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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를 가운데 두고 팽팽하게 싸워 온 샅바싸움이 끝났습니다. 등을 돌리고 돌아 선 두 후보는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단일화가 무산된 24일은 재선거가 중반전을 지나 후반전으로 막 진입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25일. 무소속 임종인 후보를 지원한 진보양당은 민주당과 김영환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며 안산에 주력하겠노라 '선전포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정중동 속에 발 빠른 유세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단일화를 중재했던 시민사회단체만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10월28일 선거를 앞둔 안산 상록을의 현재 모습입니다.

 

후보단일화 무산이 후반전으로 접어 든 상록을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언론사별 여론조사 공표 기한 전까지 단순지지도를 종합해 보면 김영환 후보가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와 무소속 임종인 후보를 앞서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표심'의 향배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투표확실층의 동향이 관건입니다. 당시 투표확실층에서 김 후보와 송 후보 간의 조사 결과는 박빙이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김 후보가 앞장서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시민사회단체 등이 김영환과 임종인 양 후보의 단일화에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지난 22일 이후 상록을 표심과 선거 판세는 오리무중입니다. 세 후보의 선거 전 조사 결과와 역대 총선 결과 등을 감안해 판세를 예측해 볼 수 있었으나 단일화 무산으로 표심의 '속살'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상록을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라는 역대 총선 결과는 야권 후보의 우세를 점치게 했습니다.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던 시기에는 범야 우세지역으로 성급히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단일화가 무산되고 지지자들조차 허탈감 속에 갈피를 못 잡게 되면서 막판까지 극심한 혼전 양상으로 흐를 것으로 보입니다.

 

낮은 투표율과 부동층 향배가 관건

 

상록을이 '시계 제로'의 형국이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맞물려 있습니다.

 

먼저 재보선의 특성상 '투표율'이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역대 재보선 투표율은 30% 내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4.29 재보선의 투표율은 34.5%였습니다. 이번 재보선도 30%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결국 누가 지지기반을 탄탄히 다진 가운데 조직적 결집도와 충성도를 집결시켜 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는 뜻입니다. 홍장표 전 의원이 송 후보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점도 그래서 주목됩니다.

 

안산 상록을 유권자의 60%는 30∼40대의 젊은 층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범야권을 지지하는 이들 진보개혁성향 유권자들은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태반입니다. 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50대 이상 보수 성향 유권자들과 여성(주부)들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18대 총선에서 낙하산을 꺾고 당선했을 정도로 이들을 짜임새 있게 관리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했던 홍 전 의원의 '파괴력'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도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상록을 재선거는 한나라당의 '지역 마케팅론'과 범야의 '정권 견제론'이 충돌하면서 부동층이 점차 두터워져 왔습니다. 그러다 단일화 무산 즉, 정권 견제론에 균열이 가면서 부동층이 급속하게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이들 부동층이 '투표 당일 투표하러 갈 것'이냐는 겁니다. 부동층 표심에 주목해야 할 이윱니다.

 

한나라당은 내우외환 진정세, 범야는 단일화 무산으로 어수선

 

한나라당은 '내우외환'이 진정되는 마당에 범야권은 경우에 따라 격화될 조짐이 잠복해 있는 것도 관심거립니다.

 

한나라당은 선거가 후반전으로 접어들면서 공천 후유증이 사그라지고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유선진당 장경우 후보가 제안한 범보수 단일화는 현재 잠수중입니다. 송 후보가 가로채듯 앞서 나가면서 선진당으로부터 호되게 매를 맞긴 했습니다. 하지만 막판에 단일화를 하든 해프닝으로 끝나든 딱히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대신 <시사IN>이 제기한 뇌물수뢰의혹이 변숩니다. 송 후보 측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해당 시사주간지를 고소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했으나 바닥 여론은 기대만큼 상쾌하지 못합니다. 무소속 김석균 후보와 야당 후보들이 집요하게 파고들며 분기점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뇌물의혹이 송 후보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지 주목됩니다.

 

반면 범야권은 후반전들어 단일화 무산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관건은 단일화 무산으로 인한 분화와 분열이 얼마나 촉진되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이냡니다. 지지층이 겹쳤던 두 후보의 조직적 결집도와 충성도는 단일화 무산으로 인해 송 후보에게 한 수 밀리게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두 차례나 합의를 번복했다 끝내 무산시킨 두 후보를 바라보는 눈들이 곱지 않습니다.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고통을 호소하는데 서민을 대변하겠다는 민주당이나 진보양당은 정작 밥그릇 싸움질로 날밤을 지새우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졌기 때문입니다. 다 된 밥에 코풀고 그것도 모자라 상대방에게 어부지리까지 안길 수 있다는 회의감이 팽배해 지고 있습니다.

 

즉, 범야권의 지지층인 젊은 층의 재보선 무관심에 "그 놈이 그 놈, 둘 다 똑같은 놈"이라는 정치적 냉소까지 곁들이다 보면 송진섭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단일화 무산 뒤 "뚜껑을 열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뚜껑론'이 새삼스럽게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애초 기자가 만난 상록을 유권자의 대부분은 "김영환하고 임종인이 단일화하면 낙승이지만 무산되면 뚜껑 열어봐야 한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상록을 표심들은 이번 재선거의 키워드가 단일화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록을 재보선 결과 "뚜껑 열어봐야 안다"

 

단일화가 무산된 지금은? "단일화가 무산됐으니 송진섭이 유리하지 않겠냐"라는 반응과 "김영환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겠냐"라는 반응으로 크게 양분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송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합니다. 초박빙 승부로 결판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상록을 최대 현안인 신안산선 유치를 비롯한 지역 공약은 흡사 공동 공약으로 불릴 정도로 차별성이 없습니다. 유권자들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와 지난해 18대 총선 등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우려먹다 보니 그 맛이 그 맛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반면 안산 돔구장 건설과 시흥시와의 행정통합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시흥시와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지난 16일 한빛방송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주민의견 수렴 등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원론을 언급하는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상록을 재선거는 후보단일화도 비켜가고 정책선거와도 거리가 멉니다. 선거 판세는 오리무중입니다. 전통적인 지지기반과 투표 당일 동원력에 따라 결판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10월 재보선에서 2승만 거두면 승리라고 공언하는 여야에게 안산 상록을이 효자가 될지, 불효자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참여와 소통의 풀뿌리안산 www.grassrooti.net에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10월?재보선, #안산 상록을, #후보단일화, #투표율, #부동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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