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이 또 한번의 변신에 성공할수 있다면 KIA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 가능성은 좀더 높아질 것이다

서재응이 또 한번의 변신에 성공할수 있다면 KIA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 가능성은 좀더 높아질 것이다 ⓒ KIA 타이거즈

 

'변신을 선언한 컨트롤 아티스트, 진정한 호랑이 군단의 에이스로 거듭날까?'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서재응(31·KIA 타이거즈)이 내년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수년동안 고수해왔던 투구폼을 바꾸는 것은 물론 체중까지 감량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시즌 KIA 타이거즈는 야구 팬들 사이에서 굉장한 화제를 모았다. 다름 아닌 서재응이 오랜 미국 생활을 접고 국내로 복귀하기 때문이었는데, 기존의 최희섭과 함께 투타에서 엄청난 활약이 기대되고 있었다.

 

서재응은 수많은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박찬호-김병현 다음의 활약을 펼쳤던지라 흔히 말하는 '먹튀'가 될 확률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이미 서재응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중간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 출전하며 자신의 위력을 입증한 바 있다. WBC에서 대한민국이 일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지었을 때 서재응이 에인절스 스타디움 마운드 위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은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 장면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렇듯 여러 무대에서 검증된 서재응이었으나,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첫 시즌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는 불과 16경기(79 1/3이닝)를 소화하면서 5승 5패를 기록했다. 방어율 역시 4.08로 '짠물투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팀 마운드의 에이스는 물론 투수진의 리더가 되어줄 것으로 예상되었던 기대감은 일치감치 사라지고 만 상태. 더불어 팀 성적 역시 8개 구단 중 6위에 그치며 KIA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많은 화제를 모았던 서재응의 귀환

 

서재응의 고향팀 입단은 프로야구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워낙 빅네임인데다가 실력까지 검증 받은 터인지라 무난히 적응만 한다면 시즌 판도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

 

지난 96년 타이거즈에 고졸 우선 지명된 서재응은 98년 뉴욕 메츠에 입단한 뒤 LA다저스와 템파베이 등을 거치며 메이저리그 통산 118경기(102경기 선발)에서 28승 40패 방어율 4.60을 기록했다.(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36승26패 방어율 3.49) 이는 박찬호, 김병현에 이어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3번째로 좋은 기록으로 특히 2003년(뉴욕메츠)에는 32경기에 나서 9승12패 평균자책점 3.82의 수준급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조진호, 봉중근, 이승학, 송승준 등 그동안 국내로 복귀한 해외파 선수중 가장 거물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국내무대로 복귀하게 된 배경에는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상당한 기간동안 빅리그에서 살아남으며 공을 뿌렸던 선수라는 점에서 주변의 기대와 관심은 대단했다. 전력 상승은 물론 마케팅 차원에서도 굉장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됐다고 할 수 있는데 KIA구단은 계약금 8억원, 연봉 5억원, 옵션 2억원 등 총 15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한국행을 결심했을 당시의 서재응은 한동안 운동을 제대로 하지못한 상태였는데 그로 인해 스프링캠프에서 오버페이스를 할수 밖에없었다. 결국 이는 시즌 내내 '잔부상'을 안고가는 발단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한국행을 결심했을 당시의 서재응은 한동안 운동을 제대로 하지못한 상태였는데 그로 인해 스프링캠프에서 오버페이스를 할수 밖에없었다. 결국 이는 시즌 내내 '잔부상'을 안고가는 발단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 KIA 타이거즈

 

서재응으로 인해 기대되었던 효과

 

당초 서재응의 입단으로 인해 기대되었던 효과는 굉장히 많았다. 일단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확실한 상위 선발급 투수가 보강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더욱이 외국인투수가 아닌 국내파라는 점에서 안정감과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구단과 팬들은 서재응 개인의 실력뿐 아니라 그로 인해 파생될 여러 가지 다른 임팩트를 기대했다. 

 

서재응은 익히 알려진 대로 매우 활발한 성격에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이다. 이는 딱히 리더가 없는 투수진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었다. 당시의 기아 투수진은 방황중인(?) 김진우와 부상치료 중인 강철민이 고참급에 속할 정도로 연령층이 매우 낮았다.

 

신용운, 차정민, 손영민, 전태현(이상 사이드암), 한기주, 윤석민, 고우석, 임준혁, 곽정철, 이범석, 오준형(이상 우완), 문현정, 박정태, 진민호, 양현종(이상 좌완) 등 가능성이 넘치는 유망주들은 차고 넘치나 신용운(이후 군입대), 한기주, 윤석민 정도를 빼고는 확실하게 주전이라고 할만한 선수가 없었다. 기대만 잔뜩 받고 있지 뭔가 제대로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서재응이 에이스를 맡아주면서 덕아웃에서 고참의 노하우를 발휘한다면 상상 이상의 연쇄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미 기아는 조범현 감독을 중심으로 코치급들이 대폭 물갈이되었으며 특히 일본 프로야구 긴테쓰, 오릭스 등에서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간베 토시오를 신임 투수 코치로 영입하는 등 무너진 투수진 재건에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서재응의 리더십과 현장 경험은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컸다. 또한 서재응이 한자리를 맡아줌으로 해서 외국인선수 선별에서도 한층 여유가 생겼다.

