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 98MW 규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 98MW 규모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에너지전환 현장이 산지에서 농지로 향하면서, 갈등의 공간도 이동하고 있다. 멀쩡하게 농사만 잘 짓던 땅이 갑자기 염해 피해 농지가 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식량 생산과 전력 생산을 동시에 도모하는 영농형 태양광은 기대와 달리 농촌에서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할 것이라 우려도 있다. 농지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태양광이 우수한 생태계와 종 다양성을 구비한 산림을 훼손하는 것은 멈추어야 했다. 산지 태양광에 규제의 힘이 작동하면서 농지에 들어서는 태양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농지라고 해서 태양광발전사업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에 태양광 설비가 들어서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염해 농도가 심해서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나 버섯재배사 같은 기존 건축물의 지붕에는 설치할 수 있다. 그러자 문제 없이 농사 짓던 땅이 느닷없이 염해 피해 농지가 되어 태양광 사업을 위한 후보지로 둔갑하고 있다는 개탄의 소리가 들린다.

우리나라와 같이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에서 농지를 지키는 일이란 매우 '중헌'일이다. 그런 가운데 농사와 함께 태양광 발전도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이 등장했다. 농지에 농작물을 키우면서 햇빛 농사로 농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니 놀라운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순탄치만은 않은가 보다. 우리나라는 농사를 짓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헌법에 경자유전을 명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라, 224만 농민 중 임차농이 51.6%이다. 농지 주인은 임차농에 비해 6배의 임대료를 제시하는 태양광 사업자에게 땅을 빌려주게 된다거나, 태양광 발전사업과 작물 농사를 병행하면 농가가 발전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지만, 영농형 태양광의 주인이 아닌 임차농에게 돌아오는 것은 수확물 감소뿐이라는 문제 등등. 농지를 둘러싼 식량과 에너지의 경합, 임차농과 발전사업자의 경합이란 말이 등장하는 순간들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우리는 놓치고 있던 질문들을 떠올려야 한다. '과연 태양광발전설비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는 공간으로서의 농촌이 적정한가? 앞으로 들어설 재생에너지 설비는 지금까지 들어선 것의 수십 배 이상인데, 그렇다면 그 입지와 갈등 역시 전력의 주 수요지가 아닌 농촌에서 감당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에 문제는 없는가?' 하는 질문들에 답을 해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입지가 필요할까?

석탄발전과 핵발전을 재생에너지설비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설비된 규모보다 수십 배 용량의 발전소가 필요하다. 현재까지(2019년) 누적된 재생에너지 설비는 약22GW이다. 여러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들은 공통적으로 앞으로 30년간 매년 최소 17GW씩 설비를 늘려야만 우리나라도 탄소 중립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참고로 2019년 한 해 추가된 용량은 3.5GW에 불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장성과 입지조건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 태양광 369GW를 설치할 입지 잠재량이 있다고 한다. 면적으로 환산하면 국토 면적의 3% 정도규모이다. 태양광 369GW는 2050년 탄소중립, 100% 재생에너지를 위해 필요한 태양광 용량 규모와 유사하다. 물론 수요 증가를 억제하고 다른 에너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용량의 태양광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 수요지인 도시, 산업단지에 세우는 것, 필요한 곳에 먼저 부지를 발굴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그것도 이미 쓰고 있는, 도로, 지붕, 벽면 등 사용되고 있는 땅을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전원으로 수요지에 설비를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입각한 신재생에너지백서에 제시된 17개 광역시도별 태양광 시장 잠재량 369GW은 서울을 비롯한 광역도시들은 거의 제외한 채 산정하고 있었다. 결국 농촌에서 태양광발전을 하고 도시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에 기초한 연산이었다. 그 많은 유휴부지와 도로, 지붕들을 다 비워두고 결국 농지를 개발하겠다는 발상이었을까?

낮은 목표와 현실, 가벼운 선언들

탄소 제로, 그린뉴딜, 에너지전환도시 라는 선언과 비전은 더 이상 낮선 구호가 아니다. 문제는 현실과의 괴리이다. 아래 표는 17개 광역시도별 전력자립률과 태양광과 풍력발전비중을 보여준다.

 
원자료 출처 : 지역에너지통계연보 2020
 원자료 출처 : 지역에너지통계연보 2020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핵발전소가 있는 부산, 전남, 경남, 경북 그리고 석탄발전소가 있는 인천, 충남, 강원도의 전력 자립률은 높다. 나머지 광역시도의 전력 자립률은 대단히 낮다. 거대 규모의 발전소에서 송전을 해서 쓰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의 비중 또한 대단히 낮다. 광주, 대전, 충북의 비중이 그나마 높아 보이지만 발전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견 높아 보여도 의미있는 수치가 아니다.

아래 표는 229개 시·군·구 전력 사용량 중 태양광 발전 비중을 보여준다. 태양광발전비중이 1% 미만에 해당하는 시군구가 95곳이나 되고, 대부분 도시이다. 2019년 자료이고, 2020년 이후에 가동한 100MW급 발전소들과 계획된 발전단지들을 염두에 두면 왼편의 그래프는 100%를 치고 올라간다.

 
전국 229개 시군구 전력 사용량 중 태양광 발전량 비중 상위 시군구(왼쪽)과 하위 시군구(오른쪽). 원자료 출처 : 지역에너지통계연보 2020
 전국 229개 시군구 전력 사용량 중 태양광 발전량 비중 상위 시군구(왼쪽)과 하위 시군구(오른쪽). 원자료 출처 : 지역에너지통계연보 2020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에너지전환의 열쇠는 수요지인 도시에서

에너지전환의 현장으로서의 농촌이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농촌도 에너지전환 마을을 통해서 자립의 기반을 재구축해야 한다. 그 일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렇게 된다고 해서 에너지전환이 완수될 수 없다는 점이다. 에너지과소비 지역에서 에너지전환을 통한 자립을 달성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에너지전환의 열쇠는 주 수요지인 도시에서 쥐고 끌어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입지가 있는 곳에 갈등이 있다면, 갈등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해법도 도시가 찾아야 한다. 도·농에너지협력이라는 미명은 사실상 도시 농촌간 의존과 수탈의 다른 표현임을 고백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그 본래적 의미를 되새기며 도시가 책임있게 에너지전환과 자립, 분산을 구현해나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에너지전환의 의미가 발전원만의 전환이 아닌 시스템의 전환, 현 시스템이 노정하고 있는 송전문제, 지역불평등 문제 등을 해결해낼 수 있다. 에너지전환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입니다.


태그:#재생에너지, #태양광, #영농형태양광
댓글

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