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예절의 스포츠'다. 야구 선수들은 경기에 임할 때 스스로 예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예절이 없는 플레이가 속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그 중심에 정규시즌 1위 팀 SK 와이번스가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정근우의 '발잡기 사건'

정근우의 '과도한' 블로킹 정근우는 베이스커버 자세가 정상적이지 못하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이종욱의 발을 잡아채 논란이 일었다.

▲ 정근우의 '과도한' 블로킹 정근우는 베이스커버 자세가 정상적이지 못하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이종욱의 발을 잡아채 논란이 일었다. ⓒ 인터넷 화면 캡쳐

1차전은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정근우(25)의 플레이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정근우는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 유격수 겸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석연찮은 장면을 연출했다.

상대는 두산의 외야수 이종욱(27). 이종욱은 5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2루 도루를 감행하다 공이 빠지자 3루로 진루를 시도했다. 이때 정근우가 발을 잡아 이종욱은 더 이상 뛰지 못했다.

정근우의 플레이는 워낙 찰나의 순간에 벌어져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 장면을 뚜렷하게 잡아냈다. 명백한 정근우의 주루 방해였다. 당시에는 아무런 대처가 없었던 오석환 2루심도 나중에 이를 두고 "중요한 순간을 놓쳤다"고 말했다.

두산 코칭 스태프는 이에 대해 별다른 항의를 안 했다. 그렇다고 심판 판정과 정근우의 플레이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정근우는 전부터 스파이크를 치켜 올리고 베이스를 감싸 안은 베이스커버 자세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이종욱뿐 아니라 양준혁(삼성), 민병헌(두산), 이대형(LG)과 같은 선수들도 부상을 당할 뻔한 아찔한 기억이 있다. 이러한 자세는 주루를 하는 상대 선수가 부상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선수들이 날카로운 금속이 박힌 스파이크 뒷면에 강하게 부딪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하다. 아울러 베이스를 막고 있는 정근우도 큰 부상을 당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SK측은 그간 정근우의 잘못된 습관을 알면서도 "고치려고 하나 쉽지 않다"는 고충을 밝힌 바 있다.

[한국시리즈 2차전] 조동화의 '다리치기 사건'

조동화의 위험한 주루 플레이 조동화는 2루 진루때 이대수의 무릎을 가격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대수의 무릎은 플레이오프 때 고동진과 부딪친 부위였다.

▲ 조동화의 위험한 주루 플레이 조동화는 2루 진루때 이대수의 무릎을 가격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대수의 무릎은 플레이오프 때 고동진과 부딪친 부위였다. ⓒ 인터넷 화면 캡쳐

1차전에서 정근우가 논란이 됐다면 2차전은 SK 외야수 조동화(26)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조동화는 23일 벌어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3회말 2루를 가던 도중 두산 유격수 이대수(26)의 무릎을 걷어찼다.

공교롭게도 조동화가 가격한 이대수의 무릎은 플레이오프때 한화 외야수 고동진과 부딪친 부위였다. 이대수는 침착한 후속 플레이로 병살 처리에 성공했지만 부상 부위의 고통으로 잠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물론 1루에서 2루로 진루하는 주자가 수비를 방해하는 행위는 정당하다. 하지만 2루 베이스와 전혀 상관없는 이대수의 다리를 겨냥했다는 점은 큰 문제다. 특히 이대수의 다리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걷어찼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는 없다. 이런 플레이를 할 경우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라는 박진만(삼성)도 무릎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비록 둘은 동시에 부딪쳤지만 타격은 달려온 조동화보다 서있는 상태에서 조동화의 발에 무방비 상대로 무릎이 노출된 이대수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위와 같은 정근우와 조동화의 플레이가 고의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큰 부상과 연계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플레이'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야구로 밥먹고 사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기본기 부재'는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만약 이들의 플레이가 다른 선수에게 부상을 줬다면 이는 동업자 정신을 망각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게시판에는 정근우와 조동화의 플레이에 대한 비난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미 200개의 게시물이 넘어간 '정근우 퇴출 및 국대차출 반대 릴레이'는 야구팬들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의 보여준 SK의 플레이에 얼마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 잘 말해준다.

SK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먼저인지 '기본 예절'이 먼저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아울러 야구팬들이 과연 이번 한국시리즈를 두고 '축제'라고 여길 수 있을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정근우 조동화 SK 와이번스 한국시리즈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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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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