 

실력발휘를 가로막은 연이은 부상

 

메이저리그 시절의 서재응은 '파워피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프릿 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 Splitter), 체인지업(changeup), 컷 패스트볼(cut fastball) 등 다양한 변화구를 타자들의 몸쪽과 바깥쪽으로 자유롭게 던질 수 있는 뛰어난 제구력을 무기로 힘 좋은 타자들을 제압했다.

 

거기에 빠르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낮은 코스로 던지는 무브먼트가 심한 직구는 속도계에 찍히는 구속 이상의 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있는지라 많은 팬들은 그가 심상치 않은 활약을 보이며 연고팀 KIA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기량 자체만을 놓고 보면 서재응은 나쁘지 않았다. 적응이라는 문제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마운드에서의 그는 꾸준하게 선발로서의 몫을 해주며 100개 안팎의 공을 기복 없이 던졌다.

 

비록 초반에는 국내 타자들의 이른바 '특정 구질 노려치기'에 혹독한 경험을 당하기도 했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수 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노리는 타자들이 많아지자 그 횟수를 줄이기보다는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등으로 의표를 찌르는 패턴으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거기에 여름을 넘어가면서 직구 구속도 146km까지 올라갔으며 100km를 겨우 넘는 슬로 커브까지 구사해 타자들을 현혹시키기 일쑤였다.

 

오랫동안 이닝을 끌어가지 못하는 모습은 아쉬웠지만 국내에서의 첫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한 기량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행을 결심할 당시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는데, 이는 스프링캠프에서의 오버페이스로 이어졌다. 결국 서재응은 조금 몸이 달아오를만 하면 잔 부상이 발목을 잡으며 시즌 내내 2군을 왔다갔다해야만 했다. 잔 부상을 달고 사는 상태에서 컨디션이 엉망이 된 것은 물론 일정한 리듬감 역시 찾기 어려웠다.

 

 나이대가 어린 선수들이 많은 KIA 투수진임을 감안했을때 서재응은 확실한 '리더'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적은 필수다.

나이대가 어린 선수들이 많은 KIA 투수진임을 감안했을때 서재응은 확실한 '리더'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적은 필수다. ⓒ KIA 타이거즈

 

메이저리그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내리그에 도전

 

지난 시즌 잔 부상에 시달렸던 서재응은 일단 착실하게 몸부터 만들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메이저리그 활약 당시에도 공공연하게 "미국에서의 활동이 끝나면 고향 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뜻을 밝혔을 정도로 타이거즈에 애착이 큰 그는 '우승'이라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다음해에는 확실한 '대형사고'를 준비하고 있다. LG 봉중근이 그랬듯 첫해의 적응 문제만 해결된다면 다음 시즌부터는 충분히 제 기량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일단 서재응은 '제구력'으로 승부하던 메이저리그 때와는 달리 '파워 업'에 상당한 심혈을 쏟고 있다. 원래 강속구투수였던 그는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구속이 나오지 않게 되자 컨트롤형 투수로 바뀐 케이스다. 꼿꼿하게 서서 상체 위주로 던지는 피칭은 바로 이때 완성되었다.

 

이후 2006년 LA다저스에서 탬파베이로 둥지를 옮긴 서재응은 체중까지 급격히 늘렸다. "볼에 무게를 주려면 체중을 늘리는게 좋다"는 투수코치의 조언을 따른 것으로 95㎏이었던 체중을 103㎏까지 불렸다.

 

상체 중심의 피칭에서 하체를 적극 활용하는 폼으로 회귀하려는 서재응에게 체중 감량은 필수다. 체중을 그대로 가져가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하체를 쓰다보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재응은 한창 좋았던 메이저리그 시절의 93~95㎏까지 몸무게를 맞추려고 하는데 만약 성공적으로 투구폼이 수정될 수 있다면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도 기대되고 있다.

 

현재 KIA에는 어느덧 리그 최상급 투수 반열에 올라선 윤석민을 비롯 확실한 마무리 한기주가 있으며 이범석 역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타 팀의 부러움을 사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재응마저 부활한다면 적어도 투수진에서 만큼은 어떤 팀에도 밀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축 투수들의 연령대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참급인 서재응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연 서재응은 다음 시즌 타이거즈 투수진의 리더로 떠오를 수 있을지, 과감한 모험을 선택한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2008.11.29 14:16 ⓒ 2008 OhmyNews
변신 서재응 KIA 타이거즈 메이저리그 컨트롤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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