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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아주 커다란 구름이 떴습니다.
 속그림. 아주 커다란 구름이 떴습니다.
ⓒ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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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곳에 서면 가슴이 뻥 뚫리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저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어서 시원하기도 하고, 저 먼 데에서 흘러서 이곳을 거친 뒤 다른 곳으로 떠나는 구름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합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탁 트인 곳이 무척 드뭅니다. 높은 건물이 끝없이 서고, 건물이 없으면 송전탑이나 전봇대가 서며, 하늘로 띄우는 광고풍선까지 있어요. 넉넉히 하늘을 바라보기 어려운 사회이고, 홀가분하게 연을 날리면서 하늘바라기를 하기 어려운 터전입니다.

그러고 보면, 참말 연날리기를 할 수 없는 한국 사회입니다. 도시는 탁 트인 곳이 드물고, 아이나 어른 모두 홀가분하게 내달릴 만한 운동장이나 광장조차 누리기 어려워요. 골목은 자동차가 빼곡한 데다가 오토바이가 싱싱 달리기에 마음껏 달리기도 어렵습니다.

시골로 가야 비로소 연을 날릴 만한 하늘을 찾을 수 있고, 마음껏 달릴 만한 고샅을 누릴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와 함께 시골로 가서 살려고 하는 어버이는 매우 드뭅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도 하루 빨리 도시로 가야만 한다고 여기는 사회 얼거리입니다.

겉그림
 겉그림
ⓒ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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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구름이, 따그르르륵 바람이 불자, 천천히 미끄러졌다. (2∼6쪽)

이해진 님이 빚은 그림책 <커다란 구름이>(반달, 2015)를 읽습니다. 옆으로 길쭉한 그림책입니다. 마치 파노라마사진기로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나누어 주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무릎에 살며시 얹고 읽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읽기 어렵거든요. 또는 어버이가 이 책을 무릎에 얹고서 아이한테 읽힐 수 있을 테지요. 아이하고 방바닥에 엎드려서 서로 한손으로 책을 붙잡고 넘길 수 있을 테고요.

이번엔 조막만 한 구름이, 빨래가 펄럭펄럭하니까, 종 종 종 종 간다. (8∼12쪽)

속그림. 빌라 옥상에 이불을 널었네요.
 속그림. 빌라 옥상에 이불을 널었네요.
ⓒ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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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조각이 없는 하늘은 새파랗게 맑습니다. 구름조각이 많은 하늘은 햇살이 비추다가 숨다가 합니다. 구름이 넓게 퍼진 하늘은 어둡거나 우중충합니다. 여름에 구름이 넓게 퍼지면 시원하고, 겨울에 구름이 넓게 퍼지면 춥습니다. 여름에 구름이 한 조각조차 없으면 무덥고, 겨울에 구름이 한 조각마저 없으면 포근합니다.

우리 하늘에는 어떤 구름이 찾아들까요? 작은 구름하고 큰 구름이 있을 테고, 몽실몽실 피어나는 구름이 있을 테며, 길쭉길쭉 뻗는 구름이 있을 테지요. 보들보들 양털이나 새털 같은 구름이 있고, 커다란 붓으로 힘차게 꺾거나 휘두른 듯한 구름이 있으며, 솜사탕이나 눈사람 같은 구름이 있어요. 하얀 구름이랑 잿빛 구름이랑 먹빛 구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를 머금은 구름하고 눈을 품은 구름이 있어요. 비구름은 온누리를 골고루 촉촉히 적십니다. 비구름은 온누리에 있는 풀과 나무를 살찌워서 숲을 더욱 푸르게 보듬어 줍니다. 비구름이 찾아오기에 사람도 짐승도 풀벌레도 이 땅(들판)에서 맛난 밥을 얻어요.

겨울에는 눈구름이 찾아와서 온누리를 하얗게 덮습니다. 겨울에는 모쪼록 느긋하게 쉬면서 아이들하고 집에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라는 뜻입니다. 눈구름이 눈을 펑펑 쏟으면 구태여 일터에 가지 말고 집 둘레를 놀이터로 삼아서 눈놀이를 하라는 뜻입니다.

속그림. 저녁놀이 붉게 타는 때에 작은 구름입니다.
 속그림. 저녁놀이 붉게 타는 때에 작은 구름입니다.
ⓒ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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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찾아든 구름입니다. 곧 비가 쏟아지겠네요.
 속그림.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찾아든 구름입니다. 곧 비가 쏟아지겠네요.
ⓒ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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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아주아주 커다란 구름이 아주아주 커다래서 안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22쪽)

구름을 보는 사람은 바람을 함께 봅니다. 저 커다란, 또는 저 조그마한 구름이 사뿐사뿐 부드럽거나 거칠게 날아가는 모습을 잘 살피면 바람이 어떻게 부는가를 읽을 만합니다.

구름을 읽기에 바람을 읽는다면 날씨를 읽습니다. 구름 흐름을 살펴서 날씨를 살핀다면 날씨를 잘 살필 줄 압니다. 예부터 어른들은 구름하고 하늘하고 바람을 헤아리며 날씨를 알았고, 예부터 아이들은 어른들 곁에서 함께 구름이며 하늘이며 바람을 헤아리면서 삶을 헤아리는 슬기로운 눈썰미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림책 <커다란 구름이>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다가 책을 덮고는, 자전거를 꺼내어 셋이 함께 들마실을 갑니다. 자전거로 논둑길을 달리면서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넓게 펼쳐진 하늘에 어떤 구름이 걸렸는가를 살핍니다.

겨울에는 하늘빛이 여름이나 가을이나 봄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살핍니다. 자전거로 논둑길을 달리는 동안 철마다 다른 바람맛을 느낍니다. 우리는 이 시골에서 온몸으로 구름을 사귀고 하늘을 마주하면서 날씨를 읽기로 합니다.

속그림. 도시에서도 빌라 옥상에서 구름을 바라보며 놀 수 있어요. 참말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탁 트인 하늘을 마주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속그림. 도시에서도 빌라 옥상에서 구름을 바라보며 놀 수 있어요. 참말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탁 트인 하늘을 마주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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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다!" 소리치더니 (28쪽)

언제나 따사로이 사랑하는 마음이 되기에, 이 마음으로 구름을 살핀 눈길로 그림책 <커다란 구름이>가 태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이 같은 마음으로 꽃을 살피면 들꽃을 이야기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어요. 이 같은 마음으로 이웃을 살피면 '우리 마을' 고운 사람들이 엮는 사랑스러운 살림살이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글로 쓸 수 있어요.

구름은 늘 바람을 타고 놉니다. 구름을 지켜보는 사람은 구름하고 한마음이 되어 꿈속에서 훨훨 날아 함께 바람을 타고 놀아요. 바람이 따스히 불어 숲을 북돋우고, 바람이 차갑게 불어 숲이 잠듭니다. 따스한 마음이 되어 구름을 사랑하고, 이제 넉넉한 마음으로 거듭나면서 하늘도 땅도 별도 모두 아끼는 숨결로 거듭납니다.

책이 옆으로 길어서 무릎에 살포시 올려놓고 찬찬히 넘깁니다.
 책이 옆으로 길어서 무릎에 살포시 올려놓고 찬찬히 넘깁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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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커다란 구름이>(이해진 글·그림 / 반달 펴냄 / 2015.11.20. / 13000원)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커다란 구름이

이해진 글.그림, 반달(2015)


태그:#커다란 구름이, #이해진, #그림책, #구름,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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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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