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관중으로 흥행에 성공한 프로야구가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9일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2007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후보 명단을 공개했다.

골든글러브 수상은 12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며 투표는 프로야구 기자단을 비롯해 방송사 프로듀서와 아나운서, 해설위원이 29일부터 12월 7일까지 9일간 전자투표를 통해 진행한다.

[투수 부문] 다니엘 리오스(두산), 류현진(한화), 오승환(삼성), 류택현, 우규민(이상 LG)

2007년 최고의 투수 두산의 에이스 투수 리오스는 2007년 MVP가 되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 2007년 최고의 투수 두산의 에이스 투수 리오스는 2007년 MVP가 되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 오마이뉴스 김귀현



투수 부문은 평균자책점이 3점 이하인 선수들만이 거론되며 15승이나 30세이브라는 뚜렷한 실적이 있어야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리오스와 류현진은 다승부문에서 각각 22승과 17승을 올리며 자격을 채웠고 오승환과 우규민은 40, 30세이브로 나란히 후보 명단에 올랐다. 한편 류택현은 홀드 1위(23개)를 차지해 타이틀 수상자(투수 및 타자 각 부문 개인 타이틀 수상자는 선정 기준에 관계없음) 자격으로 후보가 됐다.

투수 부문은 리오스의 수상이 유력하고 류현진과 오승환이 따라붙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인 리오스는 올해 8년만에 20승(1999년 현대 유니콘스의 정민태의 20승 이후)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오스가 거둔 22승은 1990년 해태 타이거즈의 선동열(현 삼성 감독)과 함께 단일 시즌 다승 부문 공동 8위에 해당한다. 한 마디로 외국인 투수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내용상으로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리오스는 147탈삼진(2위)으로 178탈삼진을 기록한 류현진에게 탈삼진 타이틀을 내줬지만 다승(22승), 평균자책점(2.07), 승률(.815)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선발등판(33회), 완투(6회), 완봉(4회), 투구이닝(234.2이닝), WHIP(몸에 맞는 공을 제외한 이닝 당 출루 허용, 1.06)까지도 전부 석권하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리오스의 수상은 한 가지 장애물이 있다. 리오스는 정규시즌 무려 8개의 실책을 범해 수비율이 .869에 그쳤다. 반면 강력한 후보인 류현진은 1개의 실책으로 .971의 높은 수비율을 나타냈다. 따라서 수비력을 반영하는 골든글러브의 성격상 정규시즌 17승으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던 류현진의 선전도 예상할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이기도 하다.

[포수 부문] 박경완(SK), 진갑용(삼성), 조인성(LG), 강민호(롯데)

리드는 노련하게 SK 포수 박경완(오른쪽)이 외국인 투수 마이크 로마노와 볼 배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리드는 노련하게 SK 포수 박경완(오른쪽)이 외국인 투수 마이크 로마노와 볼 배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SK 와이번스


2년 연속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였던 진갑용이 올해만큼은 고전할 분위기다. 박경완과 조인성의 활약이 상당히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박경완은 '안방마님'이라는 포지션의 특성을 잘 살려 뛰어난 리드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SK 와이번스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은 팀 평균자책점(3.24)을 기록했다. 이는 주전포수 박경완의 기여도를 잘 말해준다. 더구나 SK는 무려 63경기를 좌우펜스(95m)가 짧아 장타가 많이 나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치르기에 '지키는 야구'에서 오히려 불리한 입장이다.

박경완은 도루 저지 능력과 수비율도 뛰어났다. 올해 119경기를 출전한 그는 도루 저지율 .376(58번 허용, 35번 저지)을 기록,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도루 저지율을 기록했다. 패스트볼(투수의 폭투가 아닌 포수가 놓친 공)도 단 1개였고 4개의 실책으로 수비율 또한 .994를 기록해 진갑용과 함께 가장 좋은 수치를 나타냈다.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두고 투혼을 불사른 조인성도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조인성은 .282의 타율과 13홈런 73타점(9위)으로 8개 구단 포수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했다. '앉아 쏴'라는 별명만큼이나 도루 저지율도 .364(49번 허용, 28번 저지)로 비교적 높았다.

