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제 고민되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는 현대 문제 해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 "현대 문제 고민되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는 현대 문제 해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1월중에 현대 문제를 매듭짓겠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2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400만 관중 달성' 기자간담회에서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문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 야구단은 오래전부터 대주주인 하이닉스 반도체의 지원이 끊겨 해체 위기를 겪고 있는 팀이다.

최근 KBO는 새로운 인수자로 STX 그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STX 그룹은 지난 5월 e스포츠 구단인 소울을 인수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과연 믿어도 될까?

올초 KBO는 '현대 야구단 매각'이라는 문제를 두고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자신감 뒤에는 인수 후보자였던 농협(NH)이 있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농협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현대 야구단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농민과 조합원들의 반발과 농림부의 벽에 부딪쳐 인수를 잠정 포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구팬들은 이번 STX의 현대 야구단 인수설에 대해 반가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금 벌인다는 물밑 협상은 말 그대로 물밑으로 침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현하기도 했으며 다른 누리꾼은 "말은 무성한데 실제 성사되는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펼치기도 했다.

일단 KBO는 이번 일에 대해 굉장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아마도 올초 뼈아픈 현대 야구단 매각 실패 때문일 것이다.

프로야구단의 가치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브랜드는?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브랜드에 대해 보도했다. 기사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브랜드 가치를 가진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억5100만 달러)이며 야구 중 최고의 팀은 뉴욕 양키스(2억1000만 달러)다.

▲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브랜드는?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브랜드에 대해 보도했다. 기사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브랜드 가치를 가진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억5100만 달러)이며 야구 중 최고의 팀은 뉴욕 양키스(2억1000만 달러)다. ⓒ 포브스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최근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포츠 브랜드는?'이란 주제로 조사를 펼쳐 사업, 이벤트, 구단, 선수에 걸친 '이름값'을 평가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인 뉴욕 양키스다. 양키스는 축구와 농구를 포함한 전 세계 프로구단 중 4위에 해당하는 2억 1700만 달러(약 1922억원)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어떨까.

지난해 <포브스 코리아>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에 대한 가치 평가를 시도했다. 그 결과 삼성 라이온즈의 브랜드 가치가 373억원을 기록, 가장 '이름값'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8개 구단의 평균 브랜드 가치는 140억원에 불과했으며 그 중 최하위 현대는 27억원으로 매우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프로야구단의 창단과 인수와도 직결되는 자료다. 올해 프로야구는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중흥기를 열고 있으나 정작 이에 가세하겠다는 기업은 드물다. 12년 동안 4번의 우승을 이끈 탄탄한 전력의 현대 야구단 인수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것으로도 기업의 무관심은 잘 드러난다. 태평양 돌핀스 인수 때 들인 현대 야구단 인수비용 470억원은 현재 80억원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사실 현재 프로야구 구조는 매 경기 만원관중이 들어와도 적자를 면키 어렵다. 각 구단은 매년 약 2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입장 수익은 적자 규모에 10%선이라는 구체적인 통계도 있다. 적자를 내는 기업은 기업이 아니다.

물론 '홍보효과'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프로야구는 선수들부터 자사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데다 거의 매 경기가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생중계된다. 또한 경기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기에 막대한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한 구단의 홍보효과는 2000억원 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점을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한 야구단 관계자는 "매년 적자가 나는 야구단은 모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고백을 내놓았다. 홍보효과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허울뿐'이라는 것이다. 매번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있는 법이다.

어떻게든 '적자' 줄여야

2003년엔 우승했었는데 현대는 창단 12년 동안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명문팀이다. 사진은 2003년 우승을 확정한 선수들이 김재박 감독(현 LG 감독)을 헹가래치는 장면.

▲ 2003년엔 우승했었는데 현대는 창단 12년 동안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명문팀이다. 사진은 2003년 우승을 확정한 선수들이 김재박 감독(현 LG 감독)을 헹가래치는 장면. ⓒ 현대 유니콘스



세계 최고라는 메이저리그도 운영에 따른 적자 문제로 고심이 많았다. 하지만 방송사를 상대로 거액의 중계권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했다. 덕분에 거의 모든 구단은 만성 적자를 면하는 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경기 중계가 얼마나 비중 있는지는 <YES>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양키스 구단에서 운영하는 자체 독점 방송 <YES>는 미국의 야구관련 스포츠 케이블채널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예 <포브스>는 <YES>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5억 달러(약 4576억원)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내놓았다. 양키스의 브랜드 가치가 2억1000만 달러이니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한편 이벤트면에서는 메이저리그의 백미인 월드시리즈(WS)가 전 세계 8번째에 해당하는 6100만 달러(약 558억원)의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 모든 것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관계자들이 메이저리그 자체를 가치 있게 만들려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로 눈을 돌려보면 그간 적자 해소를 위한 움직임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프로야구는 매년 적자가 나니까'는 식의 자포자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큰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올해 시작한 SK 와이번스의 '스포테인먼트'는 큰 의의를 지닌다. 구단들도 이제 팬 중심으로 사고해 흥행에 성공하고 수익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적자폭을 줄인다면 뛰어난 홍보효과가 있는 프로야구의 매력은 기업들에게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야구계 안팎으로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는 선수들의 부풀려진 몸값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이는 각 구단의 만성 적자를 부추기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김성근(65) SK 감독은 지난겨울 "한국의 FA제도는 개선할 부분이 많다. 선수 몇 명을 영입하는데 구단의 1년 예산을 써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던 적이 있다. 이는 과연 30~40억원 얘기가 우습게 나오는 FA시장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구단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물론 선수들이 자신의 출중한 운동 능력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는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선수들이 무척 많다.

또한 고액 연봉자가 늘어난 대신 한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최소 연봉 선수들의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최근 불어난 선수들의 몸값은 만성 적자의 부실구조 속에서도 그 심각성이 더한 '부익부 빈익빈'에 가까워 아쉬움이 남는다.

비장한 각오 올초 광주구장에서 연습경기를 가졌던 현대 야구단은 비장한 분위기를 보였다. 당시 현대 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 비장한 각오 올초 광주구장에서 연습경기를 가졌던 현대 야구단은 비장한 분위기를 보였다. 당시 현대 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 이호영



만약 이번에 현대 야구단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아마도 현대에 소속되어 있던 수많은 선수는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고 야구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현재 야구계의 구조는 언제 어떤 구단이 해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부실하다. 선수들의 몸값 향상은 야구계의 구조가 견실해질 때 추구해도 늦지 않다.

비록 지금은 프로야구가 기업에게 인기가 없지만 향후 좀 더 매력적인 사업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구단, 선수, 관계자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프로야구 400만 관중 한국야구위원회 NH S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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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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