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시즌 두산 베어스 주요 기록

 

70승 2무 54패(2위)

타율 .264(5위) 방어율 3.44(2위) 홈런 78(5위) 도루 161(1위) 실책 73(최소 1위)

 

 

2007 MVP 리오스   올시즌 98년 우즈에 이어 2번째로 용병으로서 MVP를 수상한 리오스. 그는 이제 '전라도 용병'에서 '잠실 백곰'으로 완전히 변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수 개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 2007 MVP 리오스 올시즌 98년 우즈에 이어 2번째로 용병으로서 MVP를 수상한 리오스. 그는 이제 '전라도 용병'에서 '잠실 백곰'으로 완전히 변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수 개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 인터넷 화면 캡쳐

마지막 타자 '이종욱이 스탠딩삼진으로 물러나는 순간', 두산팬들은 2년전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눈물을 지었다. 김경문감독의 두 번째 출사표도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것도 사상 최초로 2연승뒤 4연패를 당한 것이라 더욱 처연했다. 하지만, 아무도 반달곰들을 나무랄 수는 없었다. 그들은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이 자리까지 오르리라고 생각도 못했을 테니까. 시즌 전의 두산은 '부품 빠진 자동차'로 불렸다. 하지만, 시동을 걸어보고 운전해본 결과 그들은 '브레이크 없이 아우토반을 누비는 자동차'였다.

 

비관적 전망, 하지만 그들은 강했다

 

올시즌 개막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두산을 LG,현대와 함께 꼴찌후보로 꼽았다. 지난 시즌에도 5위에 머무른데다, 토종에이스 박명환이 LG로 이적하고 유격수 손시헌이 군입대를 하였으며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혜천은 부상으로 장기간 출전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시즌 약점이었던 외야진, 중간진에서도 마땅한 인재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군 복귀 선수가 꽤 많긴 했지만, 경기감각은 의문이었다. 두산의 '미라클'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출발은 예상대로 비참했다. 아니, 어쩌면 예상보다 더. 시즌 초반 8경기서 1승 7패. 선발, 중간, 마무리, 타선 할 것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김동주만이 고군분투 했을 뿐, 홍성흔은 상대의 빠른 주자들에게 마구 유린당하며 '포수 기능 상실' 진단을 받았고, 손시헌, 박명환의 역할을 맡게 된 나주환, 안상준, 김명제는 전임자의 반에도 못미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싸움을 하던 두산에게 반전이 찾아온 것은 4월말~5월초. 4월 29일 두산은 나주환을 SK에 내주고 수비가 건실한 유격수 이대수를 받아왔는데, SK에서 만년 후보신세이던 그는 두산으로 오자마자 기대치도 않았던 타격에까지 눈을 뜨며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했다.

 

그리고 5월 4일 LG전에서 벌어진 봉중근-안경현의 빈볼시비는 두산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 두산은 결국 그 시리즈를 스윕했으며, 그 때까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안경현은 팀내 최고참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았다.

 

그리고 때맞춰 젊은 선수들도 프로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초반 다소 부진하던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의 '발트리오'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 5월 중순 경에는 아예 상위타선에 정착했다. 이들이 맹활약해주니 주포 김동주도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마운드도 점차 안정되어갔다.

 

4월 다소 부진하던 리오스는 5월 8일 삼성전부터 연전연승을 시작, 7월 13일 SK전까지 11연승행진을 이어갔다. 불안하던 계투진에는 임태훈이라는 20살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이렇게 팀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4월 8승 12패로 부진하던 팀은 5월에는 15승 8패로 반전을 일궈냈다. 6월 초중순에는 SK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꼴찌후보 팀의 놀라운 반란이었다. 이 때는 팀의 약점이던 외야진, 유격수, 포수 자리에 모두 고정자원이 생긴 상태라, 이제 두산은 더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6월 하순~7월 초순 사이 랜들, 김동주가 슬럼프에 빠지는 등 약간의 위기도 있었지만, 전반기를 43승 35패 2무, 2위로 마쳤다. '과연 미라클 두산'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후반기 초엽, 두산은 작은 위기를 맞았다. 임태훈을 마무리, 정재훈을 선발로 돌리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김동주가 작은 부상에 시달렸으며, 7월 25일 리오스의 연승행진이 중단되는 등의 악재로 후반기 첫 8경기에서 2승 6패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두산이 넘어야 할 작은 '구릉'에 지나지 않았다. 두산은 그 다음주 한화, LG를 상대로 5승1패를 거두며 좋지 않게 돌아가던 물줄기를 바꿔 놓는데 성공했다. 김동주, 리오스는 잠깐의 슬럼프 이후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며, 임태훈 정재훈은 본래의 보직으로 돌아가 소명을 다 했다.

