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호선 여의나루역. 한강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역이다. 여의도의 4개 역 중 유일하게 주말 수요가 주중보다 많은 역이기도 하다. 이런 여의나루역 앞 한강공원을 넘어 LG트윈타워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5호선 여의나루역. 한강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역이다. 여의도의 4개 역 중 유일하게 주말 수요가 주중보다 많은 역이기도 하다. 이런 여의나루역 앞 한강공원을 넘어 LG트윈타워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안승민

관련사진보기

 
여의도에는 5호선 여의나루역이 있다. 여의나루역은 특이하게도 평일보다 주말 이용객이 더 많은 역이다. 그만큼 주말에 여의나루역을 통해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여의나루역에 방문한 날에도 봄나들이를 즐기는 시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주말 여의나루역에서 가장 사람들이 몰리는 출구는 2번 출구, 혹은 3번 출구다. 2번이나 3번 출구로 나가면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편 1번 출구로 나가 350m만 걸어도 집단 노조파괴와 부당해고의 현장, LG트윈타워가 있다. 새해 첫날 집단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차갑게 불어오던 겨울바람이 물러서고 벚꽃마저 질 기미를 보이지만, LG의 집단해고 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LG트윈타워 앞에서 'LG청소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바자회와 음악회'가 열렸다. 나도 작은 힘이나 보태자는 연대의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너무 싼 가격에 괜찮은 물건을 얻어서 오히려 내가 힘을 받고 돌아간 것 같다.
 
LG트윈타워 앞 내걸린 현수막. 노조 결성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이며 희망이다!
 LG트윈타워 앞 내걸린 현수막. 노조 결성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이며 희망이다!
ⓒ 안승민

관련사진보기

 
괜찮은 손거울과 예쁜 배지를 각각 천 원에 샀고, 보조배터리는 이천 원에 케이블은 무료로, 수제로 만들었다는 쿠키는 3천 원에 세 개나 살 수 있었다. 옛날 감성이 느껴지는 카세트테이프도 이천 원에 샀다. 수제로 만든 쿠키는 집에 오는 길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맛있게 먹었다. 분명 연대하려고 방문한 건 나인데 내가 힘을 얻으며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지나가는 시민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세 시 반부터는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이지구씨와 안마루씨, 신승은씨, 야마가타 트윅스터 씨의 공연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신승은씨가 "LG를 불매하자"라고 말하면서 "LGBT는 LG 제품이 아니다"라고 던졌던 농담이다. 그렇지. LG는 불매해야 하지만 LGBT는 불매하면 안 되니까. 중간에 공연이 준비되는 동안 청소노동자 조합원분께서 '소양강 처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가사의 '소양강 처녀' 대목을 '여의도 처녀'로 바꾸어 불러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얼굴을 그려 주시는 분도 있었다. 나름 인기가 많아 오래 기다려야 했다. 내 차례가 온 후 가만히 앉아있었더니 어느새 그림이 완성되었다. "여드름 하나 없애는 데에 150원"이라는 농담에 간담이 서늘했다. 작품이 완성된 후 쓰이기를 원하는 문구를 물으셨다. 앞선 사람은 '투쟁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문구를 생각했는데 나는 그런 멋진 문구가 떠오르지 않았다. 다들 어떤 문구를 쓰냐고 물으니 "소원도 쓰고, 하고 싶은 것도 쓰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 소원은 LG의 고용 승계. 망설임 없이 고용 승계를 이야기하니 작품에 적어주셨다. 내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내 소원이 이루어진 후 이 그림을 들고 다시 LG트윈타워 앞에 서고자 한다.
  
여의나루역 1번 출구의 모습. 여의나루역 1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LG트윈타워를 찾을 수 있다.
 여의나루역 1번 출구의 모습. 여의나루역 1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LG트윈타워를 찾을 수 있다.
ⓒ 안승민

관련사진보기

 
여의나루역 2번 혹은 3번 출구 앞에 한강공원이 있다면,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에는 해고당한 청소노동자가 있다. 청소노동자를 일터로 돌려보내는 힘,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힘, 노조파괴와 부당해고에 맞서는 힘은 연대에서부터 나온다. 나조차도 부족하지만, 염치없지만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1번 출구로 몸을 돌려 연대를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태그:#LG트윈타워, #여의나루역, #1번출구, #LG불매, #노조파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