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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문에 세워 둔 현수막. 그러나 교육청으로 항의방문 한 사이에 학교측에서 뜯어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 현수막 학교 정문에 세워 둔 현수막. 그러나 교육청으로 항의방문 한 사이에 학교측에서 뜯어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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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이하 예인고) 1학년 학부모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이 학교 이모 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수업거부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 개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기숙사로 들여보내기 위해 찾았다가 아연실색하고 만 것. 개학을 앞두고 있는 학교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설이 엉망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음악교육을 꼭 받고 싶어해 서울에서 이 곳까지 보냈다"며 "그런데 학교시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도대체 학교가 이렇게 되기까지 교육청을 무엇을 했는지 아니 물을 수 없다"며 "관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전북도교육청은 이제까지 감사했던 자료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정보공개요청을 한다"며 교육청을 향해 성토했다.

설거지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물이 식수원

지하수로 음식을 씻고 있다. 그러나 학교 주변이 논이다보니 농약 살포가 많은 곳이다. 이렇게 뿌려진 농약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와 섞이는 이 물을 먹도록 한 학교측에 거세게 항의했던 것이다.
▲ 지하수 지하수로 음식을 씻고 있다. 그러나 학교 주변이 논이다보니 농약 살포가 많은 곳이다. 이렇게 뿌려진 농약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와 섞이는 이 물을 먹도록 한 학교측에 거세게 항의했던 것이다.
ⓒ 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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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학교 시설은 둘째치고라도 식수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갓 입학한 1학년생들이 피부질환과 구토증세를 보였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었다며 학교 상황을 알기까지는 단지 아이가 몸이 약해서 그러려니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쓰이는 식수원이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로 인해 생긴 것이라 판단하고 학교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확인한 바, 2005년 11월에 상수도가 설치되었지만 2006년 9월까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 기본료 월 3090원씩만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올해 8월까지 7차례만 사용했을 뿐 19차례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하수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에 교육청 직원 3명이 방문하여 식수원에 대해 심각성을 지적하며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물론 설거지조차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자, 이날은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지 않았다.

허술한 관리로 인해 교실이 엉망으로 있음에도 전혀 손을 쓰지 않은 흔적들
▲ 3학년 교실 허술한 관리로 인해 교실이 엉망으로 있음에도 전혀 손을 쓰지 않은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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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3학년 교실은 부서진 곳이 많아 온수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특히, 1학년 교실에는 콘센트 전선이 노출되어 있다보니 이 학교 원모 군이 감전사하는 등 안전에 무방비 상태였다.

남녀 기숙사는 곰팡이 냄새와 함께 사용하지 않은 침대 매트리스에 쥐똥이 있을 정도로 불결했다.

그런데 이 교장은 기숙사 이용료를 24만여원에서 6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기숙사를 이용하려는 학생수가 적다"고만 말했을 뿐 65만원을 받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학부모들은 기숙사를 둘러본 후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온다"며 "65만원이면 차라리 최고급 시설이 있는 하숙집을 구하겠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신입생 15명 중 5명 입학 포기해

이러한 상황이 되다보니 1학년에 입학한 14명 중 1명은 자퇴하고 4명은 전학가기도 했으며 학년당 정원은 40명(총 120명)이지만 모든 학년을 합쳐 48명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오전부터 모인 학부모들은 이 교장과의 면담에서 사퇴를 요구하면서 지난 학기에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이 교장에게 교사 정원이 8명이지만 4명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심지어 한 교사가 5과목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고 따졌다. 또한 식수원에 대한 문제점과 향후 학교시설 정비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 교장이 학부모와 약속한 협약서이다.
▲ 협약서 이 교장이 학부모와 약속한 협약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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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면담에서 학교장은 협약서를 작성했다. 협약서에는 교사 채용관련에 대해 조속히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이 교장은 '지난 7월에 기간제 교사 1명을 채용했고 정교사 2명을 채용해 4일부터 정상출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하자, '교사 채용에 관련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교실 및 연습실 바닥과 운동장 적벽돌 시설 정비에 대해선 오는 14일까지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학교시설정비에 따른 재정 확보에 대해서는 10월 1일까지 이사회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강구한다고만 밝혀 사실상 재정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학교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학생들의 건강검진과 사후 대책에 대한 물음에는 사후 대책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채, 치료 관계를 파악하겠다고만 표현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 사학담당 최학주 사무관은 "예인고는 자립형 목적고다보니 교육청에서 어떠한 지원조차 받지 않는 학교다"며 "그러다보니 행정적 조치를 하기 힘든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학부모와 약속한 협약서를 토대로 10월 1일까지 지켜본 후 교육청에서 대응책을 마련해 폐쇄 또는 강력한 제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3일 오후에는 전북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전북도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며, 조속히 예인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기자는 이 교장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든 질문에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한편, 4일 오후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사장을 비롯 이사들이 참석하지 않아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운영위원회가 열렸고, 그 자리서 이 교장은 사퇴의사를 학부모들에게 밝혔다.

한 학부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교장이 사퇴하겠다며 결의안을 작성했고, 이사회를 통해 정식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교장이 사퇴할테니 학부모들이 다시는 학교에 오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학부모들이 완전히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학교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익산시민뉴스, 서울방송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예인고, #수업거부, #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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