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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연말 이웃 사랑 성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구광모 회장 고모들의 이름은? 다음 중 LG의 제품이 아닌 것은? 황당한 질문들은 꼭 LG 신입사원들이 치러야 하는 테스트 같아 보이지만, 아니다.

이 문제들은 <LG트윈타워 2차 간담회> 줌(zoom) 뒤풀이에서 진행된 아이스 브레이킹 퀴즈에 사용된 문제다. 코카콜라가 LG에서 수입해오는 음료인 줄 몰랐던 나는 아쉽게도 하위권 점수를 기록했다.

6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청년‧학생 모임에서 진행한 'LG트윈타워 2차 간담회: 우리는 연결될수록 더 강하다'가 진행되었다. 6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자 다른 공간에서 화면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간담회는 트윈타워 투쟁 보도 기사에 달린 악플들을 읽고 이에 대해 설명하는 1부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문제를 넘어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문제로 생각해보는 2부로 구성되어있었다.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인 최이순, 김영례, 최명자 조합원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오승재, 기록노동자 희정, 노동해방투쟁연대 이용덕 활동가가 패널로 함께했다.
 
LG트윈타워 2차 간담회 포스터
 LG트윈타워 2차 간담회 포스터
ⓒ LG트윈타워 투쟁에 연대하는 청년학생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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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는 최근 근황을 나누며 시작했다. 가처분결정을 받았으니 비교적 출입이 자유로워졌을 거라 생각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김영례 조합원은 가처분 이후 LG가 어떻게 시위를 방해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가처분 이후 로비에서 시위는 되는데 잠은 자면 안 된다고 한다. 우리는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버는데, 잠만 자도 벌금이 200만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위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동관, 서관이랑 중앙이랑 연결하는 문은 잠그고 지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출근할 때에는 문 앞에 나가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보안요원들 하루 20만 원씩 써서 문을 막는 걸 보면, 자본가들의,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인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많았다. 가처분 이후 청소노동자들은 밖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었다. 간담회 며칠 전인 2월 4일에는 최명자 조합원이 아시아나 케이오지부 해고노동자 김계월 조합원과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하는 '우리가 싸우듯이' 라이브에 참여했다.

최근 김진숙 지도위원의 희망뚜벅이에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최명자 조합원은 "처음에는 연대하는 것도 잘 몰랐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우리 투쟁에 연대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우리도 하게 되었다. 엊그저께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고 왔다. 암투병 하고 있다는데 눈이 반짝거리고 힘 있어 보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노조할 권리를 위해서

이어서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다양한 댓글들이 있었지만, 하는 이야기는 비슷했다. 모두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내용이었다. 사회자는 "계약 만료되어 자동퇴사인데 뭐가 문제냐"는 댓글을 읽고, 계약 만료로 퇴사한 경우가 그동안 있었냐고 물었다. 조합원들은 모두 그런 적 없었다고 대답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계약은 1년 단위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례 조합원은 LG트윈타워에서만 약 8년 5개월을 근무했다. 지금 용역회사가 들어오기 전에도 이 건물에서 일해온 노동자다. 8년 동안 계속해서 연장해오던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LG는 '70세 정년 연장이 어려워서' 혹은 '서비스 품질이 안 좋아서' 등이라고 발표했으나, 조합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이게 떳떳했으면 말할 때 따로 불렀을 리가 없다. 퇴직금을 얼마씩 주겠다고, 서로 비밀로 하라고 그랬다. 다 같은 노동자들인데 다른 돈을 주는 게 이상했다. 나는 일을 해야 해서 사인을 안 한다고 그랬다. 어떻게 매일 열심히 일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잘라버릴 수 있냐."

"70세 정년을 먼저 얘기한 게 회사였다. 우리가 노조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팀장이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65세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 언제까지 일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팀장이 먼저 건강하면 70세까지도 하실 수 있다고 그랬다."

"우리가 신체나이는 아직 55살이다. 여기 청소노동자들 가정을 보면, 아직 취업 안 된 자식도 많다. 청소일을 해서 생활에 보태고, 자녀들을 가르치다 보니 노후 대책도 못 했다. 그래서 일을 하는 건데 만료됐다며 나가라고 하면, 60 넘은 나이에 우리가 어디로 가겠나. 여기서 10년을 더 하겠냐, 20년을 하겠냐. 기껏해야 몇 년 더 할 텐데. 노조 만들었다고 10년 동안 없었던 계약해지를 이렇게 갑자기 하나. 이곳에서 나가면 어디 가서 일할 데도 없다."

"서비스 품질이 안 좋아서 재계약을 못 한다 말했는데, 이건 거짓말이다. 노조를 해체하려고 한 이야기다. 우리가 일하면 2명씩 짝을 지어서 한다. 그래서 한쪽이 빠지면 짝꿍이 하고 그러는데, 노조 들고 나서는 사람이 나가도 새로 고용을 안 한다. 인원이 이렇게 줄어드니까 청소가 안 될 수밖에 없다."


