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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아침 이명박대통령의 5월 첫 라디오 정례연설. 이 대통령은 "5월은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면서 '자립의지와 가족의 힘'을 역설했다. 공허하게 들렸다. 아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나 또는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비판도 아니었고, 단지 불특정 다수(국민)를 대상으로 한 대통령의 연설이요, 호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즉각적이고 마치 본능처럼 단박에 머리끝까지 울화가 치솟은 적은 몇 번 없었다.

 

난 지난 대통령 선거때 그를 지지했다. 그가 성군(聖君)의 자질이 있다거나, 아니면 성군이 되기를 기대해서가 아니었다. 다만, 젊은 시절 독재에 항거했던 그 정의로운 기질과 에너지에 대한 기대감, 나아가 그 기질과 에너지를 이 나라 재건의 밑거름으로 바꾸어 분출할 줄 아는 용기있는 사나이라고 믿었기에 다시 한번 그 기질과 에너지로 지금 이 나라 이 민족의 어려움을 앞장 서 돌파해주기를 기대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난 그를 찍었다.

 

그런데 요즘 난 그에 대해 실망한다. 그의 언행이 불안하다. 작금의 그의 모습은 내 편 말고는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려는 눈 귀 어둡고, 속 좁고 고집스런 노회한 권력자의 일그러진 흉상(兇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여당 야당을 대상으로 국정을 펴서는 안된다.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말하고 결정하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대통령은 어딜 바라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느껴온 그와 그의 추종자들의 무능과 오기, 오만을 일일이 적시할 필요는 없겠다.

벌써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고 지금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으니... 오죽하면 '민본21' 의원들이 나서겠는가.(그것도 성에 안차지만)

 

단지, 내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국민적 감정으로 느끼는 이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4월 29일 여당은 참패했다. 그런데 아직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겸허히... 죄송하다'는 의례적인 성명서 한마디 없이 "정권 초기 재보선에선 늘 여당이 패했고..." "재보선 결과를 국민 전체의 여론이라 볼 수 없고..." 이런 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니 이 무슨 엽기찬란한 시츄에이션인가.

 

게다가, 대통령은 정례 라디오연설에 나와 민심은 아랑곳없이 '가족'과 '인터넷 자살 사이트' 등 장관급 걱정에 여념이 없으니... (가족의 중요성이나 자살충동에 대한 우려가 잘못 됐다는 얘기가 아니라) 도대체 우리의 대통령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인가 걱정스럽다.

 

아니다.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을 그가 모를 리 없다. 핵심을 피해가려고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고 짓뭉개고 있는 것이다. 300억 재산 헌납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닌가. 그 가증스런 행태가 나의 국민적 자존심을 짓밟고,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가져다 준 것이다.

 

권력과 불만은 동전의 양면이다. 불만은 새로운 권력을 낳고, 권력은 새로운 불만을 낳는다. 진정 '가족과 자살'을 걱정한다면, 마음을 바꾸어 국민을 다시 보라.


태그:#이명박, #한나라당, #재보선, #민본21, #독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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