어느 곳에서도 농구부 선수들의 연습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전국대학농구 연맹전'은 대학 농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경기다.

고려대 농구부 선수들이 훈련 중단을 선언한 것은 지난 5월 27일. 이번 일은 주전급 선수의 학부모 9명이 총장실과 감사실, 체육위원회에 탄원서와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표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이 불거진 뒤 체육위원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훈련을 전면 중지시키고 시합을 위해 학내 합숙소에서 생활하던 선수들을 일시적으로 해산시켰다. 때문에 체육위원회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농구부 선수 합숙소에는 학생들이 머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농구부 임 아무개 감독이 평소 학생들에게 지나친 폭력을 행사했고 체육특기 장학생 선발을 편파적으로 진행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선수단 운영비 명목인 '발전기금'이 특별한 설명 없이 10만 원 인상됐고 그 사용처도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집으로 돌아간 고려대 농구부 선수들

임 감독은 지난 2005년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겸임교수로 강의를 시작했고 2008년 농구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던 고려대 농구부를 부활시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임 감독은 지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농구부를 이끌다 폭력사건으로 물러난 전력도 갖고 있다. 

고려대학교 운동부의 선수 선발 및 훈련을 총괄하고 있는 체육위원회는 사건 발생 후 "진상조사 및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추후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설명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대학교 본부 역시 이에 대한 의견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임 감독과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간 운동부 내의 폭력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풍문처럼 떠돌았으나 최근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이것이 단순한 소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고려대 농구부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 1월에 있었던 서울 모 대학 농구부 감독의 선수 폭행 동영상이 이를 방증한다. 신뢰를 기본으로 맺어져야 할 감독과 선수들의 관계가 이렇듯 폭행과 폭언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은 한국 운동계의 여건이 상당히 비민주적이고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려대 운동부의 한 학생은 "이번 일은 단순히 한두 가지 사건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되어왔던 운동부 내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며 "외부에서 보기에는 심각한 일같이 보이겠지만, 사실 선수들에게 그렇게 엄청난 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는 운동부 내 폭력이 그간 상당수 묵인되어 왔음을 시사한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임 감독에 대한 처우가 결정될 때까지 고려대 농구부 선수들은 훈련을 중단한 채 자택에 머물러야 하는 실정이다. 1차 연맹전을 앞둔 이들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선수들은 개인적인 기초훈련만을 진행할 수밖에 없기에 추후 훈련 상황에 차질이 예상된다.

고려대 농구부 농구부 폭행 임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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