 

게다가 전반기 인상적이지 못하던 해외파 이승학이 후반기 들어 선발-중간을 순시하며 두산 마운드가 공백이 생길 때마다 마당쇠 역할을 해주었다. 자신들을 위협하던 한화, 삼성이 교착상태 혹은 추락을 맛보는 동안, 두산은 착실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차원이 다른 빠른야구에, 한화의 선발, 수비난조라는 행운까지 겹치며 한화를 3경기 연속 완벽히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문학에서 먼저 2승을 거두며 우승 분위기로 가는 듯 했으나, 발빠른 선수들의 출루길이 막히고, 마운드의 핵인 리오스-임태훈마저 무너지며 4연패, 결국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두산은 이번 시리즈로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완소' 용병 원투펀치 그리고 뛰는 야구

 

   두산 발트리오의 선봉장은 단연 이종욱이다

두산 발트리오의 선봉장은 단연 이종욱이다 ⓒ 두산베어스

전문가들은 두산을 하위권으로 꼽았으나, 보란듯이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거기에는 전문가들이 간과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요소들이 있었다. 간과한 요소라 하면 리오스, 랜들의 존재와 김동주의 복귀였으며, 예상치 못했던 요소라 함은 발빠른 선수들의 급성장이었다.

 

지난 시즌 두산은 5위로 허덕이면서도 리오스-랜들-박명환의 삼각편대는 건재했다. 이중 비록 박명환이 LG로 이적하기는 했지만, 리오스 랜들은 건재하게 남아 있었다.

 

랜들은 지난 시즌에도 16승 8패 방어율 2.95로 에이스 노릇을 했던 투수였으며, 리오스는 기아시절부터 '전라도 용병'이라 불릴 정도로 팬들에게 사랑받는 에이스였다. 비록 지난해에는 불운으로 인해 12승 16패로 승패전적은 좋지 않았지만, 평균자책 2.90으로 투구내용은 빼어났다. 두산의 전력이탈이 있었다고 해도 이들이 버티고 있는 이상 최하위권으로 분류될 전력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이들 중 리오스의 활약이 예상 밖이기는 했지만.

 

랜들은 12승 8패, 평균차책 3.12로 지난해보다 다소 퇴보한 모습을 보였지만, 리오스의 피칭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뉴욕메츠)의 보스턴 시절, 혹은 올시즌 역시 메이저리그 에이스로 떠오른 조시베켓(보스턴)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어느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피칭을 할 수 있는 대담함에, 다른 투수와는 격이 다른 이닝소화능력을 보이며, '1-0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완투시킬 수 있는 투수'로 꼽혔다(실제로 리오스의 234.1이닝은 2위인 류현진(한화)보다도 23.1이닝이나 많다.) 코칭스탭에서 특별히 혹사한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 던졌다는 것은 그의 훌륭한 투구수 조절 능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그의 올시즌 성적은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 투수분업화가 정착된 90년대 이후 최다 선발승이었다. 자신의 성적 상승은 물론, 박명환의 공백까지 커버하고도 남았다. 리오스가 올시즌 당당히 MVP를 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리오스의 승패를 바꿔 놓은 요소는, 물론 본인의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가장 컸겠지만, 두산 타선의 업그레이드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지난 시즌 두산을 방해한 것은 바로 '두점베어스'라는 오명을 썼던 타선으로, 지난해 두산의 팀득점순위는 8개구단 최하위(455)였다. 하지만 올해는 578점으로 당당 2위이다.

 

그 차이는 바로 김동주의 유무였다. 지난 해 WBC에서 입은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던 김동주는 올시즌 완벽히 부활한 모습(.322 19홈런 78타점)을 보였다. 특히 출루율부문 1위(.457)는 7개구단 투수들이 얼마나 김동주를 두려워하는가를 보여주는 수치였다.

 

하지만 김동주의 활약 역시 혼자 힘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앞에는 '발트리오'가 버티고 있었으며, 그들은 이종욱(.316 1홈런 46타점 84득점 47도루), 민병헌(.244 3홈런 30타점 53득점 30도루), 고영민(.268 12홈런 66타점 89득점 36도루)이었다.

