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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멕시코를 여행 중이다. 길 위에서 조우하는 사람과 삶을 인터뷰한다. 지난 2월 3일, 바하칼리포르니아주의 마법마을, 테카테를 방문했다.[기자말]
멕시칼리에서 시에라 데 후아레스(Sierra de Juarez) 산맥을 넘으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몇 굽이인 줄 알 수 없는 돌산 고갯길을 올라오는 동안 이 길이 끝나면 마치 외계일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고개의 정상에 다다른 순간 내가 지나온 곳이 외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슬아슬한 바위 산길과 수시로 현기증을 감내해야 하는 주황색 사막의 끝, 고원에는 물기가 느껴지고 푸른 잎을 단 나무들이 조였던 근육을 풀어지게 한다. 태평양에서 불어온 습기는 결국 이 산맥을 넘지 못하고 이곳에서 여정을 마친다. 그것은 이 고원, 라 루모로사(La Rumorosa)에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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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국경도시 테카테
 미국과의 국경도시 테카테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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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테카테(Tecate)'라는 이름과 대면하지 않고 지나치기는 어렵다. 테카테 맥주 브랜드 때문이다. 독수리 엠블럼의 테카테는 페일라거로 순한 맥아 단맛과 은은한 홉 쓴맛이 어우러진 상쾌하고 깔끔한 맛과 가벼운 바디감이 돋보이는 맥주다. 멕시코 남성들은 짬이 나면 맥주와 함께 그 시간을 보낸다. 축제나 휴가, 혹은 거의 모든 종류의 휴식시간에 그들 손에 들려있는 것이 테카테맥주다. 남성들의 휴식이 있는 곳에는 얼음을 채운 플라스틱 양동이에 테카테 맥주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식사에 초대받아도 미리 이 맥주를 한 캔씩 마시며 들어간다. 1944년부터 생산된 테카테는 멕시코 남자들에게 여전히 발견되는 '마치즈모(machismo 남성다움)'의 도구가 된 것 같다.

이 '테카테양조장(Cervecería Tecate)'이 있는 곳이 테카테 시(巿)다. 티후아나에서 동쪽으로 50km 남짓한 곳에 있다. 쿠메야아이(Kumeyaay) 부족의 땅이었던 이곳은 포도, 올리브, 과일 및 채소와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이 주요산업이지만 국내외로 이름을 얻은 테카테 맥주의 인지도로 지역경제와 관광에 덕을 보고 있다.

대부분의 유명 양조장들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테카테양조장에서도 가이드 투어가 가능했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이 프로그램이 중단된 후 재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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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카테양조장(Cerveceria Tecate)
 테카테양조장(Cerveceria Tecate)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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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카테 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으로 2012년에 '마법마을(Pueblo Mágico)'로 지정됐다. 마법마을프로그램((Pueblos Magicos Program)은 2001년부터 멕시코관광청의 주관으로 자연·역사·문화 등에서 탁월한 점이 있는 곳을 선정한 곳으로 2023년 8월 기준 31개 주에 177개 도시를 선정했다. 멕시코에 2500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정된 도시에서 충분히 마법같은 매력를 발견할 수 있다. 테카테는 바하칼리포르니아주의 유일한 마법마을이다.

미구엘 이달고 공원(Miguel Hidalgo Park)에서 과연 우리의 삶에 마법이라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을 때 일행, 옥스나르가 불렀다. 여성에게 작은 두루마리 종이를 받아 내게 건넸다.

"당신에게 시를 선물 드리겠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 여성이 답했다.

"이 종이에는 한편의 작품이 담겨 있습니다."

옥스나르는 그 두루마리를 10페소 주고 구입했다. 시를 파는 여성과 그것을 사는 사람. 내가 찾던 마법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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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시를 팔고 있는 선생님의 말씀. "이것은 제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고 내 학생들에게도 이런 방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원에서 시를 팔고 있는 선생님의 말씀. "이것은 제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고 내 학생들에게도 이런 방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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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루마리 속에는 어떤 시가 담겨있습니까?"
"사랑과 비탄에 관한 내용을 아담과 이브의 스토리에서 차용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시입니까?"
"아니요. 제 남자친구의 작품입니다."
"남자친구가 시인이군요?"
"작가도 시인도 아닙니다."

"그럼 이 작품은?"
"그는 랩 음악의 가사를 써요."
"당신 남자 친구가 쓴 가사를 당신이 이렇게 리본을 만들어 맨 두루마리로 만들어 팔 생각을 어떻게 하신 겁니까?"
"개인적으로 전 그의 글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고, 영향력이 많지도 않으며, 이제 막 시작했지만 그가 무엇을 하는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업으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까?"
"네. 그는 계속해서 글을 쓰기를 바라지만 현재는 재정능력이 글만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글을 쓰면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고 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당신이 공원에서 이것을 파는 모습을 당신의 학생이 볼 수도 있겠군요.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의치 않습니다. 이것은 제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고 내 학생들에게도 이런 방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물어보아도 될까요?"
"29살 동갑입니다."
"두 분 모두 테카테에 살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5년째 함께 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멕시코여행, #테카테, #마법마을, #바하칼리포르니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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