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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공장, 디지털 팩토리] 
① 디지털 공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매순간 100m 달리기 수준의 노동, 이러다 큰일난다
③ 배달하다 숨진 26살 청년, 하루 뒤에 온 충격 메일


디지털 팩토리가 확장됨에 따라 더 많은 노동자들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본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었다. 노동자의 생산량과 효율을 더 정밀히 계산할 수 있게 되면서 노동 과정과 성과에 대한 감시가 늘어났다. 이질적인 노동자들이 훨씬 넓은 공간에 분포해있고, 서로 분절화되어 있는 만큼, 노동 시장은 더욱 유연화되고,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놓여있다.

디지털 팩토리와 그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게 가려져 있어 그들의 노동 환경이나 건강 실태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디지털 팩토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실태에 관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아직 부족하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연구를 기반으로 물류센터, 플랫폼 노동자, 크라우드 워커, 콘텐츠 모더레이터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물류센터의 높은 노동강도
 
택배를 분류하는 노동자(자료사진)
 택배를 분류하는 노동자(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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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수행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노동환경 및 건강수준 평가에서, 응답자의 73%가량이 빨리 걷는 수준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28%가량이 100m 달리기 수준으로 작업 강도를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계약직, 일용직, 센터 종류에 상관없이 일관된 결과다. 응답자의 51%가 작업 후에 육체적으로 항상 지친다고, 32%는 정신적으로도 항상 지친다고 응답하였다. 응답자의 49.3%가 지난 1년 중 몸이 아픈데도 출근을 한 경험(프리젠티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응답자의 70%가량이 상하지 근육통 및 전신 피로와 같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였으며 이는 일반 노동자와 비교하면 3~4배 높은 비율이다.

정신건강 역시 취약했다.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이 24.3%, 자살 사고 및 계획까지 세운 경우는 각각 18.3%, 2.5%로 이는 일반 국민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연구 참여자들은 휴식 시간 및 공간 부족, 인력 부족, 성과 압박 등의 직무스트레스, 직장내 갑질, 인권 침해가 자신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응답했다.

플랫폼 업체의 업무 통제와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

2022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음식배달 노동자, 대리기사, 가사관리사를 중심으로 전국 1000명의 플랫폼 노동자 노동환경 및 건강실태를 조사하였다. 보통 주 5일 혹은 그 이상 일하고 있으나 월 평균 수입은 200만 원가량이었다. 가사관리사의 경우 평균 수입이 150만 원으로 특히 더 낮았다. 이들 중 4대 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음식 배달 노동자나 대리기사에서는 13%, 가사 관리사에서는 5.5%뿐이었다.

음식배달이나 대리기사는 소비자에게 받는 평점으로 인한 걱정이 많았고, 폭력 경험 역시 높게 나타났다. 진동, 소음, 먼지, 높거나 낮은 온도 등의 유해 요인에도 자주 노출되었다. 가사관리사는 소비자에게 모욕적 언사를 받은 경험이 많았으며 화학물질이나 중량물 취급, 반복 작업에 자주 노출되었다.
 
디지털 팩토리 노동자들은 비정형적이고 통제적이며 유연한 업무 환경에서 건강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디지털 팩토리 노동자들은 비정형적이고 통제적이며 유연한 업무 환경에서 건강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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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플랫폼 노동자들 모두 충분한 휴식이 부족하고, 시간 압박이나 자율성 부재 등의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관리사는 일반 노동자보다 근골격계 증상이 2~5배 높게 나타났고, 대리기사 및 음식배달 노동자는 두통 및 눈의 피로가 1.5~2.2배 높게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자 모두에서 일반 인구보다 전신 피로는 1.5~2.1배, 우울증상은 1.9~4.2배까지 높게 관찰되었다.

업무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스트레스 외에, 고객의 평점이나 성과가 업무 배당에 영향을 주는 플랫폼 업체의 통제로 인한 스트레스도 심한 것으로 보였다.

크라우드 워커, 유연한 업무 시간의 역설

크라우드 워크는 기업의 업무를 디지털화 된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익명 노동자들에게 할당하는 방식을 말한다. 노동자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노동할 것인지를 본인이 정할 수 있지만, 반면 비정형적인 업무로 인해 소득이 불안정하고,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업무가 주어질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사회 보험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크라우드 워커는 매우 다양하다. 노동자의 절반 정도는 부가 수입 마련을 위한 부업으로 노동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주업으로 하는 비율이 더 높다.