 

지난 시즌 현대에서 쫓겨나 두산으로 온 이종욱은, 1군데뷔 첫 해 도루왕에 오르며 그 이름을 알리더니, 올시즌에는 컨택과, 보너스로 장타력까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LG의 이대형과 '잠실 리드오프'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종욱뿐이었다면 올 시즌 두산은 이렇게까지 강한 모습은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뒤에 있던 민병헌, 고영민도 올시즌 타격에까지 눈을 뜨며 상대투수와 내야진을 정신없이 흔들어 놓았다. 그들로 이뤄진 1-2-3번 중 한 명이라도 출루를 허용하면 상대투수 입장에서는 그날 아웃카운트 잡기가 골치 아파지는 것이다.(다만 민병헌은 컨택에 다소 문제를 드러내며 포스트시즌에서는 9번으로 내려갔다.)

 

게다가 셋 중 이종욱, 고영민은 장타율까지 4할을 넘으며 '맞아봤자 단타네'하고 섣불리 상대할 수도 없었다. 그 셋은 마치 삼국지의 유관장 3형제마냥 누상을 누비며 셋 모두 30도루를 넘겼고, 이것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잇는 일이었다. 이런 두산의 기동력은 90년대 중반 전준호, 이종훈, 김종헌, 공필성, 김응국 등 발빠른 선수들이 즐비하며, 심지어 4번 김민호까지 20도루를 넘겼던 롯데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또 이 빠른 야구는 '거북이 군단' 한화와의 PO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들의 빠른 발은 주루플레이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원동력이 되며, 두산의 외야진은 올시즌 8개구단 중 가장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했다. 2루수 고영민도 우익수 범위까지 커버하는 수비로 '2익수'라 불리기도 했다.

 

이렇게 빠른 선수들 뿐 아니라, 장타율 .430을 기록하며 5번타자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최준석(.244 16홈런 75타점) 역시 김동주의 집중견제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느린 발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가다 허점을 찌르는 주루플레이를 하며 상대를 당황케 하기도 해 그의 파워, 큰 체구와 겹쳐 보스턴 레드삭스의 '빅파피' 데이빗 오티스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이 외에 올시즌 처음 주전으로 발돋움한 이대수(.252 3홈런 36타점 5도루), 그리고 젊은 시절의 장원진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를 보여준 김현수(.273 5홈런 32타점)등도 두산 다이아몬드의 숨은 주역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리 두텁지 못한 마운드에서도, 전천후로 나선 이승학(33경기 7승 1패 3홀드 2.17), 묵직한 직구와 두둑한 배짱을 선보이며 중간계투 최초로 신인왕을 차지한 임태훈(64경기 7승 3패 1세이브 20홀드 2.40)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주역들이다.

 

또한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하고, 기회를 줘 팀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한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얇은 선수층의 한계, 과연 내년에는?

 

미라클 두산의 중심엔 항상 내가 있다!   김동주가 98년 OB에 입단하지 않았다면, 두산은 만년 약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두산 팬들은 그의 진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 미라클 두산의 중심엔 항상 내가 있다! 김동주가 98년 OB에 입단하지 않았다면, 두산은 만년 약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두산 팬들은 그의 진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 인터넷 화면 캡쳐

올시즌에도 '미라클 두산'이라 불렸던 그들. 과연 그들의 투혼은 아름다웠다. 하비만, '미라클'이라는 말 속에는 두산의 슬픈 현실이 녹아 있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 락그룹 크라잉넛의 '서커스 매직 유랑단'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오늘도 아슬아슬 재주넘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내가 곰이네, 마음대로 추믈 추며 떠들어보세요 어차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가사를 지닌 이 노래. 어쩌면 두산 선수들도 '어쩌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뛰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산의 매년 스토브리그 '아슬아슬 외줄타기'의 원인은, 바로 얇은 선수층으로 인한 특정 선수에의 지나친 의존도이다.

 

우선 타선 쪽을 보았을 때, 앞서 말했다시피 지난해와 올해 김동주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올시즌 내에서도 김동주가 가끔 부상으로 빠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두산은 평소의 반에도 못미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여기서 문제는, 그 김동주가 이제 FA가 되기 때문에, 두산에 남을 지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약체 OB'가 '뚝심의 두산'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김동주의 입단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만약 김동주가 이탈한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그나마 타선은 '발트리오'등 젊은 선수들의 라인업 정착으로 많이 시정된 상태이다. 하지만, 투수진은 특정선수에 대한 의존이 실로 심각한 상태로, 이로 인한 폐단은 한국시리즈에서 드러났다.

