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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 감사위원. 20230421.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 감사위원. 20230421.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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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 : "송영길 피고인에게 국회의원 돈봉투 제공하는 거 직접 말한 적 있나?"
- 강래구 : "없다."

8일 진행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소위 '민주당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송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이 없다"라고 증언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 신분이자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 검찰 측 신청으로 증인석에 섰지만 검찰로서는 만족할 만한 증언을 받아내지 못한 형국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이날 송 전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재판을 진행했다. 지난 2월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강 전 감사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최근 건강에 이상이 생긴 듯 마스크를 착용한 채 환자복 형태의 수의를 입고 증인석에 섰다.  

검찰은 강 전 감사위원이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윤관석 의원 등 국회의원과 선거캠프 관계자 등에게 9400만 원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강 전 감사위원은 직무 관련 300만 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집요한 추궁... 재판부 "주장과 질문을 분리하라"

검찰은 주신문에서 송 전 대표의 직접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한 질문을 연달아 던졌다. 그러나 강 전 감사위원은 검찰이 기대하는 답을 하지 않았다.
 
- 검사 : "(당대표 경선) 후보자 보좌관(박용수)이 보고하지 않고 자금을 마음대로 운용 가능한가?"
- 강래구 : "선거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다르다. 비용이 어떤 비용인지는 모르지만 보고 없이도 지출은 가능하다."

- 검사 : "사후적으로라도 보고할 거 아니냐?"
- 강래구 : "원래 보고했던 사람이면 그렇지만..."

- 검사 : "본인한테 불이익이 올 수 있는데 (후보자와) 상의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일반적인 상황을 물어보는 거다. (자금 관련해) 일반적으로 보고하고 상의하는 게 맞지 않나?"
- 강래구 : "일반적으로 그냥 쓰는 것들은 보고 없이도 쓸 수 있다."

- 검사 : "특별한 건?"
- 강래구 : "특별한 일은 박용수와 송영길의 관계에서... 보고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추궁식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재판장은 검찰을 향해 "다음 사항을 물으라"면서 "주장과 질문을 분리하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강래구 "차비 정도의 일반적인 관례였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31218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31218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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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 전 감사위원은 자신이 지역위원장 등 선거운동 관계자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차비 정도의 일반적인 관례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성만 의원 등 현직 의원들에게 돈을 요구해 봉투를 건넸다'는 의혹에 "자금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지목됐던 모든 사람들은 나보다 선배들이었다. 그분들이 알아서 (선거관계자들에게) 식사라도 하라고 (건넨 거다). 서로 간의 관례와 예의였다"라고 항변했다. 

또 지역위원장들에게 50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넨 사실에 대해서도 "실비라고 표현하기에도 미안한 일"이라면서 "다만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런 행위를 했다는 거 자체가 내겐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서 '송 대표가 자금을 모으고 선거 관계인들에게 돈봉투를 건넨 계획을 공유했냐'는 질문에 강 전 감사위원은 다시 한 번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202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조직본부장을 맡은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도 돈봉투 관련해 "(송 대표에게) 공유하지 않고 공유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정근에게 (공유하지 말자는) 말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송영길)이 돈에 대해 철저히 계산하고 따지고 확인하는 스타일이냐'는 질문에 그는 "송영길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서 "공모한 적 없다. (송대표가) 그런 부분은 명확하다. 내가 검찰조사과정에서도 말했지만 송영길 의원은 5선 의원과 (인천)시장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자기 집이 없을 정도로 청렴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0일과 22일 공판에 또 다른 핵심 피고인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송 전 대표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를 각각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그:#송영길, #민주당, #돈봉투, #강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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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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