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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30일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친 뒤 퍼포먼스를 벌였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30일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친 뒤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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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강은 녹조가 가득한 악취 펄밭 강이다. 생명의 온기는 사라지고 공허한 기계음만 들리는 죽은 강이다. 흰수마자, 흰목물떼새, 수달과 고라니가 노니는 생명의 강이 아닌, 의미 없는 논쟁만 오가는 더러운 정치몰이 판이다."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환경단체가 30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의 일부이다. 이들이 농성천막을 친 장소는 세종보에서 30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한두리대교 교각 밑으로, 4m 높이의 세종보 수문을 닫는다면 수몰되는 곳이다. 그 시각, 세종보 소수력발전소 밑에선 포클레인과 트럭이 연신 오가며 5월로 예정된 보 수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금강, 낙동강, 영산강 활동가들이 친 '연대의 농성 천막'
 
세종보는 5월 중 재가동을 위한 마무리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보는 5월 중 재가동을 위한 마무리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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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문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 명의로 발표됐다. 세종보와 공주보 재가동 중단과 물 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연 이날 회견에는 세종, 대전충청 지역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낙동강·영산강 네트워크' 등 전국에서 윤석열 정부의 '제2 4대강 사업'에 맞서온 활동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임도훈 시민행동 간사(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강호열 '낙동강 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았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면서 "연대의 뜻을 모아서 이 강이 다시 물로 채워지지 않도록, 강이 흘러야 한다는 연대와 결의를 담아서 농성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세종보는 해체 '1순위'가 아니라 '0순위'였다"면서 "환경적으로도 문제였고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제성 평가 결과, 해체할 경우 비용 대비 편익이 3배나 크게 나왔는데도 지금 30억 원이라는 피같은 국민들의 세금을 쏟아 부어 사실상 죽어있던 '좀비보'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고 성토했다.

"세종보 수문 닫았을 때 확인한 죽음의 강"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30일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30일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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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새뜸] 세종 ‘좀비보’ 부활을 막으려는 사람들... 4월 30일 천막농성 돌입 #세종보 #4대강사업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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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처장은 2012년 세종보 완공 이후 12년 동안의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보에 물이 갇혀 있던 5년간, 4급수에서나 사는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했습니다. 소수력발전소의 낙차 소음 때문에 문을 열고 잘 수도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강가에 가면 악취가 진동해 시민들을 내쫓는 금강이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1월) 수문을 전면개방하면서 자연성이 회복됐습니다. 축구장 100배 이상 면적의 모래톱이 만들어졌고 하중도가 생겼습니다. 수변 생태계가 다양화되고, 예전보다 10배가 넘는 다양한 서식처가 제공됐습니다. 그야말로 생명의 강으로 다시 살아났는데, 세종보 수문을 다시 닫는다면 죽음의 강이 될 게 뻔합니다."

서봉균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공주보가 닫혔을 때 아름다운 모래사장은 시퍼런 펄로 뒤덮였고 녹조가 창궐해 많은 생명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는데, 최근 공주시가 금강 옛길복원이라는 미명아래 공주보 수문을 닫아 황포돛배를 띄우고 수륙양용버스 운행사업을 하려는 것을 공주시의회가 예산 삭감으로 막았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주보, 세종보 담수를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윤석열 정권은 완패했는데... 거대 야당도 적극 나서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30일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30일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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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서 완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민생 부분 등 모든 부분을 다 망가뜨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면서 "정진석 국회의원의 낙선은 강을 살려야 한다는 민심의 대표적인 방향이었는데, 이 사람을 다시 비서실장에 앉혔다"고 성토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민주당 등 거대 야당도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현 정부와의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현장으로 과감히 나아갈 것을 거듭 촉구한다"면서 "앞으로 세종보를 시작으로 4대강 16개 보 해체를 위한 물결이 시작됐다는 것을 적극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환경부와 세종시가 지난 5년간 흐르던 강을 막겠다고 하는 데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죽은 강에는 아무도 살 수 없고 누구도 찾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세종보가 가동될 때 우리가 이미 확인한 사실이기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면서 금강의 죽음을 막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세종보 수문 닫는다면 수백 쌍의 물떼새 학살의 현장될 것"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30일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30일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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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합강습지보호지역시민네트워크'(이하 합강습지네트워크)는 하루 전인 29일, 금강과 미호강이 만나는 합강습지와 세종보 일대의 물떼새 산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세종보에 물을 채운다면 모두 수몰되는 지역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모래섬 두 곳과 육상지역 모래톱 2곳의 물떼새 번식 조사를 실시했는데,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 둥지 2곳과 꼬마물떼새 둥지 1곳 등을 포함해 30여개의 둥지를 확인했다"면서 "이제 물떼새가 도래하기 시작하는 시기인데, 5월에 세종보 수문을 닫는다면 이곳은 수백 쌍의 물떼새가 죽는 제노사이드, 생태학살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날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보 정상화', '재해 예방', '소수력 발전 가동', '댐 추가건설', '하천준설' 등의 모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물 정책은 세계적인 물 정책 추세를 역행하는 최악의 정책"이라면서 "우리는 필사의 각오로 세종보 상류에 천막을 짓고 정부의 악한 정책을 막아서려 한다"고 선언했다.  

태그:#세종보, #4대강사업, #금강, #세종시,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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