'왜 LG 소속이 아닌데 LG에서 책임지라고 하냐'는 댓글에는 패널로 참석한 노동해방투쟁연대 이용덕 활동가가 답했다.

"실제로는 LG가 일을 시키는 게 맞다. 청소를 지시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건 S&I라는 LG자회사에서 시키고 있다. 그런데 파견법 같은 모든 제도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되어있다 보니 LG는 이렇게 발뺌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주장하고, 조합원들이 투쟁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법원조차도 LG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원청인 LG가 쟁의행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왜 다른 빌딩에서 일하지 LG트윈타워에서만 일하려고 하냐'는 댓글에 이용덕 활동가는 "이 문제는 노조 할 권리를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다.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많은 대학에서 노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대형빌딩은 그렇지 않다. 전국의 청소노동자가 100여만 명 된다고 한다. 이렇게 수많은 빌딩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으나, LG와 같은 대기업 대형 빌딩의 경우 노조가 거의 없다"면서 "대형 빌딩에서 노조를 만들면 선례가 생기니까 그걸 막으려고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보지 않는 노동


청소노동자는 우리 사회에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된다. 기록노동자 희정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존재에 주목하고, 무엇이 이들을 보이지 않게 하는지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을 그림자노동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보지 않는 노동이다. 우리가 직접 눈을 가리는 게 아니라, 우리 눈을 가리는 제도와 문화가 있다. 하청의 재하청, 파견, 용역, 이런 것도 청소노동자를 볼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고 '여자가 하는 일', '반찬값 벌고 학원비 버는 노동'이라는 수식어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여성 노동을 부차적인 노동으로 취급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돈을 조금 줘도 돼, 깎아도 돼, 나이가 많으니까 더 깎아도 돼, 이런 생각들이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보이지 않게 한다."


오승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성소수자들의 노동 또한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도 비슷하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다. 일을 구하는 과정부터 그만둘 때까지 차별을 받기에 성소수자인 것을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과거 홍대 청소노동자 투쟁에서 사용한 '우리는 유령이다'하는 슬로건에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많이 공감했고, 적극적으로 함께하려고 했다.

성소수자들이 다양한 일터에서 이렇게 청소노동자 투쟁에 함께 연대하는 건 이런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유령이고 한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공감에서 연대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우리를 더 많이 드러내고, 더 많이 외치고자 한다."


'유령들의 싸움'이라는 설명은 보이지 않는 취급을 받아오던 청소노동자들의 싸움이 가지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소노동자들에게도 목소리를 내는 경험은 특별했다.

특히 최명자 조합원은 자신이 노조를 하고 나를 찾는 것 같다고 답했다.

"투쟁을 통해 성장을 했다. 옛날에는 말하는 것도 쑥스러워했고 못 했는데, 지금은 나한테 이런 면도 있었나 싶고. 싸움을 통해 당당해졌다. 그전에는 엄마로 살아왔고, 아내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나를 찾은 것 같다. 여성 고령 노동자로서, 밟히더라도 길가 잡초같이 뿌리를 아래로 더 내리려고 한다. 죽지 않으려고. 자본가들의 돈이랑 권력으로 휘두르는 행동이 어디까지 가나 볼 거다."

김영례 조합원도 마찬가지였다. 노조에 들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학생 때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이번에 투쟁하면서) 유튜브 찍고 한 거 보니까 아들이 놀랐다. 엄마가 말을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들이 엄마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좀 살아도 된다고, 마음속에 담고만 있으면 안 된다고 그랬다. 가끔은 이 말을 해야 할까, 하지 말까 생각을 한다. 그래도 3초만 생각하고 말을 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하고 있다."
 
LG트윈타워 투쟁에 연대하는 청년 학생모임이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LG트윈타워 투쟁에 연대하는 청년 학생모임이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 LG트윈타워 투쟁에 연대하는 청년학생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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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이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파업을 보도하는 기사 댓글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이 정년을 늘려달라고 해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거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이런 노동자들의 떼쓰기 때문이다.' 본질을 흐리는 말이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이유와 청소노동자들이 해고된 이유는 모두 같은 원인에서 기인한다.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자본의 논리가 노동자 개개인의 삶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채용하지 않거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혹은 아무렇지 않게 해고한다. 기업의 결정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삶은 그 과정에서 고려 사항이 아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이렇게 같은 구조에 맞서 싸우는 동지로서 청소노동자들에게 공감하고 연대하고 있었다. 김영례 조합원이 "이 싸움은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싸움"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간담회를 준비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청년‧학생 모임은 논의를 마무리하며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전태일 열사를 설명할 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하는 투쟁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아름다울 수 있도록 연대가 끊기지 않길 바란다."

태그:#LG트윈타워,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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