위와 같이 박경완은 수비에서, 조인성은 공격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섣부른 예상은 어려운 상황. 다만 박경완의 리드에 힘입은 SK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했다는 점과 무엇보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 포수라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박경완의 근소한 우위를 점쳐볼 수 있다.

[1루수 부문] 이호준(SK), 안경현(두산), 김태균(한화), 최동수(LG), 이대호(롯데), 장성호(KIA)
[2루수 부문] 고영민(두산), 신명철(삼성), 이종열(LG), 김일경(현대)
[3루수 부문] 최정(SK), 김동주(두산), 이범호(한화), 정성훈(현대), 정보명(롯데), 이현곤(KIA)
[유격수 부문] 정근우(SK), 김민재(한화), 박진만(삼성), 권용관(LG), 이원석(롯데)


이제는 간판타자 롯데 내야수 이대호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고 있다.

▲ 이제는 간판타자 롯데 내야수 이대호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부문은 포지션별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들이 쉽게 눈에 띈다. 1루수는 이대호, 2루수는 고영민, 3루수는 김동주, 유격수는 박진만의 수상이 유력하다.

1루수 부문은 2년 연속 이대호의 수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대호의 성적은 공격력이 부각되는 1루수라는 포지션과 썩 잘 어울린다. 그는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335의 타율(3위)과 29홈런(공동 2위) 87타점(공동 2위) 79득점(3위)으로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올랐다. 또한 유일한 6할대 장타율(.600, 1위)의 타자이기도 했다.

라이벌인 김태균이 .290의 타율에 21홈런(공동 6위) 85타점(공동 4위)으로 한 수 아래의 기량을 선보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대호의 수상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이호준과 최동수도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는데 성공했지만 이대호와 비교해 공격력의 격차는 꽤 커보인다.

2루수와 3루수는 두산 베어스 소속 선수들의 독식이 예상된다. 고영민과 김동주가 그 주인공이다.

고영민은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며 잔디를 밟고 깊은 수비를 해 2익수(2루수+우익수)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수비를 자랑한다. 고영민의 빠른 발은 넓은 수비범위 외에도 36도루(3위) 89득점(1위)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1999년 이후 4홈런 53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종열도 단 3개의 실책으로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줬지만 득점왕 타이틀을 가져간 고영민에 비해 다소 역부족인 느낌이다.

3루수 부문은 워낙 쟁쟁한 후보들로 구성되어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4번 타자 김동주의 존재가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출루율 1위(.457)를 차지한 김동주는 정확성과 힘을 고루 갖춘 장타자라는 점이 부각된다. 실제로 그는 3할대의 타율(.322, 5위)과 5할대의 장타율(.534, 5위)을 동시에 달성했다. 3루수 부문 후보 6명 가운데 이 두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선수는 오직 김동주뿐이다. 김동주는 실책도 9개로 가장 적었다.

물론 3루수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이범호(21개)와 타격왕(.338), 최다안타왕(153개)을 차지한 이현곤의 도전도 매섭지만 이범호는 타율(.246)면에서 이현곤은 홈런(2개)과 타점(48개)면에서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이 감점요인이 될 전망이다.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유격수라는 찬사를 듣는 박진만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수상을 포함해 모두 4번의 수상 경력이 있는 박진만은 올해 3할 타율(.312, 10위)까지 달성하며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로 주가를 높였다. 타격 4위(.323)를 차지한 정근우의 도전도 만만하게 볼 건 아니지만 올해 유격수로서 송구에 적잖은 불안을 노출했다는 사실은 박진만과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외야수 부문] 박재홍(SK), 이종욱(두산), 박한이, 심정수(이상 삼성), 박용택, 페드로 발데스, 이대형(이상 LG), 송지만, 이택근, 전준호(이상 현대), 김주찬, 정수근(이상 롯데), 이용규(KIA)

내가 슈퍼소닉 LG 외야수 이대형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2007년 도루왕에 올랐다.

