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에서 김선빈(19·우투우타)과 최용규(23·우투우타)의 활약이 범상치 않다. 각각 올해 합류한 고졸(화순고)·대졸(원광대) 루키인 이들은 수비와 파이팅적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모습.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선빈 신인드래프트에서 조차 어렵사리 지명된 그였으나, 프로에서의 적응도와 활약은 여타의 대형유망주들을 뛰어넘고있다

▲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선빈 신인드래프트에서 조차 어렵사리 지명된 그였으나, 프로에서의 적응도와 활약은 여타의 대형유망주들을 뛰어넘고있다 ⓒ KIA 타이거즈


사실 이들의 활약은 여러모로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해태에서 KIA로 팀 명이 바뀐 이후 타이거즈는 좀처럼 주전급 신인야수를 키워내지 못했다. 이현곤 정도만이 그나마 제대로 성장해줬을 뿐 대부분은 아마추어 때의 명성을 증명하지 못한 채 2군에서 담금질 중이다.

이종범 - 김종국 - 장성호 - 김상훈은 해태시절의 베테랑들이고, 이용규 - 김원섭은 타 팀에서 흘러 들어와 KIA에서 기량이 만개한 케이스다. 윤석민, 손영민, 한기주, 신용운 등 투수자원들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있지만 야수들은 처음의 이름 값을 증명해 보이는 선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고교랭킹 1위 투수 김수화(순천 효천고 졸·롯데 자이언츠)를 포기하면서까지 뽑았던 계약금 3억원의 대형루키 김주형(23·우투우타)조차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선빈과 최용규가 시즌 첫해부터 1군에 이름을 올리며 성장해 가는 모습은 KIA팬들에게는 얼핏 낯설면서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올 시즌 신인 야수 가운데 가장 크게 기대를 모았던 선수는 김선빈과 최용규가 아닌 나지완(23·우투우타)이었다. 나지완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0.318, 14안타, 7타점(홈런 2개)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신인왕'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조범현 감독도 그를 좌타자인 장성호와 최희섭의 가운데에 넣고 클린업트리오를 구상하려고 했다.

아무리 KIA가 장타력에 목마른 팀이라고는 하나 신인이 개막전부터 클린업트리오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나지완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나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나지완은 정작 실전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한 채 클린업트리오는 커녕 1군 생존이라는 기본적인 목표마저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당초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김선빈과 최용규는 벌써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2루와 유격수를 오가며 주전과 백업을 반복하고 있는 김선빈은 벌써부터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타율 0.254, 30안타, 12타점, 24득점, 4사구 19개는 포지션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만만치 않은 기록. 더욱이 올 시즌 기대를 모았던 신인 야수들이 대부분 1군 잔류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김선빈의 활약은 더욱 빛이 난다고 할 수 있다. 프로야구 최단신이라는 핸디캡을 감안한다면 김선빈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선빈이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면 최용규는 최근 들어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그는 시범경기 때도 인상적인 기록은 남기지 못했다. 그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성적은 타율 0.133, 2안타(삼진 4개)로 초라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기록도 있으니 다름 아닌 뛰어난 도루능력이 바로 그것. 최용규는 시범경기에서 6번의 도루를 시도해 무려 5개를 성공시킨 바 있다. 0.188의 낮은 출루율을 감안했을 때 고무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최용규는 겨우 14타석에 들어서 타율 0.182, 2안타, 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무엇인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나지완처럼 쉽게 1군에서 떨어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용규는 비록 타격에서는 아직 미흡함이 많지만 빠른 발을 바탕으로한 수비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2루-3루 등 내야의 여러 포지션을 두루 맡을 수 있는 전천후 내야수라는 장점이 있어 대주자, 대수비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KIA의 내야사정이 썩 좋지 않고 이현곤마저 부상으로 풀타임출전이 어렵다고 봤을 때 그는 충분히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빠른 배트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경험만 쌓이면 타격기술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빈과 최용규가 김주형-나지완같은 대형 유망주들을 따돌리고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일단은 '활용성'과 '끈질김'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김주형과 나지완같은 선수들은 거포의 특성상 방망이가 불을 뿜어주지 못하면 그 쓰임새가 애매해지지만 김선빈이나 최용규는 수비, 주루플레이 등 어떤 식으로든지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다. 거기에 설혹 안타는 치지 못하더라도 워낙에 끈질기게 상대투수를 물고늘어지는 스타일들인지라 하위타선에서의 쏠쏠한 역할이 가능하다.

그들을 쉬어 가는 타선의 일부로 생각했던 상당수 투수들은 김선빈과 최용규의 악착같은 근성에 곤혹을 치르기 일쑤였다. 장타는 치지 못하지만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파울볼을 양산해내면 다시 돌아오는 상위타선이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잦다.

과연 김선빈과 최용규는 신인으로써 올 시즌 끝까지 1군 무대 잔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름 값을 뛰어넘는 그들의 투지 어린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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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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