 

올시즌 선발진에서 리오스-랜들이 합작한 34승은 두산 승수의 절반에 가까우며, 투수 두 명이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게다가 이들 이후의 토종 선발진을 보면, 김명제 금민철 노경은 이승학 이경필 김상현 등이 드나들면서 13승 25패, 14QS로 처차만 수준의 성적을 냈다.

 

실제로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의 좋은 흐름을 끊어놓은 것도 허약한 토종 선발진이었다. 6차전에서는 시즌 내내 선발등판이 없던 임태훈이 선발등판해야 했다. 지난해까지 3선발로 뛰다가 올해 LG로 간 박명환의 성적(10승 6패, 19QS)을 감안해 보았을 때, '없었어도 준우승은 했겠지만 잡았다면 우승이었을텐데'라는아쉬움이 작게나마 남는다.

 

중간계투진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올시즌 두산 구원진은 총 433.2이닝을 소화했는데 이중 101.1이닝은 임태훈의 몫으로, 구원진 이닝의 23%를 임태훈이 책임진 것이다. 올시즌 두산 구원진은 방어율 3.36으로 3위, 비교적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임태훈이 무너지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필승공식인 선발 리오스, 중간 임태훈, 이 둘이 붕괴한 것이 두산의 한국시리즈 실패를 낳은 것이다.

 

게다가 올시즌 '두산 전력의 반'이었다고 할 수 있는 리오스 역시 일본프로야구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잇는 상황이라, 두산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김동주를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리오스를 잃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경문감독 부임 이후 두산의 가장 큰 무기는 용병투수 농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간계투로 100이닝을 넘긴 임태훈은 올시즌 건강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한국보다 36경기가 많은 미국에서도 구언투수의 100이닝은 '대혹사'로 취급한다. 다행히 내년에는 중간계투진에서 이재우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올해와 같은 무리는 안하겠지만, 올시즌 미미한 성적에 그친 구자운(6경기 2승 1패 2.08) 이경필(15경기 1승 1패 1홀드 5.15)등을 볼때, 군복무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재기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플레이 면에서 한가지만 지적하자면, 두산의 젊은선수들이 가끔 혈기에 지나치게 휩쓸려 비상식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있는 듯 하다.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이종욱의 내야플라이 때 홈대쉬도 결과가 좋았으니 다행이었지만, 야구상식으로 보았을 때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결국 4차전에서도 그는 포수 파울플라이 때 2루를 팠는데, 두 번은 통하지 않았다. 고영민 역시 '2익수' 시프트 때문에 이득도 많이 봤지만 손해도 종종 보았다. '허슬'도 좋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이 이번 한국시리즈 3~6차전을 통해서 나타났다. 가끔은 여유있는 플레이도 필요할 것이다.

 

두산의 미래에는 희비가 교차한다. 지난날 김상진, 심정수, 우즈, 진필중, 정수근, 박명환 등 대스타들을 줄줄이 잃고도 초창기 '힘의 두산'이라는 이미지에서 최근에는 '스피드의 두산'이라는 이미지로 환골탈태하며 제 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희망적이다. 게다가 선수층도 젊다.

 

하지만, 그러게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도 팀의 기둥인 '에이스, 혹은 마무리와 4번타자'는 항상 남겨두었기 때문에 '미라클'은 가능했다. 팀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김동주, 리오스까지 빠져 나간다면 또 한번의 미라클을 장담하기는 어룝다. 실제로 두산과 비슷하게 약한 전력으로 매년 선전하던 MLB의 오클랜드도 올시즌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던가.

 

팀 주축 선수들을 잡는 데 비교적 인색했던 두산 구단. 하지만 혹 오클랜드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은 것일까. 두산 프론트도 이번 스토브리그는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을 기세이다. 사실 두산은 그동안 돈이 없어서 못 썼다기보다는 안 쓰는 구단이었다.

 

실제로 프로 초창기 OB는 삼성과 투자경쟁까지 할 정도로 두산그룹의 자금력은 생각보다 탄탄하다. 김선우(샌프란시스코)에게도 끊임없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 올시즌 두산구단의 행보는'또 뻔하지'하고 넘길 성격은 아닐 것이다.

 

올해는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규모와 비중이 예년과는 비교 불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산팬들도 바라고 있다. 두산 구단도 지를 땐 한번 '확 질러' 주길.

2007.11.02 16:50 ⓒ 2007 OhmyNews
프로야구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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