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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의 사회복지노동자, 보육노동자, 요양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 노동자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 기간동안 다뤄져야 할 의제들에 대한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국정감사가 국회 안에 갇히지 않고  돌봄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연결되고, 반대로 돌봄 현장의 이야기들이 국회에 가닿게 하기 위해 이번 연속기고를 준비했다.[기자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06년 활동지원서비스의 올바른 제도화를 요구하며, 30명의 회원들이 삭발하고 한강대교를 건넜다. 장애인 운동의 힘겨운 투쟁으로 2011년에서야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별도 법률이 제정되었다.
▲ 2018.4.19.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청와대를 향해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06년 활동지원서비스의 올바른 제도화를 요구하며, 30명의 회원들이 삭발하고 한강대교를 건넜다. 장애인 운동의 힘겨운 투쟁으로 2011년에서야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별도 법률이 제정되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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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에 혼자 살고 있고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중증장애인 45세 강아무개씨. 그는 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함께 사는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이후 독립을 했고, 13년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 몸이 많이 아프게 되어 거의 누워만 있게 된 강씨는 활동지원사가 방문하지 않으면 식사, 세탁, 청소 등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활동지원사가 사정으로 인해 하루 정도 방문하지 못했던 때 소변백을 비우지 못한 나머지 소변이 방바닥에 넘쳤던 적도 있었다. 강씨에게 활동지원서비스는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다.

강씨를 비롯해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해 쟁취한 결과인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2007)'가 올해로 15년째를 맞았다(활동지원서비스의 제도적 근거가 되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11년 1월에 제정되어, 그 해 말부터 시행되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는 장애인의 삶과 생활의 책임이 자신 또는 가족의 몫이었던 과거와 달리, 장애인 스스로가 일상생활 전반을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권리로 인정한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첫 서비스를 제공받은 이들은 서울시 서초구 등 6개 시·군·구 539명의 장애인들이었다. 2021년 현재는 전국적으로 약 10만 명의 장애인들에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1.5조 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장애인의 활동의 자유 보장을 위한 직업,  장애인활동지원사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전국적으로 약 10만 명이다.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주체는 장애인활동지원사다. 장애인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의 직무교육, 숙련도, 경험, 품성 등이 서비스의 질을 결정한다.

장애인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제공기관, 장애인활동지원사 모두의 노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그 중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부분을 민간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관운영 및 서비스 제공 관리 등 중개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돼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당국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처우를 포함한 서비스 질 향상에 필요한 대책을 개별 기관에 떠넘기고, 기관은 다시 개별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오늘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맨얼굴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노동조건을 보면, 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요구인지 알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중 99.9%가 민간 주체 운영 기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절대 다수가 호출형 노동자로 서비스 취소에 따른 소득불안정,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고용불안정에 놓여있다. 처우 또한 열악하다. 월 평균 소득이 월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된 처우도 보장하지 않은 이러한 상황에서 활동지원사에게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라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약속 안 지키는 정부, 껍데기 뿐인 사회서비스원
 
21년 10월 현재 전국의 11개 사회서비스원 중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한 곳 뿐이다. 서울마저도 12개 종합재가센터 중 2개만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공공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설치를 기피하고 있다.
▲ 21.09.14.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서비스원 직영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전면확대를 요구했다. 21년 10월 현재 전국의 11개 사회서비스원 중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한 곳 뿐이다. 서울마저도 12개 종합재가센터 중 2개만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공공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설치를 기피하고 있다.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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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도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최아무개씨는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는 장애학생에게 등하교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그녀는 활동지원사로 일하는 동안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때 장애학생의 보호자는 최씨에게 출퇴근시 대중교통이 아닌 자차를 이용할 것을 요구했다. 코로나로 인해 불안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최씨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렵다고 했고, 결국 서비스 중단을 요구 받았다. 최씨는 기관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기관은 이용자 요청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날부터 서비스를 중단하라 권고했다. 제도상 서비스를 즉시 중단하지 않아도 되는 보호장치가 있지만, 현장은 소위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무법지대와도 같은 곳이므로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기관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집에서 가까운 소속 기관에서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 같은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최씨는 거의 15일간 일을 못했고, 그 달 월급은 반토막이 났었다.

최씨는 근처에 사회서비스원이 생기면 입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에서는 서비스 중단이 되더라도 고용에 대한 불안이나 임금의 저하가 없을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사회서비스 공단(현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고 공공 돌봄시설의 확충과 돌봄노동자 직접고용 및 임금인상을 약속했다. 정부는 2019년 발표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계획에서 전국에 종합재가센터 135개를 확충하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확장형' 종합재가센터를 통해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에 놓여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을 직접고용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21년 현재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고 있는 종합재가센터는 24개로 설치율이 17.8%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서울시 12개 종합재가센터 중 2곳 뿐이다. 이 정도면 정부는 장애인-장애인활동지원사와 한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 초창기, 많은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조금만 참으면 사회서비스원이란 공공영역에 편입되어 보다 안정적이고 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 장애인활동지원사 10만명 중 단 58명만이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와 국정감사 국회에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활동지원사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강씨와 고용불안과 낮은 처우로 인해 늘 불안한 최씨와 같은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위탁을 준 민간기관의 운영과 사업시행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또 사회서비스원을 보다 빨리, 더욱 촘촘하게 개소해서 장애인 누구나 가까운 사회서비스원에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사회서비스원의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내려보낼 예정이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활동지원사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표준운영지침에 담길 내용은 간단하다. 사회서비스원이 설립하는 종합재가센터에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운영을 의무화하고, 여기에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을 전일제-월급제 노동자로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10월 21일까지 문재인정부에 대한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사회서비스원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10월 6~7일과 20일 종합감사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와 국정감사 국회에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하기로 약속한 정책을 이행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활동지원사 노동상담: kptu0330@gmail.com (김완수 사무국장,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태그:#장애인활동지원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사회서비스원, #공공운수노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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