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정부 당국자가 "북한의 군용미로 전환될 수 있는 쌀 대신 쌀가루나 쌀라면, 햇반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참으로 한심한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의총에서 "대북 쌀 지원을 햇반으로 하겠다는 것은 유치하고, 역시 이명박 정부다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햇반으로 보내야 보관을 못해서 군량미로 안 간다고 하는데, 햇반을 북한 군인들은 못 먹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5천톤의 식량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서도 "참으로 크고 엄청나다"고 비꼬기도 했다.
박 대표는 "대한적십자사의 결정엔 대북 쌀 지원의 물꼬가 트였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철학은 여전하다"며 "대북 쌀 지원도 통크게 40~50만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40~50만톤의 대북 쌀 지원은 우리 농촌경제에 5천억원의 경제 유발효과가 있다고 한다"면서 "(고작 5천톤 지원 결정에) 참으로 어안이 벙벙하지만, 일단 물꼬가 트였기 때문에 (40~50만톤이 지원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공정 사회'와 관련해 "국면전환용"이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을 썼다가 느닷없이 친서민 중도실용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친서민 정책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홍준표 최고위원만 붙들고 사정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공정한데, 이명박 정부가 제일 불공정한 사람들"이라며 "국민과 야당에게만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것은, 마치 자기들은 밥을 다 먹었으니 식당문 닫으라는 꼴"이라고 빗대며 성토했다.
박 대표는 또 청와대가 최근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 대해 '도덕성-자질' 2단계로 하고,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총리와 장관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예수님이나, 땅에서 솟아오른 부처님 같은 분들이 오니까 민주당은 괜찮을 것 같지만, (청와대는) 참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어제(13일) 발표한 천안함 최종보고서와 관련해서도 박 대표는 "국민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고, 스웨덴과 러시아 등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천안함 진상조사특위를 즉각 재가동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 자체에서라도 가동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박 대표의 '2단계 인사청문회', '도덕성 비공개 검증 제안'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에게 모두 확인한 결과,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없다"며 "실무진 차원에서도 인사청문회를 공개와 비공개로 나눠야 한다는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와 청와대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