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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천대 새내기 김지석입니다. '길벗'은 전국의 한의대생 및 한의사 모임으로, 사람의 건강이 개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있다고 생각하여 사회의 아파하는 많은 분과 함께하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사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까지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공부와 실천 활동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길벗에서는 올해 7월에 백남기 어르신이 계신 보성 웅치면으로 여름 농활을 다녀왔었고, 이번 가을에 다시 찾아뵙고 가을 수확을 도와드리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백남기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후 강제 부검 논란이 일면서 가족분들과 보성농민회 분들도 서울에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성에 내려가 일손을 도와드리는 것보다는 장례식장에서 함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길벗 친구들은 계획을 수정하여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로 모여 길벗 백남기 농민 지킴이 실천단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가 하얀 가운 입고 지하철에 오른 이유

혜화역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권혜인 한의사님의 세미나를 듣고 있습니다.
▲ 세미나를 듣고 있는 길벗 학생들 혜화역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권혜인 한의사님의 세미나를 듣고 있습니다.
ⓒ 신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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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토요일 길벗 친구들은 혜화역 노들장애인야학에 모여 권혜인 한의사님을 통해 현재 정황에 대한 세미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백남기 농민 추모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집회에 오신 분들께 국화꽃, 추모 리본, 유인물, 구호 피켓을 나눠드리고 혜화역 대학로에서 종로구청 사거리 앞까지 행진했습니다. 백남기 어르신께서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를 맞으신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헌화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경찰들이 벽을 세우고 진행을 방해하여 그곳까지 이르지는 못하였습니다.

길벗 학생들이 발언을 들으며 찍은 사진,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 추모 대회에 참여한 길벗 학생들 길벗 학생들이 발언을 들으며 찍은 사진,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 신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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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적지였던 종로구청 사거리 바로 앞에서 경찰들이 벽을 세우고 진입 방해를 하여, 경찰들이 길을 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종로구청 사거리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 최종 목적지였던 종로구청 사거리 바로 앞에서 경찰들이 벽을 세우고 진입 방해를 하여, 경찰들이 길을 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신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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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경 장례시작 앞을 지키고 있는 학생 대표 신향우, 집행위원장 박주연의 모습입니다.
▲ 백남기 어르신 장례식장을 지키는 길벗 학생들 새벽 4시경 장례시작 앞을 지키고 있는 학생 대표 신향우, 집행위원장 박주연의 모습입니다.
ⓒ 신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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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을 마친 후 오후 7시경 광화문 앞에서 열린 세월호 900일 집회에 참여하였고, 이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2시간씩 번갈아 불침번을 서며 조문객분들을 맞이하였습니다.

길벗 친구들은 장례식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둘째 날인 10월 2일 일요일 오전, 백남기 투쟁본부 정책팀장 선생님의 정세 설명을 듣고 지하철 실천 활동을 준비하였습니다. 활동은 지하철에 탄 시민분들께 백남기 농민께서 물대포와 국가폭력으로 인해 돌아가신 것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드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 검사 제도 도입 서명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길벗 친구들은 '병사 아닌 타살이다 사인조작 웬 말이냐', '살인경찰 책임져라', '부검 아닌 특검을' 등이 적힌 피켓을 만든 뒤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우드락에 손글씨로 피켓을 정성스레 만들고 있습니다.
▲ 활동에 사용될 피켓을 제작하고 있는 길벗 학생들 우드락에 손글씨로 피켓을 정성스레 만들고 있습니다.
ⓒ 김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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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이동하기 전 모습입니다.
▲ 지하철 실천 활동에 나가는 길벗 학생들 지하철로 이동하기 전 모습입니다.
ⓒ 신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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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활동을 할 때는 5~6명씩 두 개의 조로 나누었고, 발언을 하는 한 명, 유인물을 나누어 드리는 두 명, 서명을 받는 두 명으로 역할을 분담하였습니다. 유인물과 서명 용지는 희망하시는 분들께 제공해드렸고 한 칸씩 이동해가며 열차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활동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활동은 하얀 가운을 입고 진행하였는데, 물대포로 인한 외인사로 돌아가신 것이 명백함에도 억지로 부검을 하려는 경찰, 검찰과 사인을 병사라고 주장하는 서울대병원의 모습은 예비의료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손을 내민 사람들

김지석 학생이 피켓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 피켓을 들고 발언을 하는 길벗 학생 김지석 학생이 피켓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 장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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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엽 학생이 유인물을 나누어 드리고 있습니다.
▲ 유인물을 나누어 드리는 길벗 학생 장동엽 학생이 유인물을 나누어 드리고 있습니다.
ⓒ 장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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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영 학생이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 서명을 받고 있는 길벗 학생 전은영 학생이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 장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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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활동을 하면서 시민분들이 백남기 농민 문제에 대해 뜨겁게 반응해주셔서 인상 깊었던 일들이 많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노약자석에 계시던 어르신 네 분께서 저희를 환대해주시며 기꺼이 서명해주셨는데, 그 중 한 분이 박사이신 선배님이셨습니다. 그 분들께서 저희에게 "너희들이 바로 진정한 애국자이다. 너희 같은 청년들을 만나니 정말 반갑고, 이런 젊은이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고 격려해주시고 또 다른 분은 저희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해주셔서 참 감동이었습니다.

한 할머니께선 서명을 하고 나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이시며, 주머니에서 2000원을 꺼내주셨다고 합니다. 꼬깃꼬깃한 돈에서 할머니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주신 선물이었습니다.
▲ 할머니께서 주신 이천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주신 선물이었습니다.
ⓒ 신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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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근처에서 독일인 관광객분들이 6~7명 정도 탑승하셨습니다. 같이 실천 활동을 하던 다른 새내기 친구가 이분들께 영어로 상황 설명을 해드리자 한 분씩 흔쾌히 서명에 동참하셨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께 백남기 어르신께서 학생 시절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시던 분이라고 알려드렸더니 감탄을 표하셨습니다.

국가폭력으로 인한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

문재현 학생이 독일인 분들께 서명을 받는 모습입니다.
▲ 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독일인 관광객 분들 문재현 학생이 독일인 분들께 서명을 받는 모습입니다.
ⓒ 장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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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지하철 실천 활동을 하고 다시 혜화역으로 모였습니다. 서명 인원을 계산해 본 결과 처음 목표는 500명이었으나, 총 653명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정말 많은 시민분들께서 함께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놀랐고 이번 활동에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후 길벗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학교로 돌아가 어떻게 백남기 어르신을 더 알리고 활동할지를 이야기하며 길벗 백남기 농민 실천단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도 이번 활동을 통해 보람찬 주말을 보냈고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정치적인 견해를 떠나, 학생 시절 목숨 걸고 독재에 반대하며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시고 식량주권을 위해 살아오신 어르신께서 국가폭력으로 돌아가시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저희의 이런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진실이 밝혀지고 아직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자들이 처벌받아, 상처받은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덜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고인께서 항상 염원하셨던 것처럼 더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길벗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백남기 어르신의 죽음을 기억하겠습니다. 다시는 국가가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을 파괴하는 이러한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려는 부검을 막고 더 많은 친구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태그:#백남기, #백남기 사건, #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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