2021년 독일에서 4개의 크라우드 워크 플랫폼 유형(▲ 설문조사, 데이터 정리 등 단순 작업 ▲ 자막 및 번역 등 콘텐츠 제작 ▲ 제품 촬영, 지리적인 데이터 및 영업시간 확인 등 마이크로 센싱 ▲ 프로그래밍)에 속하는 총 748명의 크라우드 워커의 신체 건강을 조사했다. 비교적 나이가 젊은데도 모든 유형의 노동자가 독일의 일반노동자보다 소화기계, 근골격계, 두통, 수면, 피로 등 전반적인 신체 건강 지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근무 시간이 길고,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일과 삶 불균형이 높은 크라우드 워커의 신체 건강이 더 나쁘게 나타났다. 즉, 짧은 계약으로 인한 불안정성과 그로 인해 고용을 지속하기 위해 오히려 과도하게 업무에 몰입하는 것이 건강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호 체계 없는 콘텐츠 모더레이터의 정신건강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인터넷에 업로드된 영상이나 게시글 등의 내용 중 유해하거나 문화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선별 및 삭제하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이다. 혐오 발언이나, 폭력적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심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번 아웃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고통스러운 현실이 지속됨에 따라 이에 대한 동정심이나 공감이 약화되는 동정 피로(compassion fatigue)와 같은 심리적인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2024년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의 콘텐츠 모더레이터 213명의 정신건강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업무 중 스트레스를 주는 콘텐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 정신건강 지표가 나빠졌다. 그러나 빈도에 상관없이 정신건강 지표가 정상 범주인 응답자는 6.9%에 불과했다. 34.6%가량이 중등도나 중증 점수에 해당되었다.

2023년 국내 콘텐츠 모더레이터의 노동 실태와 위험성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콘텐츠들이 시스템에 의해 쉴 새 없이 할당됨에 따라, 휴게시간은 철저히 계산되고, 화장실을 가거나 한숨 돌리려면 주변 동료들에게 업무를 부탁할 정도로 높은 노동강도로 일하고 있었다. 일상생활 동안 콘텐츠 장면의 충격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무감해지는 등의 정신적 위험이 항상 있어 심리적 맷집이 요구되는 환경이었으나 보호체계는 전혀 없었다.

디지털 팩토리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

디지털 팩토리 노동자들은 주로 하는 업무의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그들의 비정형적이고 통제적이며 유연한 업무 환경에서도 건강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은 일반 노동자보다 취약한 상태인데, 보호체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고, 디지털 팩토리 노동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은 너무나 가려져 있고 파편화 되어있어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한 조사와 연구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훼손하는 노동 환경에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 문헌]
-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환경 건강수준 평가 국회 토론회 자료집. 2021.09.30.
- Yoo H, Song JH, Kim HR. Association between presenteeism and mental health among logistic center workers. Ann Occup Environ Med. 2022 Nov;34(1):e39. https://doi.org/10.35371/aoem.2022.34.e39
- 강모열 외. 플랫폼 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모니터링을 위한 구축.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2022. 2022-산업안전보건연구원-804
- Yoo H et al., Investigation of Working Conditions and Health Status in PlatformWorkers in the Republic of Korea, Safety and Health at Work, https://doi.org/10.1016/j.shaw.2024.01.002
- Schlicher KD, Schulte J, Reimann M and Maier GW (2021) Flexible, Self-Determined… and Unhealthy? An Empirical Study on Somatic Health Among Crowdworkers. Front. Psychol. 12:724966. doi: 10.3389/fpsyg.2021.724966
- Ruth Spence, Antonia Bifulco, Paula Bradbury, Elena Martellozzo, and Jeffrey DeMarco. Content Moderator Mental Health, Secondary Trauma, and Well-being: A Cross-Sectional Study.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 Feb. 2024.149-155.http://doi.org/10.1089/cyber.2023.0298
- 노가빈, 이소민. 국내 콘텐츠 모더레이터 노동의 실태와 위험성. 한노보연X공감 2023 독자연구 공모사업 발표자료

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4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디지털팩토리, #디지털자본주의, #모더레이터, #플랫폼, #노동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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