▲ 내가 슈퍼소닉 LG 외야수 이대형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2007년 도루왕에 올랐다. ⓒ LG 트윈스


외야수 부문은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에 상관없이 3명을 선정한다. 때문에 가장 예상이 까다로운 포지션이기도 하다. 어렵게 3명을 꼽는다면 심정수, 이종욱, 이대형의 선정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26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던 심정수는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주황색 선글라스를 벗어버리고 투명 안경으로 바꿔 시력을 일부 회복했고 31홈런(1위) 101타점(1위), 서머리그 MVP라는 뚜렷한 성과를 냈다. 심정수는 2007 프로야구에서 30홈런과 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근성이 돋보이는 이종욱도 수상이 유력한 후보다. 이종욱은 도루(47개)와 최다안타(147개) 부문에서 아깝게 2위에 머물렀지만 빠른 발을 바탕으로 20개의 2루타와 12개의 3루타(1위)를 기록해 팀에 기여했다. 외야수 후보 가운데 실책이 없는 선수는 이종욱이 유일하다.

도루 타이틀(53개, 1위)을 거머쥔 이대형의 수상 가능성도 낙관적으로 점쳐볼 수 있다. 이대형은 크게 두드러진 기록은 없지만 3할 타율(.308, 12위)을 비롯 최다안타(139개, 4위), 득점(68개, 공동 8위) 등 공격 부문 상위권에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포지션이 수비가 강조되는 중견수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한편 박재홍, 박용택, 송지만, 이택근의 추월도 예상된다. 이들 4명은 서로 비슷한 성적을 내(박재홍 17홈런 54타점, 박용택 14홈런 66타점, 송지만 15홈런 64타점, 이택근 11홈런 56타점)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다만 모두 개인 타이틀이 없고 이택근(.313, 9위)을 제외하면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수비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경쟁력이 다소 낮은 편이다.

[지명타자 부문] 제이콥 크루즈(한화), 양준혁(삼성), 클리프 브룸바(현대)


나이를 잊었나? 삼성 양준혁은 만 38세에 20-20(22홈런 20도루)을 달성, 노익장을 과시했다.

▲ 나이를 잊었나? 삼성 양준혁은 만 38세에 20-20(22홈런 20도루)을 달성, 노익장을 과시했다. ⓒ 삼성 라이온즈

지명타자 부문 후보들은 모두 막강한 공격력을 보여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3명의 선수는 나란히 3할 타율을 넘어섰으며 130개 이상의 안타와 20개 이상의 홈런, 7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해 수준급 타자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양준혁. 올해로 만 38세가 된 양준혁은 기량이 쇠퇴기에 접어들 시기임에도 불구 최고령 20-20클럽(22홈런, 20도루)에 가입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1리 차이로 놓친 타격왕 타이틀(타율 .337, 2위)과 4할대 출루율(.456, 2위), 5할대 장타율(.563, 2위)도 수준급 활약을 뒷받침한다.

만약 올해 양준혁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면 통산 7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된다. 양준혁은 1996년과 1997년, 2003년 외야수로, 1998년과 2001년 지명타자로, 2004년 1루수로 각각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제이콥 크루즈와 클리프 브룸바는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한 선수들임에 틀림없지만 외국인 선수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역대 외국인 선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가운데 개인 타이틀이 없는 경우는 1999년 한화 이글스의 댄 로마이어 뿐이었다. 개인 타이틀이 없는 크루즈와 브룸바에게는 양준혁이라는 고지가 제법 높아 보일 법도 하다.

덧붙이는 글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http://aprealist.tistory.com
toberealist@nate.com
골든글러브 프로야구 한국야구위원회 KBO 리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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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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