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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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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7일 오전 11시25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10시4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지난 대선 이후 네 번째 소환 조사다. 이번에는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의 피의자 신분이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통해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면서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 대표는 "벌써 네 번째 소환"이라며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화무도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며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 대표는 "우리 속에 널리 퍼진 두려움과 무력감을 투쟁의 용기로 바꿀수 있다면,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면서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라,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10시 25분께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앞에 도착한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차에서 내렸다.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오른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A4용지 2장 분량의 입장문을 12분 동안 읽어 내려갔다. 현장에 모인 200여 명의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당당히 맞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이재명'을 연호하며 "이재명은 정당하다"고 외쳤다.

같은 시각 반포대로 쪽 출입문에서는 반대 측에서 스피커 차량을 동원해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은 무엇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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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은 2014~2015년 민간개발업체가 성남시 백현동 옛 식품연구원 땅을 아파트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로비를 받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면서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특혜의 내용으로 ▲ 주거지역이 아니었던 옛 식품연구원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 ▲ 민간임대를 일반분양으로 변경 ▲ 성남도시공사를 사업에 참여시키지 않고 용도 변경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검찰진술서에서 "옛 식품연구원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토부의 요구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민간임대를 일반분양으로 변경한 것은 식품연구원의 요구 때문이며, 성남도시공사를 사업에 참여시켰다면 오히려 직원남용, 제3자 뇌물죄 소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1원 한 푼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고, 범죄에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배임죄를 저지를 동기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소환일에 동시다발 압수수색... 반부패1·2·3부 모두 나서

한편, 이 대표의 네번째 공개 소환이 예정된 이날, 검찰은 아침부터 이 대표 및 민주당 관련 각종 압수수색을 진행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오전부터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지난 박아무개, 서아무개씨의 집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이아무개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시점에 대해 위증을 한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은 이씨의 증언을 거짓으로 보고 있는데, 이 과정에 박씨 등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비서의 집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관련이다. 검찰은 돈봉투를 수수한 인물 특정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소환 조사일에 이 대표 및 민주당 관련 압수수색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공교롭다. 이날 이 대표를 소환한 곳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다.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1·2·3부가 동시에 나선 모양새다.

위증 의혹 압수수색에 대해 김용 전 부원장 측은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놨다. 김 전 부위원장 변호인은 "검찰은 '2021년 4월말경 정치자금 수수'라는 최초 공소사실과는 달리 '5월 3일 수수'로 정정하고, 5월 3일조차 다른 증거에 의해 가능성이 없어지자, 위증 프레임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패색이 짙은 재판의 관심을 돌리려는 무리수를 멈추고 ,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으면 지금이라도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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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입장문 전문] "구속영장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

다음은 출두하면서 이 대표가 밝힌 입장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벌써 네 번째 소환입니다.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죄 없는 국민이 겪는 절망과 고통이 참으로 큽니다.

수십 수백명이 대책 없이 죽어 나가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불안한 나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통치로 두려움이 만연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자유의 이름으로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벼랑 끝 사회에서 국민들은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습니다.

뉴스를 안보는 것이 일상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체념,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한탄소리에 차마 고개를 들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제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갑니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화무도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이 승리한 것이 역사입니다.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집단지성체로 진화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촛불혁명을 성취한 우리 국민입니다.
당장은 폭력과 억압에 굴복하고 두려움에 떨지 몰라도 강물을 바다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처럼 반드시 떨쳐 일어나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되돌려놓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십시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댓가를 치를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는 권력자의 욕망 수단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한 헌신이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습니다.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습니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습니다.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습니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개가 걷히면 실상은 드러납니다. 
가리고 또 가려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습니다.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합니다.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십시오. 
무도한 윤석열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온 국민이 힘써 만든 선진강국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우리 속에 널리 퍼진 두려움과 무력감을 투쟁의 용기로 바꿀수 있다면,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습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역사와 민주주의가 전진했던 것처럼 쓰러진 저를 디딤돌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어깨 걸고 전진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국민과 국가에 대한 기여 아니겠습니까? 

검사독재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직 민생입니다.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십시오.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습니다.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에 맞서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소명을 다하는 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 8. 17. 
이재명

태그:#이재명, #검찰, #백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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