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X 프리스타일 국가대표 박민이 선수!

BMX 프리스타일 국가대표 박민이 선수! ⓒ 곽진성


8월 중순, 오전 10시30분,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보라매 공원 '익스트림스포츠경기장'에서 한 라이더가 힘차게 BMX 페달을 밟았다. 22세의 여성 라이더는 굴곡진 경사면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갔다. 잠시 후, 라이더는 경사면을 발판 삼은 BMX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태양에라도 닿을 듯 하늘 높이 솟구친 모습이 이채로웠다. 눈부신 태양의 강렬함 만큼, 라이더의 꿈도 영글어 갔다. 2012년 BMX 프리스타일 여제를 꿈꾸는 박민이(22·CJ CGV)가 그 주인공, 그녀를 만나 'BMX 프리스타일 챔피언 도전기'를 들어봤다.

국내최초, 최연소 여성 라이더! BMX '미니팍'

BMX는 자전거 모터크로스의 약자로, 20인치 작은 바퀴를 가진 자전거를 말한다. BMX 종목은 크게 레이싱과 프리스타일 두 종목으로 나뉜다. 레이싱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정식종목, 프리스타일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의 꿈을 키우고 있다.

 BMX 프리스타일 박민이 선수

BMX 프리스타일 박민이 선수 ⓒ 곽진성

박민이는 BMX 프리스타일 종목 선수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다양한 묘기를 선보여 점수를 얻는 BMX 프리스타일 종목은 흔히, 겨울 스포츠의 꽃인 피겨스케이팅과 비교되곤 한다. 박민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BMX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초등학교 5학년, 10월이었어요. 제가 BMX를 타고 싶어하니깐, 하루는 아빠가 (BMX) 한 대를 사왔어요. 아빠가 운동을 좋아하셨거든요. 그 뒤로 이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고, 6학년 때 첫 대회를 나가게 됐습니다.(웃음)"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박민이는 첫 BMX 국내대회에 출전했다. 일산 꽃 박람회장에서 열린 작은 행사였다. 작은 규모의 대회였지만, 현장에 모인 BMX 마니아들은 어린 그녀를 주목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 국내최연소 BMX 라이더가 탄생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박민이는 이 대회에서 남성들과 경쟁하며,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 이후, 박민이와 BMX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됐다. 학창시절 박민이의 단짝 친구는 BMX였다.

6년 후인 2009년 1월,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박민이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했다. 첫 국제대회 도전을 결정한 것이다. 공부와 국제대회 도전의 고민 사이에서, 그녀는 과감하게 후자를 택했다.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회 직전 간신히 얻은 한 장의 비행기 표로 혈혈단신, '호주 록스타 BMX' 대회에 도전한 것이다.

"고3때 BMX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서 여자부 국제대회를 찾았는데, 대회를 2주 남겨둔 호주대회를 발견했죠.(웃음) 당시, 성수기여서 비행기 좌석이 없었어요. 겨우 3일 밤을 새서 표 한 장을 얻어, 혼자 호주로 갈 수 있었죠."

'미니팍' 박민이, 감격의 우승 차지하다

 연습중인 박민이 선수

연습중인 박민이 선수 ⓒ 곽진성


호주 대회장에 홀로 도착한 박민이에겐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도전을 즐겼다. 박민이의 눈 앞에는 호주 최고의 여자 선수 페타 셰퍼드(26)가 스쳐 지나갔다. 인터넷 영상으로만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박민이는 반가운 마음에, 페타 세퍼드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페타는 박민이를 못보고 지나쳤다. 그럴만했다. 인파가 운집한 대회장에서 '박민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진행자 조차, 박민이를 '동양에서 온 작은 소녀'라고 소개를 했다. 박민이의 마음에서는 '무엇인가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었어요.(웃음) 2009년 '호주 록스타 BMX'의 여성출전 선수는 총 16명이었고, 난이도도 높았어요. 대회에서 여자들이 넘기 힘든 점프대가 배치된 거예요. 그래서 다른 선수들은 점프보다 묘기 위주로 경기를 펼쳤는데, 저는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고 점프대를 향해 뛰었죠!(웃음)"

 박민이 선수가 연습중,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박민이 선수가 연습중,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 곽진성

박민이의 BMX는 하늘 높이 도약했다. 그녀는 다른 여성 선수가 시도조차 못한 점프를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 그녀의 BMX는 점프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

도전을 지켜보던 호주의 많은 관중들은, 박민이의 멋진 점프 성공에 열광했다. 2009년, 호주 록스타 BMX 대회에서 박민이는 최고의 인기스타가 됐다. 대회 전 박민이를 인사를 보지 못했던, 페타 세퍼드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박민이는 호주 록스타 BMX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미니팍'이란 별명도 갖게 됐다. 그녀의 영어식 이름 '민이박'을 빗댄, 미니팍(MINIPARK)이었다.

기세를 탄 박민이는 2달 여후, 토론토 BXM잼 대회(3월)에 출전했다. 이 대회에는 4년 동안 우승을 놓친 적이 없는 BMX 여제 리나 비트라고(31.미국)가 출전하는 대회였다. 평소 동경하던 선수와 함께 경기에 나서게 된 박민이는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대회 결과는 89대 87, 박민이는 리나에 2점 뒤진 성적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토론토 실내에서 열린 경기장은 작아서, 다들 점프를 잘 했어요. 결국 기술 승부를 펼쳐야 했습니다. (리나에 이어) 아쉽게 2등을 차지했어요. 우승자인 리나는 친절해서 언니처럼 잘 대해줬어요. 다음번에는 꼭 리나와 멋진 승부를 펼치겠다고 다짐했죠!"

박민이는 더욱 이를 악물었다. 이듬해인 2010년 3월, 박민이는 캐나다 토론토 BXM잼 대회에서 리나와 다시 한번 격돌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박민이는 리나와 기술 경쟁을 벌여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5년 동안 적수가 없던 리나를 꺾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5년 동안, 리나를 이긴 선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우승 소식에, 남자 프로 선수들도 다들 놀라워했을 정도입니다! 저 역시 많이 기뻤고, 놀랐습니다."

작은 거인 , '미니팍 박민이'는 세계 여자 BMX 프리스타일 종목의 가장 높은 연단에 섰다. 

백플립을 넘어, 꿈의 기술 '플레어' 성공시키다

 박민이 선수

박민이 선수 ⓒ 곽진성


캐나다 토론토 대회 우승의 기쁨이 가시지 않았던 2010년 7월, 박민이는 독일 대회에서 라이벌을 만났다. 칠레의 카밀라(24)였다. 이 대회에서 카밀라는 백플립 기술(거꾸로 360도 도는 기술)선보이며 2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1위는 리나였다. 3위에 그친 박민이에게는 동기부여를 갖게하는 대회였다.

특히 박민이를 자극시킨 건, 카밀라가 성공한 백플립 기술이었다. 박민이 신기술 연마에 들어갔다. 박민이는 백플립을 뛰어넘는 플레어에 도전했다. 플레어 기술은 '백플립을 하면서 옆으로 180도 도는' 초고난이도 기술이다.

BMX 여성 선수중, 박민이만이 시도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성공률이 낮았다. 수백 번의 연습에서 성공한 것은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그런데 신기술 연마에 매진할 무렵, 시련이 닥쳤다. 2010년 8월, 국가대표 선발전 앞두고 어깨부상 골절을 당하고 만 것이다. 박민이는 오랫동안 깁스를 한 채로 생활해야 했다. 깁스를 푼 후에도, 팔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고생을 했다. 긴 재활훈련이 이어졌다.

 보라매공원에서 연습중인 박민이 선수

보라매공원에서 연습중인 박민이 선수 ⓒ 곽진성


재활의 과정은 힘들었지만, 박민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1년 후인 2011년 8월, 박민이는 다시 날아올랐다. 독일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다시금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에는 '경쟁자들과의 우정'이 있었다. 2011·2012년 여름, 박민이는 세계적인 BMX  선수인 리나, 카밀라등과 투어를 함께하며 우정을 다졌다. 미국 전역의 BXM 경기장을 돌며, 경쟁자와 함께한 훈련은 박민이를 더욱 성장시켰다.

"독일 투어가 끝난 후, 경쟁자인 리나, 카밀라등과 함께 미국에서 2주정도 X게임 투어를 다녔습니다. 2012년 여름에도 투어는 계속됐습니다. 시합 때만 보던 선수들과 함께 간 투어는, 제게 많은 것을 배우게 했습니다.(웃음)"

2012년 4월, 박민이는 그동안 미뤄뒀던 신기술 완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금까지 단 세 차례만 성공했던 플레어 기술에 도전했다. 캐나다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던 박민이는 끊임없이 반복 훈련을 이어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숱한 시도 속에서도, 성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연이은 실패였다.

그때, 박민이의 연습을 지켜보던 BMX 프로선수 드류 비젠스(24·캐나다)가 한마디 조언을 던졌다. '더 높이 뛰어라'는 것. 단순한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 조언은 박민이에게 새로운 영감을 줬다. 그리고 오랫동안 실패하던 플레어 기술을 성공시키는 열쇠가 됐다.

▲ 박민이 플레어 연습 영상 박민이 플레어 연습 영상 ⓒ 박민이


더 높이 뛰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도약한 박민이, 그녀는 멋지게 플레어 기술을 성공시켰다. 세계 여자 BMX 선수중에 박민이만이 구사할 수 있는 '플레어' 기술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박민이는 이후, 성공률을 50~60%까지 끌어올렸다. 운이 아닌, 실력으로 뛰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예전에 플레어는 단 세 차례만 성공했어요. 그것도 운이었죠. 하지만 캐나다 훈련에서 뛰는 법을 터득했고, 성공률을 끌어 올렸어요. 드류 비젠스의 조언을 받고 처음 성공시켰을 때의 짜릿함이 잊히지 않아요."

오뚝이 미니팍, 다시 챔피언을 향해 뛰다

 BMX와 함께 사진 촬영에 임하는 박민이 선수

BMX와 함께 사진 촬영에 임하는 박민이 선수 ⓒ 곽진성


박민이는 2012년 5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국제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FISE) BMX  대회에서 처음으로 플레어 기술을 시도했다. 장내의 많은 관객들이 그녀의 신기술을 주목했다.

하지만 긴장감 때문일까? 그녀는 점프 도중, 쇠파이프에 얼굴을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쇠파이프에 얼굴이 아닌, 치아가 먼저 닿았다는 점이다.

"점프 도중 쇠파이프에 얼굴이 먼저 떨어졌어요. 다행히 얼굴이 아닌 치아가 먼저 닿아 이빨이 깨지는 것으로 끝났어요. 다행히 아프진 않았지만, 한동안 깨진 앞니로 돌아다녀야 해서 속상했죠.(웃음)"

갑작스런 사고로 앞니가 부러진 박민이는, 한동안 캐나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7월에 열릴 예정이던 독일 대회마저 비로 연기돼 아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 박민이 백플립 연습 영상 박민이 선수의 백플립 연습 영상, 성공 후 함께 훈련 중인 회국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박민이


갑작스런 부상, 대회 연기, 심리적인 위축으로 박민이는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없었다.

박민이는 2012년 8월 26일에 열린 2012 <춘천월드레저대회 국제액션스포츠 챔피언십> BMX 경기에 여성 선수로는 혼자 출전해서, 남자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춘천월드레저 대회는 박민이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남자 선수들과의 경쟁 속에 23명 중 15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라이더 박민이, 그녀는 지금 자신의 BMX를 타고 챔피언을 향 달려나가고 있다. BMX 프리스타일 챔피언을 꿈꾸는 박민이의 열정이 가열찼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행복합니다. 도전하세요. BMX 프리스타일은 도전하는 운동입니다. 끊임 없는 도전 속에 행복한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녀, 박민이의 '도전하라'는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박민이 미니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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